최근 노동당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들

by 정양현 posted Jun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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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총선이 끝이 난지 두 달이 되고 있다. 많은 당원 동지들이 아시듯, 노동당은 총선에서 통계적으로 큰 의미 없는 득표를 얻었다. 하지만 별로 충격적이지 않았다. 내가 입당한 후로 노동당은 늘 그런 득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옛날 이야기”를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그 옛날에 멈춰있는 사고들은 별로 달갑지 않다. 그때의 기억들은 이제 역사적 의미로 받아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당의 과거 영광은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교과서에서 보는 87년 6월 항쟁과 크게 다른 느낌을 주지 않는다.

 나는 이번 총선의 노동당의 목표는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득표나 당선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두 가지도 중요한 목표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통합-독자 논쟁에 지친 당원들에게 아직 노동당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목표를 달성했을까?

지난해 “헬조선 탈옥선”이 있었다. 내가 활동하는 지역에서 한 당원은 헬조선 탈옥선에서 우루루 내리는 청년 당원들을 보며 울었다. 그 당원은 아직 우리 당에게 저런 활동력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역에 탈옥선이 도착하기 전, 탈옥선에 탑승한 당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했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당협 텔레그램방을 오갔고, 꽤 많은 당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이런 맥락에서 헬조선 탈옥선은 당 재출발의 시작점이었을 것이다.

 이번 총선은 어떠했을까? 총선은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분명 정치세력으로서 유의미한 득표를 얻지 못했다.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과정 또한 순탄치 못했다. 선거기간동안 우리는 단결하지 못했다. 선거기간을 앞두고 나온 개방형 비례대표제 논쟁, 기본소득 논쟁 등은 특히 우리라는 존재를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선거를 바라본 나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불필요한 논쟁이었다고 생각한다.(위 논쟁들을 주도한 동지들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기가 달랐다면 이 제안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고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총선이 유의미한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합류하는 동지들을 보았고, 선거를 위해 흔쾌히 지갑을 여는 동지들도 있었다. 공강을 이용하여, 혹은 수업에 빠지며 합류하는 대학생 당원도 있었다. 다소 낭만적으로 읽힐 수 도 있겠지만 이런 동지들이 있었기에 나는 우리의 선거가 유의미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우리가 언제부터 득표율에 그렇게 민감했나.

 더 많은 후보들이 출마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출마한 후보들을 더 지원하지 못하는 우리의 역량이 아쉽다. 그리고 거리를 이유로 더 강하게 결합하지 못한 고양과 비례대표 후보 및 선본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총선이 끝나고, 평가와 전망위원회가 생겼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평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평전위는 처음부터 조금 의아했다. 우선 평가와 전망이 너무 짧게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동지들의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뭐 많은 동지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전위에 대한 다른 의아함은 그렇다면 평가와 전망이 토론되는 동안에 당대표의 역할이었다. 평전위가 사실상 당대표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다.


평가와전망위원회 위원 3인의 조직개편 논란에 대한 입장

http://www2.laborparty.kr/bd_member/1685041


물론 이는 평전위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라고 한다.



 나는 노동당이 정치하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정치는 아래로부터의 정치이다. 자신들의 정세분석과 전망을 대중과 당원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정치이다. 하지만 최근 노동당의 정치는 굉장히 실망스럽다. 다른 동지가 당 게시판에 쓰신 글에서 모 부대표가 평가와 전망위원회에 관련하여 자신의 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라는 말을 했나보다. 그리고 전국위원회에서는 심지어 “총사퇴”를 운운했다고 한다.

사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식으로 사퇴를 “협박” 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불쾌하고, 무책임한 태도라 생각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당원들을 선동하고, 이를 통해 대의자들을 압박하는 형식이 아니라, 사퇴라니.

 현재의 위치가 소수파라면, 당원들을 만나서 자신들의 안을 설득하거나, 자신들의 분석과 전망을 다듬고, 더 많은 당원들에게 이를 선동하여야 한다. 하지만 왜 이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사퇴라는 협박과 무책임으로 상대를 압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선거제도가 불리하다고, 부르주아의 의회라고 현재 선거들에 참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나는 구교현 대표가 자신의 당에 대한 전망을 더욱 강고하게 관철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당원이 구교현 대표가 그리는 노동당의 전망에 동의하여 구교현 대표에게 노동당의 당권을 맡기었다. 더 많은 당원들을 만나고, 설득하며 자신의 전망을 강고하게 관철시켜나갔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의 지갑에는 “노동당”이라는 이름이 뚜렷하게 박힌 명함이 맨 앞에 있다. 나는 노동당의 존재에서 자부심을 가진다. 그리고 노동당의 내일이 있음을 믿는다. 오늘도 이 길을 함께 가는 동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위기의 시대는 거대한 전환을 요구한다. 노동당은 대전환을 실현할 정치적 무기가 되기 위해 탄생했다. 노동당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성별위계 구조와 생태 파괴 문명에 맞서 싸우며,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 운동과 결합된 사회주의를 추구한다. 우리의 궁극 목표는 모든 개인의 자유롭고 평등한 발전을 통해 만인의 발전을 추구하는 공동체이며, 이를 위해 평등 ‧ 생태 ‧ 평화 ‧ 연대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 과제다.

이는 과거의 이념과 운동을 손쉽게 답습하는 것일 수 없다. 우리는 그 이상과 원칙은 이어받으면서도 역사적 한계와 오류는 반드시 넘어설 것이다. 사회의 역할을 국가가 대리하여 결국 국가기구에 과도한 권력을 집중시킨 국가사회주의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니다. 복지국가라는 빛나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이를 훼손하는 자본의 힘을 제압하는 데 실패한 사회민주주의의 한계 또한 극복 대상이다.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현실사회주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성장 강박과 성별위계 역시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노동당 선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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