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록혁신당원모임 파르티잔 간담회 후기 : 진지하고 유쾌하게
2016년 8월 6일 토요일 노동당 중앙당 회의실에서 적록혁신당원모임 파르티잔 첫 준비모임을 진행했다. 제안자인 나와 회원들, 당원들, 관심 있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인사 나누고 토론하는 자리다. 폭염의 더위 속에서 일을 마치고 씻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푸른색 남방을 입고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고 중앙당에 도착했다. 에어컨을 켜지 말자고 하고 싶었는데 삼복 더위라 틀 수밖에 없었다. 화이트보드를 닦고 주제어들을 적었다. 부채질을 하며 커피 한잔 마셨다. 오늘 다룰 주제가 참 많구나.
각종 주의, 당파성, 이데올로기, 헤게모니 등의 범주들은 학적으로 접근하면 그 해석논쟁으로 끝도 없고 남는 것도 적다. 그것들을 학적, 이론적으로 공부했어도 진보정당 등의 소통공간에서는 간략한 개념만 공유하고 실제 당의 역사와 현재 당운영과 연결시키면서 설명하고 질문하고 논해야 한다. 담론은 진보정당운동의 이론과 경험과 실천을 관통해야 한다.
간담회든 토론이든 주제가 있는 시간은 치열하고 진지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되 뒤풀이 때는 즐겁게 속닥거리고 솔직하게 터놓고 화끈하게 놀아야 한다. 일할 때 진지하던 사람들이 유쾌하게 잘 놀아야 하는 게 나의 기조다. 공식행사나 토론 때는 얼버무리고서 사석에서 남들 뒷말 하고 이간질이나 하는 그런 문화를 지양해야 한다.
페이스북 멤버와 파르티잔 회원의 수
권용석 당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신희선 당원에게 페이스북그룹에 간담회 글을 올려두고 실시간으로 질문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이 되었고 먼저 온 참석자들부터 인사 나누었다. 글로 먼저 보고 실제로 처음 인사 나누면 무척 반갑고 금방 친해진다. 아 그런 글을 쓰던 사람이 이렇게 생겼구나. 목소리는 그렇구나. 대화는 글보다 훨씬 부드럽구나.
파르티잔은 당의 공식기구가 아니므로 굳이 어딘가에 보고할 필요도 명단을 공개할 이유도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궁금해 할 분들을 위해 간단히 공유한다. 파르티잔 페이스북 공개그룹의 멤버는 47명이다. 그 가운데 현재까지 참여의 뜻을 밝힌 사람들은 십수 명이다. 페북의 멤버는 이 당원모임에 대해 관심이 있고 그 안에서 오고가는 이야기와 정보들을 알림으로 확인하고 싶은 분들이다. 물론 응원의 표시이기도 하다. 정확한 회원과 멤버에 대한 구분은 차차 준비모임을 해가며 정립해 나갈 것이다.
전체 간담회 제목, {왜, 적/록/혁신/당원 모임인가?}
나는 참석자 모두에게 당신은 어떤 주의자인가 물었다. 사회주의자라는 대답이 제일 많았다. 제안자인 나는 어떤 주의자일까? 나는 주의(主義 ism)를 주의(注意 care)하는 사람이다. 나를 맑스주의자나 사회주의자일 거라고 추측하는 분들이 많은데, 굳이 그런 종류로 말하자면 ‘자유인의 연합으로서의 공동체’를 만들려는 사람이랄까. 노동당에는 어떤 사상과 노선과 이념을 지향하는 당원들이 다수인가 궁금했다. 이런 이야기를 당협에서 하겠는가 부문위에서 하겠는가. 전국위에서는 엿볼 수 있을까? 오직 대표단 선거에서나 그 선본의 공약을 보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당성과 당파성의 차이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그런 물음 자체를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었고 같다는 대답도 있었고 ‘자기가 속한 조직에 대한 충성’과 ‘계급에 대한 입장’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동당에는 당성이 강한 훌륭한 간부나 당원들이 많다. 그런데 노동당 자체는 한국 진보진영에서 어떤 좌표에 있고 어떤 정체성으로 평가받는가. 당명이 노동당이므로 노동자계급의 당파성에 조응하는 진보좌파정당이라 평가받는가. 민주노총은 어느 정당을 그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는가. 민주노총은 그러한가?
나는 이런 문제를 당원들이 평소에 고민해 보길 바란다. 당성과 당파성이 일치하면 얼마나 힘이 나겠는가. 그걸 일치시키는 노력은 누가 해야 하는가. 당명이 노동당이니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진보당이나 민중당이면 진보성과 민중성에 충실하면 족하다. 사회주의자가 제일 많은 노동당이라면 노동자계급의 당파성이라는 문제에 있어 중심정당으로 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노동당에서의 적색의 의미’에 대한 물음이 아니겠는가.
당운영의 초록화와 제비뽑기
나는 각종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자유인의 연합으로서의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내가 사회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것과 내가 노동당 당원으로서 당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당원들 다수의 지지를 받는 어떤 주의나 노선에 대해 존중하고 연대하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다. 당명이 마음에 안 들어도 그 이름으로 선거를 열심히 치르는 게 당성 아닌가.
이어 새로운 주제로서 녹색당이 존재하는 가운데 노동당만의 녹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자고 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생각이며 동시에 방식이다. 가치(형태)와 조직형태는 종종 그렇게 만난다. 내가 만든 말인데 ‘당운영의 초록화’는 좀더 민주적인 당을 만들고 아래로부터 무얼 만들어가는 문화를 늘리고 좀 더디거나 느리더라도 당원들의 뜻을 모아서 당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대의원이나 전국위원 제비뽑기의 득실에 대해서 참석자들과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하며 논했다. 개별 당협이나 시도위에서는 어렵겠지만 전국 단위 의결기구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출석률이 떨어진다고 걱정하지만 그런 제도를 통해 새롭게 발굴되고 기회를 얻는 당원들도 나타날 것이다.
