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4기 마지막 전국위원회를 참관했습니다.
대표단이 올린 안건을 모두 마치고서, 전국위원 5인 발의로 올라온 6개의 안건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오후6시 넘은 시간이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안건을 심의하던 도중에 내년에 다루기로 하고 6개의 안건을 모두 철회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우선 일괄 철회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기왕에 발의된 안건이라면 하나하나 시시비비를 가렸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내년에 다룰 안건이면 내년으로 넘기고, 성립하지 않는 안건이면 폐기하고, 의결할 이유가 있는 안건이면 가부를 결정했어야 합니다. 당일에 회의를 일찍 끝내야 할 사정은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안건의 타당성을 가리지 않고 시간에 쫓겨 모두 내년으로 미룬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타당하지 않은 안건까지 포함해서 내년에 또 다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6개의 안건에 대해 지난 글에서 하나하나 의견을 밝혔으니 여기서는 재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자체로 성립하지 않는 안건에 대해서만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6개 안건 중에서 2개는 당헌 개정 사항입니다. 그런데 당헌 개정안과 함께 당규 개정안도 나란히 제출되었습니다. 이는 당헌을 개정한 후에 다룰 후속입법에 해당합니다. 상위법인 당헌을 개정하지 않았는데, 그에 위배되는 내용으로 하위법인 당규를 먼저 개정할 수는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전국위가 위헌법률을 만드는 셈이 됩니다. 이는 법체계 및 당헌당규체계의 기본적 절차이며 상식입니다. 요컨대 발의자가 당헌당규체계에 관한 기본적 인식과 검토 없이, 성립하지 않는 안건을 제출한 것입니다.
전국위를 지켜보면 답답한 광경이 간혹 벌어집니다. 회의규정도 모르는 경우를 목격하게 됩니다. 질의응답과 찬반토론, 질문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하여 혼용하는 경우도 있고 의사진행발언, 신상발언, 안건반려 등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발하거나 오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인의 잘못도 아니고 단지 전국위원들의 책임만도 아니라고 봅니다. 각자의 현업을 가진 전국위원들이 당헌당규를 모두 숙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각자 노력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안건을 발의할 때에는 절차와 내용에 대해 사려 깊은 검토가 있어야겠습니다. 특히 상근당직을 맡거나 집행부의 책임자를 맡은 전업활동가라면 더욱 높은 수준의 인식과 분별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안건의 발의자 중에 현직 서울시당 위원장도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당이 위기에 처했음은 누구나 아는 일입니다. 현상유지를 갖고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과감한 ‘도전’과 ‘실험’이 필요합니다. 이는 공론의 장에서 광범위한 참여와 토론에 의해 진행되어야 합니다. 중대한 안건을 기본적 인식과 검토 없이 졸속으로 올리고 철회하는 일은 진지한 도전과 실험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당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당직자는 그만큼 막중한 책임을 가집니다. 위정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국민이 고달파지는 모습을 우리는 지금 똑바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우리 당에서도 그런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당 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지나간 과오를 거듭 비판하지는 않겠습니다. 모두가 잘해보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믿습니다. 겸허하게 반성하고 차분히 노력하면 될 것입니다.
임기 종료를 앞둔 4기 전국위원 동지들의 그간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