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제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 대중들의 선택지는 ‘당선 가능한 후보’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매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후보들이 현격하게 보수야당에 밀리는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정당과 단체들은 언제나 진보후보 단일화를 모색합니다. 그러나 단일화마저도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이것이 진보정치의 현 주소이고 한계입니다.
얼마 전 민주노총이 민중경선으로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민주노총의 역량을 넘어선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이나 선거연합정당 논란’으로 좌초하였습니다. 민주노총의 단일화 시도는 마땅하고 평가할만하지만 과유불급이었습니다. 이제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 일은 산하조직들이 보수야당을 조직적으로 지지·지원하는 이탈행위를 막을 수 있는 대선방침을 정하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진보단일화의 공은 민주노총에서 진보정당으로 넘어왔습니다. 알다시피 어떤 진보정당도 노동자·민중을 대변할 수는 있지만,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정당 각자의 대선후보는 당의 결속이나 조직을 확대하거나 보수야당과의 정치협상을 염두에 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이는 거둘 수 있는 효과보다 치러야 할 대가가 더 클 것입니다. 따라서 후보단일화가 전제되지 않는 진보정당들의 독자후보 전술은 노동자·민중을 각자의 피난처로 안내할 수는 있겠지만, 대표하여 담아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9주째 타오르는 촛불은 ‘헬조선’으로 통칭되는 신자유주의가 일으킨 민생파탄 속에서 반민주적 국가운영에 대한 분노가 대중적으로 폭발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를 주도했던 보수야당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고 기득권의 일부로서 촛불이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대선에서 보수야당을 정치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은 진보정당들의 급박한 당면과제가 되는것입니다. 이를 방기하는 진보정당들은 그만큼 존재 이유와 가치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당들이 시도하고 할 수 있는 노동자·민중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치협상은 어떤 전제와 방식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요? 먼저 누가되든 ‘완주’를 전제해야 합니다. 둘째로 누가되든 ‘무소속 진보후보’로 출마해야 합니다. 셋째로 이에 동의하는 정당·단체·개인들이 공동으로 선거대책본부를 꾸려야 합니다. 넷째로 참여하는 정당·단체·개인들의 공개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해야 합니다.
현재 더민주당은 문재인이 중도에서 안희정을 통해 보수를, 이재명을 통해 진보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진보정당들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노동자·민중들의 당선가능성 있는 보수야당 후보로의 이동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진보정당들의 대중적 기반은 더 약화될 것입니다. 다양할 수밖에 없는 진보정치를 옥죄고 있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진보후보 단일화를 넘어서는 진보정치의 대중적 대안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기 대선국면에서 진보정당들이 해야 하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 이 정도가 최선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노동당이 이를 주도하길 바랍니다. 노동당의 대선후보 결정도 대선완주와 공동선대본 그리고 공개경선이라는 전제하에서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진보정당도 복수의 진보후보 구도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나 득표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위원회의 사려 깊은 논의와 결정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