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소장 잘 받았습니다.

by 최기원 posted Jul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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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최기원입니다. 

이갑용 당대표께서 친히 제소하신 당기위원회 제소장 잘 받았습니다. 보고서 나오고 순식간에 일이 진척되네요. 어떻게든 빨리 당의 평화를 구해야겠다는 조급함이 느껴집니다. 이에 부응해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1. 조사위원 오창익은 인권전문가인가, 공안검사인가

“안가를 운영했던 사람들은 똘아인가?” 
“알바연대 대표는 바지사장인가?”
“청년진보당 애들”
“청년좌파? 촌스럽다”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새파랗게 젊네” 
“이젠 좀 고분고분해졌네”

오창익 씨에게 조사를 받은 세 사람은 모두 인권침해에 가까운 모욕적 조사를 받았습니다. 운동과 개인에 대한 모욕적 평가, 진술 제지, 답변 강요 등 공안검사나 할 법한 취조를 당했습니다. 저는 이런 조사에 대해 도중에 항의하였으나 오창익 씨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고 배석한 진조위 실무위원 신기욱, 이진숙 씨 역시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왜 진조위는 피조사자들이 구체적으로 침해사실을 밝혔음에도 이에 대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는 것이죠? 또한 당의 공식기구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당 차원에서의 대처나 입장이 없나요? 보고서를 그대로 인정하여 제소한 것은 반인권적인 조사과정을 인정하겠다는 의미인가요? 당사자들이 녹음파일을 공개하고 민사소송과 진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뜻인가요?


2. 외부인사의 편견에는 누가 책임지나

"구교현의 노동당 대표 출마를 위해 (노조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조급하게 알바노조 활동을 강화한 것 아닌가"
"재정지원을 받은 것은 처음부터 노조의 자율성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
"언더조직은 알바노동자들을 동원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공안검사의 취조는 그 자체가 반인권적인 것뿐만 아니라, 이미 피조사자들에 대한 심각한 편견을 내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조사 때 편린을 드러냈던 말들이 보고서의 형태로 종이에 정착했을 때 편견이 미치는 영향을 짐작케 됩니다. 끊임없이 오창익 씨는 받아들일 수 없는 황당한 해석을 내놓았고 그 중 일부는 이렇게 버젓이 보고서에 실렸습니다. 노조를 위해 바친 2년 세월이 허망할 따름입니다. 이 모든 것이 언더조직의 흥행을 위해 꼭두각시 노릇을 한 것이라니 말입니다. 

객관성을 위해 부른 외부인사가 편견에 가득 차 있다면 누가 이를 제지할 수 있나요? 대다수 단체들이 진조위 제안을 거절해서 어쩔 수 없으니 공안검사를 불러오면 그 행태가 객관성을 갖추고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요? 진조위는 이런 자를 불러놓고 보고서에 고맙다는 인사치레를 했더군요. 이는 홍세화 위원장을 비롯한 실무위원들이 조사 과정에서 모욕적이고 부당한 발언과 황당무계한 편견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사실을 금으로 여겨야 할 보고서가 근거없는 의혹으로 도배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최근에 제가 듣기로 진조위 보고서는 진조위 내부에서 여러 차례 수정되었다고 하더군요. 이 과정이 오창익 씨를 비롯한 외부인사들의 편견이 수정되는 과정인지 아니면 정치적 고려에 의해 보고서가 윤색되는 과정인지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왜 최종보고서가 채택이 되었는지 이해해 보아야겠습니다. 모든 버전의 보고서를 공개하거나 전달해 주십시오. 


3. 당원을 배신한 진조위

도대체 이번 진조위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궁지에 몰린 SP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권파와 당대표의 권한을 사수하기 위해서? 반대파들을 도태시킬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전학협 해체파들의 한풀이에 소정의 자료라도 제공하기 위해서? 언더조직을 파헤친 르포라도 내기 위해서? 구시대적인 운동을 단죄한다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열거한 그 무엇도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폭로에서 드러난 혼전순결과 낙태금지 강요 논란의 전말, 노동당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어떤 비민주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저를 비롯한 피조사자들이 실제로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위계폭력을 저질렀는지 파악하고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기준은 당헌당규와 사실의 영역입니다. 그 이상은 월권이자 권한의 남용이구요.

그런데 보고서는 그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까? 진조위 보고서를 보세요. 6하 원칙에 따른 서술이 한 단락이라도 있습니까? 누가 어떻게 무슨 행동을 저질렀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그 맥락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언더조직의 약간의 실태와 진조위원장의 감상과 당부가 있을 뿐입니다. 저는 혼전순결 낙태금지 문서 관련 질문조차 받지 못했으며 당의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대한 문제 역시 전혀 조사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노조의 실질적 위원장이라는 폭로 내용에 대한 검증 역시 매우 형식적이었으며 해명을 제지당했습니다. 저를 조사한 오창익씨의 관심사는 오로지 노조의 후원금 문제였을 뿐입니다.

이 보고서는 파레토 균형입니다. 진조위는 누군가의 모가지를 내놓아 명분을 세우고, 당권파와 SP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반대파는 언더조직을 확증합니다. 물론 모두가 조금씩 불만족스럽기는 할 거에요. 하지만 더 이상의 균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보고서에도 당 전체가 침묵을 지키는 겁니다. 목 세 개만 치면 얻을 수 있는 평화를 누가 마다할까요? 피조사자의 권리를 떠나 이 보고서 자체가 당원을 배신하고 기만한 결과입니다. 피조사자가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합니까? 이런 기만적인 보고서에 만세 삼창을 하며 일사천리로 제소를 서두르는 모습에 박수를 쳐줘야 하나요?