민주적이고 원활한 당내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그것을 실천할 매체가 있어야 한다. 노동당의 매체들은 무엇이 있나? 결국 당원게시판으로 돌아오고 거기서 많은 것들이 논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자리 잡는다. 당 차원에서 좋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를 공유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책임정치다.
헤게모니와 당의 주인
당론은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는가? 당론은 어디서 어떻게 결정되는가? 그 과정에 대한 연구와 분석과 대안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의결기구를 혁신해야 한다. 대의원과 전국위원을 당원이 선출 하는가. 특정 정파가 낙점하는가. 과거에 그랬고 현재도 그랬다면 우리 당의 미래도 꼭 그래야만 하는가. 총선실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단이 사퇴하고 비대위가 설치되는 이 국면에도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고 바꾸어 보자는 의견은 왜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거기에 헤게모니의 비밀이 숨어 있다. 헤게모니가 무슨 뜻인가 물으니 대체로 주도권, 지배권 등의 권(력)의 공통점이 나왔다. 당연히 그람시의 이름도 [옥중수고]의 <현대의 군주>도 나와야 한다. 바람직한 뜻은 인민의 당원의 ‘동의에 의한 지배’나 ‘동의에 의한 주도권 장악’ 등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위원회의 헤게모니는 어디에 있나. 이 당의 헤게모니는 어떤 이들이 행사하는가. 또한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작동되는 형태들은 어떤가.
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다들 당원이라고 말한다. 만일 당원들이 주인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당권도 당원들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이리라. 각종 정치적 결정의 책임도 주인인 당원들에게 물어야 하리라. 역사적으로 당원들이 당을 만든 게 아니라 일부 핵심간부들이 조직들이 정파들이 당을 제안하고 나중에 당원들이 가입해왔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어렵지만 당원들이 참여하고 스스로 무얼 만들고 한 개인의 아이디어를 확성기를 통해 전체에게 전달해야 한다. 당원 참여를 누가 대신 만들어 주고 제공하겠는가.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데, 친절할 필요가 없는데, 어차피 경선 없이 정파나눠먹기로 출마하면 다 당선되는데. 이런데 어찌 책임정치가 가능하겠는가.
무게 중심을 당원쪽으로 조금만 옮기자
나는 주장한다. 당의 헤게모니를 당권의 중심을 단 한 발짝만 당원 쪽으로 옮기자고! 많이도 아니고 급하게도 아니고 그 첫걸음을 내딛자고! 누가? 우리가. 그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토론을 시작하고 있는 새로운 당원모임 파르티잔이 말이다. 한 다스의 강령보다 현실의 한 걸음을 전진시키자는 것이다.
무게 중심을 아주 조금만 바꾸어도 당은 서서히 달라질 것이다. 이미 그러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가. 그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지 않은가. 적록혁신당원모임 파르티잔의 실험이 비록 지금은 왜소해도 그 가능성은 창대하지 않은가. 그러니 동지들 밝고 맑은 마음으로 공공선을 고려하며 새로운 당풍 쇄신운동에 함께 하자. 그 과정들 자체에서 충분히 보상받을 것이다.
공표한 시각에 맞추어 간담회를 마쳤다. 좀더 압축된 주제로 깊고 넓게 토론했어야 했는데 참석자들의 의견도 더 길게 들었어야 했는데 첫 모임이다 보니 함께 논의하고 싶은 게 많았다. 오늘은 화두만 던지는 날이다. 앞으로 다양한 당원모임들로 풀어나가면 되리라.
십 수년 만의 당원참여와 잊지 못할 추억
뒤풀이는 노동당 중앙당 공식(?) 맥주집에서 열렸다. 당의 주요 정보는 술자리에서 듣게 된다. 지난해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후보자들이 결정되었는지 특정 정파에서 활약한 참석자로부터 듣게 되었다. 당원이었으나 십 수년 만에 처음으로 당내 모임에 참석하는 당원이 기타를 가지고 왔다. 민중가요와 포크곡들을 함께 불렀다. 이러한 추억은 오래오래 간직될 것이다. 영성 있는 모임에는 그에 어울리는 노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루터기>를 크게 불렀다.
이미 다른 참석자들의 후기들이 페북그룹에 등장하고 있는데 다들 유익하고 즐겁고 보람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글로만 소통하던 동무들을 만나고 술잔도 부딪히니 흥겹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냥 술 먹자고 모이는 것은 지속적일 수 없다. 진보정당 당원으로 지내면서 여러 경험과 추억이 있겠지만 이 당원모임이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어가는 그런 매개체이길 희망한다.
파르티잔의 회원은 점점 늘어갈 것인데 가령 30명이 되어도 그 전체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럴만한 일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방식을 유연하게 하면 된다. 5명이 모이는 게릴라식 당원모임과 행사를 계속 이어가다보면 다들 한두 번씩은 만나게 될 것이다. 또는 각 지역으로 방문하면 된다. 무엇보다 일상적으로 페북그룹을 통해 또 당게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면 된다.
이렇게 적록혁신당원모임 파르티잔의 첫 번째 준비모임은 생동감 넘치게 진행되었다. 토론은 진지하게 뒤풀이는 유쾌하게 라는 기조를 달성했다. 참석해 준 모든 당원과 동지들에게 고맙다. 멀리서 응원하고 관심 가져준 동지들에게도 밝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 이제 시작이다.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내겠다는 큰 욕심 없이 차근차근 나아가자. 파르티잔이 노동당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을, 그것을 선도하고 있는 멋진 당원모임이 될 것을 의심하지 말자.
제안자 오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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