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
- 허영구의 노동시간 이야기, 다섯 번째 화물노동자(2) 편 중
1)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자동차 부품을 실어 나르는 일반화물 자동차는 완성차 공장의 노동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자동차 공장의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는 시간에 맞춰 부품을 공급한다. 대표적으로 현대·기아 자동차 공장이 24시간 주·야간 맞교대로 돌아갈 때는 부품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 역시 그 시간에 맞춰 장시간 노동을 했다. 장시간노동뿐만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과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었다. 낮은 운송료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도 컸다.
2013년 3월부터 현대자동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8+9)가 실시됐다. 말이 주간이지 실제는 반야간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부품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도 단축되었다. 수면시간이 조금 늘어났고 그 전에 비해 여가도 생겼다. 그러나 유가인하를 이유로 운송료가 3년 넘게 동결되어 수입은 줄어들었다. 운송료 인상 요구 명분이 줄어들었다. 화주들은 기름 값이 리터당 1700~1800원에서 현재 1100원 수준이니까 운송료 인상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장거리의 경우 오히려 운송료가 인하되는 추세다.
11톤 기준 화물자동차 운행 시 수입구조를 살펴보자. 자동차 구입비용은 1억 5천만원, 월 매출액은 8백~1천만원 정도이다. 화물노동자는 특수고용직노동자로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매출액 전체가 수입(임금)이 아닌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매출액 중 기름 값 200만원, 타이어⋅엔진오일 등 소모품, 기사급료 220~230만원 등을 차감하면 순소득은 250~300만원 수준이다.
완성차 주간 2교대에 맞춰 하루 종일 운행할 수 없음으로 대리기사를 고용해야 한다. 기사를 고용하지 못하고 하루 17~18시간을 운행할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현물투자(자동차구입)에 대한 수익과 자신의 인건비를 감안하면 수입은 낮은 편이다.
현대자동차 오전반 공장가동 시간은 6시 30분이기 때문에 전날 부품을 실은 화물자동차는 새벽 4시30분에서 5시 사이에 출발해 6시에 공장에 도착한다. 20~30분 대기하다 6시30분에 하차한다. 울산공장의 경우 부품공장은 울산, 경주, 대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울산지역 부품공장의 경우 1일 10~15회, 먼 거리의 경우 1일 3~4회 운송한다.
공장에 도착하면 11톤 트럭에 실린 무거운 부품의 경우 지게차가 자동차에 실린 부품을 내린다. 차량 뒤편에 파워게이트(power gate)가 설치된 경우 컨베이어 라인까지 운반한다. 5톤 트럭에 실린 라이트 등 소규모의 의장제품은 화물기사가 직접 내리는 데 이 경우 기사가 직접 빠레트에 부품을 쌓는다.
원칙적으로 자동차 부품을 실은 화물자동차는 공장에 도착하여 한 곳에 부품을 하차하면 된다. 그 다음 완성차공장 내에서 각 컨베이어 라인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면 된다. 그러나 완성차 공장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일정한 장소에 하차한 부품을 컨베이어 라인까지 끌고 들어가는 일을 화물노동자에게 시킨다. 이 경우는 무상노동이다. 그 노동과정만큼 공장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과 갈등을 화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측면도 있다.
2) 기사를 고용하는 화물노동자
자동차 생산 공장의 오후반 교대시간은 3시 30분이다. 오전반에 맞춰 경우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한 화물노동자가 오후반까지 운행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차주인 화물노동자가 정식기사를 고용해야 한다. 운행 형태는 1주일은 오전반(1직), 2주일은 오후반(2직)을 교대로 교대하는 방식이다.
오후 2시 30분에서 3시 사이에 정식기사와 교대하면 부품을 실은 화물자동차는 오후 3시에 공장에 들어간다. 오전(1직)과 오후(2직)반 교대시간에 맞춘다. 오후반 생산라인은 새벽 1시 30분까지 가동된다. 화물노동자는 밤 12시에서 12시 30분쯤 공장에 하차 일과를 마치고 부품공장으로 이동한다. 다음날 공장으로 운송할 부품을 싣는다. 완성차 공장은 주간2교대로 바뀌었지만 부품공장 다수는 여전히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정식기사를 고용하지 않는 경우는 화물노동자 혼자서 2~3일 연속으로 앞의 생산 공장에 맞춰 부품을 운송한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지속할 수는 없으므로 사이마다 하루 ‘예비기사’를 고용한다. 예비기사가 1주일에 2~3회 운송을 담당한다. 1주일에 4일, 한 달 16일을 운송하면 급료는 220~230만 원 정도 된다. 예비기사로 뛰면 월 110~120만원에 불과하다.
한 사람이 완성차 생산라인에 오전·오후반 부품을 운송하는 경우, 새벽 4시 30분 출근해 밤 12시 30분에 끝나기 때문에 하루 노동시간은 20시간이다. 1달에 16일을 일한다면 320시간에 달하고 시급으로 환산하면 7천원 수준이다. 하루 연속 근무의 경우 쪽잠을 잘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과로에 따른 노동자건강과 사고위험이 크다.
하루 종일 운행하는 화물차의 경우에도 몸이 약하거나 몸이 아픈 경우 하루 중 몇 시간 알바기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짧은 시간 울산시내 공장에서 부품을 운송하기 때문에 울산시내 거주자 중 알바로 고용한다.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 신분인 특수고용직 화물노동자이지만 정식기사, 예비기사, 알바기사를 고용하는 사용주가 된다. ‘을들’의 고단한 ‘갑을병정’ 관계다.
3) 자동차 원청자본의 화물노동자 착취 구조
주간 2교대로 바뀌면서 공장 안도 더 바빠졌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생산대수를 맞추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노동 강도를 강화한 데다 식사나 휴식시간까지 축소했다. 화물노동자가 공장 안에 들어갔을 때 밥시간이 걸리면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공장 바깥에서 이동하는 경우 식대는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자동차 공장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노동을 기본으로 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3~4년 전까지만 해도 일요일에도 특근을 했지만 지금은 토요일만 특근한다. 토요일 임금은 할증료 50%가 추가된다. 그러나 화물노동자는 토요일 일해도 추가운송료가 없다. 그래서 화주(貨主)인 부품사업장을 상대로 화물노동자 처우개선을 노력 중이다. 그러나 부품공장 역시 원청과의 관계에서 납품단가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 사실상의 화주는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돼야 한다.
화물노동자는 주 6일, 한 달 24~25일을 일한다. 오전은 자신이 일하고 오후반은 정식기사를 고용해 운송할 경우 차주인 화물노동자는 사용자의 입장에 서게 되고 법률적 의무와 제약이 따른다. 말하자면 고용한 기사가 야간이나 토요일에 특근을 했을 경우 특근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화물운송료는 특근비가 감안되지 않는다. 당연히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착취하는 부분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자본은 하청 부품회사에 납품단가 인상을 억제하거나 심지어 깎아(후려치는) 이윤을 극대화 한다. 이 뿐만 아니라 화물노동자에 대한 운송료 역시 마찬가지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자동차 생산 전 과정인 연구, 설계, 자동차부품생산, 운송, 조립, 판매, 정비 등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는 다르지 않다.
그러나 원청노동자, 하청노동자, 특수고용직노동자(자영업자) 등 노동자가 속한 유형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 자본은 노동자를 분리지배하면서 단결을 약화시키고 이윤을 극대화 한다. 노동자들이 사업장은 물론이거니와 업종과 직종을 넘어 연대하고 투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월간<좌파> 38호, 2016년 6월호 게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