4. 보고서 내놓고 해산하면 어떻게 하나

저는 보고서 관련 진조위에 이하의 질의를 한 바 있습니다.
http://laborparty.kr/index.php?mid=bd_member&page=2&document_srl=1757006

하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답변을 받지 못했으며, 당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재촉을 하니 그제서야 진조위 실무위원과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녹취록과 녹음파일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답변은 진조위원장도 프랑스에 있고 진상조사위원회가 해산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보고서 내놓고 해산하면, 보고서의 과실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집니까? 황당한 보고서가 나와도 그러려니 하면서 손가락 빨고 있다가 조용히 오라를 받으라는 의미입니까? 보고서나 녹취록에 대한 피드백이나 사실관계에 대한 서술 확인 등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어이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조사 받고 보고서 받고, 당기위 피제소. 이게 끝입니다. 악명높은 대한민국 사법기관도 이런 식으로 조사하진 않습니다. 제가 위에서 답변이나 확인을 요구한 내용도 사실상 공염불이 되는건가요? 모욕적인 조사에 대한 사과나 공식 입장은 영영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인가요?


5. 무엇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죠?

“이번 알바노조 사태의 관련자들(구교현, 박정훈, 최기원)을 당기위원회에 회부하여, ‘혼전 순결, 낙태금지’ 등의 파장으로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탈당 사태를 불러온 책임을 물을 것.”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탈당 사태를 불러온 책임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아직도 답변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혼전순결 낙태금지 논란의 직접적 행위자로서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문장을 언뜻 보면 당연히 전자로 읽히지 않나요? 거명된 3인이 혼전순결 낙태금지 규칙을 강요한 당사자로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저는 입장에서 밝혔듯 해당 문건의 존재조차 몰랐는데다가 조사 과정에서 해당 문건과 규칙에 대한 질문조차 없는 등 조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제가 직접적 당사자로 버젓이 규정되는 것은 부당합니다. 대단히 모욕적이고 인격살인을 당한 느낌입니다. 또한 “2009년 이후로는 언더조직의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가입을 권유하거나 누군가를 지도하거나 지도받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알바노조와 노동당에 소속되어 있던 기간 동안 언더조직의 운영 실태나 언더조직이 노조와 정당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를 조사 과정에서 진술하였습니다.” 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만약 후자의 해석,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이건 진조위의 월권입니다. 진조위의 역할은 어떤 행위가 당의 정신에 위반되었는지 가려내고 그 책임이 있는 자를 알아내는 것이 한계가 아닌가요. 폭로의 진위여부, 책임성 여부와 상관없이 그저 니들이 폭로를 불러일으킨 사람들이니까 니들이 책임지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이 모든 과정을 희생양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품지도 않은 생각과 하지도 않은 일에 책임질 수 없어요. 이 책임의 의미는 중요합니다. 해산했다고 깔아뭉갤만할 질문이 아니란 겁니다. 


6. 왜 허영구 당원은 조사하지 않았죠?

불편한 질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허영구 당원이 이가현 당원의 폭로에 언급된 것은 매우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것은 구교현, 박정훈, 최기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허영구 당원을 조사하지 않았으며 책임 역시 묻지 않았습니다. 왜 구교현, 박정훈, 최기원에게만 그 책임을 묻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기소임의주의국가라 조사도 임의적으로 하신건가요? 불온한 상상과 짐작을 하지 않도록 명확한 답변을 해 주셔야 하는 문제입니다. 

김길오 전 당원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를 했다는 부분도 특이합니다. 청년 3인은 대면조사를 하고 특별히 김길오 전 당원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로 갈음할 이유가 있습니까? 모욕적인 대면조사를 받았던 사람으로서 이런 부분에서도 진조위의 의도가 의심됩니다. 때문에 이 점 역시 질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 이런 보고서 통과시키고 잠자리는 편안합니까?

모욕적이고 반인권적인 조사 
제지할 수 없었던 외부인사의 편견과 의혹
보고서라고 볼 수 없는 목적을 망각한 서술 
검찰만도 못한 수사와 무책임한 해산 
인과관계가 없는 책임자 지목
특정인을 조사에서 누락

이런 보고서 받아서 당기위원회 넘기면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대표단만 그런 상상을 하시는 것 같지만요. 예전에 진조위를 믿어달라고 열심히 말씀하셨던 것 압니다. 그런데 이런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믿고 간다구요? 피조사자들이 반인권적인 취조를 당했는데 그래도 전적으로 신뢰한다구요? 의혹과 편견만 가득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밝혀내지도 못했는데요? 피조사자들이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지 알 수 없는 결론을 그대로 받아든다구요? 사태를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싶은 욕망이 모든 정의감각을 마비시켰다고 밖에 말할 수 없군요. 기가 찹니다. 
 
진조위 보고서는 절차와 내용 모든 측면에서 보고서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문서입니다. 그저 정치적으로 생존하고 싶은 욕망, 논란을 축소하고 싶은 욕망, 편견을 관철시키고 싶은 욕망 따위가 어우러져 당원들이 위임한 권한과 피조사자들의 권리는 안드로메다로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화합과 새출발을 위해 목이 필요하다구요? 좋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좋습니다. 나란히 목을 베어 영등포 당사에 걸어 놓고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침이라도 한 번씩 뱉게 하십시오. 얼마나 아름다운 당을 만들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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