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전략' 비판 - 이것을 정치기획서라고 할 수 있을까? -

by 담쟁이 posted Jun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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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년의 전략비판

- 이것을 정치기획서라고 할 수 있을까? -

 

‘3년의 전략에 대한 인상비평으로부터 시작해야겠다. 처음에는 어떤 기본소득연구자가 노동당에 어설픈 정치기획을 제안하는 문건인 줄 알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이 문건을 쓴 사람의 이름을 가리고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인상비평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인상비평이 아니라는 게 오늘의 첫 번째 글에서 우선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다.

 

참고로, 사회운동정당노선에 대해 해설한 내용은 자세히 거론하지 않겠다. 이것만으로도 논쟁거리가 한 무더기다. 사회운동정당에 대한 시각이 다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당 내에서 사회운동정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합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진리를 선언하고 가르치려고 한다. 당원들을 가르치려는 이러한 태도가 특히 문제 발생의 큰 원인이라는 것을 언급하는 것으로 오늘은 일단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세한 토론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첫째, 다짜고짜 기본소득이 왜 해방적 기획인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통상 정당의 정치기획서라면 응당 있어야 할 정치지형에 대한 분석, 경쟁하는 각 정당간의 관계, 해당 시기의 정치적 목표나 과제 등으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운동을 중심에 놓고 쓴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필자의 기획대로라면 노동당은 대선 후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하지만, 실제로 이 문건은 기본소득운동 성장전략이지 정당의 성장전략서가 아니다.

 

둘째, 문건의 분량과 문체가 그렇다. 전체 16쪽 중, 10쪽이 사회운동정당 노선에 대한 해설과 왜 기본소득이 해방적 기획인지에 대한 학술적 주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체와 용어의 구사도 전형적인 논문이다.

 

셋째, 정치기획이라고 할 수 있는 11쪽 이하의 내용은 수많은 가정과 공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희망사항을 담았을 뿐 각각 시기마다의 과제를 현실화할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이 기획에서는 대선에서의 당 성장을 목표로 역순으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 ‘당명 개정 -> 기본소득 전선 형성을 통한 총선 대응 -> 기본소득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으로서 등장 -> 대선 전까지 기본소득에 동의하는 정치적 대중 형성 -> 기본소득 대통령 선거 대응 -> 당 성장이라는 과제를 순차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각각의 연결고리 역시 허술하고 공백이 많다. 당명 개정이 기본소득 공동전선 형성에 이로울 것인가? 기본소득의 정치적 성과를 독점하려는 조급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공동전선 형성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어떠한 경로로 공동전선을 형성할 것인가? 대상은? 그들이 얻을 성과는 무엇이라고 설득할 것인가? 기본소득을 의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기존에는 왜 의제로 만들지 못했나? 사회운동단체가 아니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가 한다고 될 것인가? 미디어 전략은? 매체수단 뿐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고리로 할 것인가? 당이 독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본소득운동의 형성을 왜 당명 개정 이후, 특히 총선 이후에 하는가? 대선에서 누가 우리에게 주목해준대? 등등 숱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왜 그런 과제를 제시했는지, 각 단계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정치기획서라면 응당히 있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과 역량, 강점과 약점, 기회요소와 위험요소에 대한 판단이 전혀 없다. 순차적으로 제시한 어느 하나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마지막에 희망차게 제시한 당의 성장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모든 걸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있는지 의심스럽다.

 

넷째, 이 기획의 첫 실천방안은 당명 개정으로 시작한다. 모든 실행방안의 출발점은 당명 개정이다. ? 납득할만한 설명이 부족하다.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이 노동, 젠더, 생태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연결하는 기표가 될 것이다? 글쎄다. 그건 당위이지 현실이 아니다. 마땅히 기본소득운동 진영이 그렇게 만들어야 할 지상명령이지 현실의 노동운동, 젠더운동, 생태운동 어디에서도 기본소득을 그렇게 보는 사람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일 것이다. 출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른 방안에 대한 검토도 없다. 기본소득 공동전선으로 시작하면 안 되나? 당의 주체가 되어 대중운동을 건설함으로써 대중에게 기본소득당으로 각인시키는 것으로 출발하면 안 되나? 알 수 없다. 이런 다양한 다른 시도들을 검토했는지 여부도 이 문건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 당명 개정이 한 정당에 어떤 의미인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정당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쓴 것 같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다섯째, 대한민국 학문연구자 특유의 조급성이 보인다. 근대화 이후 우리 문화는 서양문명의 이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식된 성리학을 버리고 서양의 기독교문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자기 나라의 구체적 현실과 역사적 경험 속에서 반성하고 배우지 못하고, 자신의 역사가 설령 과오가 크더라도 직시하여 거기서 대안을 끌어내지 않는다. 대신 일차원적으로 외부로 눈을 돌리고 발전된 이론이라고 하여 맥락 없이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것으로 그친다. 대한민국의 지식계는 좌우를 막론하고 우리보다 발전한 나라의 앞선 이론을 하루라도 빨리 가져다가 소개하고 벤치마킹하자고 떠들어대는 놈이 출세하는 구조다. 시대와 상황이 변하면 평가도 없이 재빨리 다른 것으로 갈아타면 그만이다. 기본소득당으로 당명을 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이 역시 먼저 선점하려는 자들의 조급성이 보인다.

 

여섯째, 기본소득의 기치를 들면 성공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기본소득으로 대선을 치르면 당은 성장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근거는 없고 당위만 있다. 우리 정치 현실 속에서 언론의 태도를 보자.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우리가 하면 안 실어준다. 정의당이 진보대표정당의 자리를 차지한 마당에 미미하기 그지 없고, 실현가능성과 능력도 없어 보이는 정당의 주장을 언론이 소위 정치적 중립을 무릅쓰고 실어줄까? 이를 돌파할 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이를 돌파할 기획력과 실행력이 없다. 매체전략과 홍보전략도 없고, 부족하다면 이를 육성할 계획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스위스의 기본소득 운동은 국민투표라는 대중운동을 기획하여 전 세계에 기본소득을 홍보하는 훌륭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우리 기본소득운동은 이만한 기획력과 실행력을 가지고 있나? 대한민국에 기본소득운동이 도입된 십 수년 이래의 기획력과 실행력 부족이 우리가 당명 바꾼다고 달라지나? 노동당에서 점점 메말라가고 있는 인적자원과 물적자원, 그리고 이의 결과로써 벌어지는 기획력과 집행력의 부족이 우리가 당명을 바꾸면 하루 아침에 달라지나?

 

 

이쯤 되면, 이런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다. 그래서? 너의 대안은 무언데? 무언가 해보려는 사람의 발목이나 잡는 소리 하지 말고 너의 대안을 제시해!!! 없으면, 젊은 사람들이 용기 내서 나섰는데 따라 주는 게 좋지 않을까?

 

글쎄다. 이 주장은 웬만하면신임 지도부의 방침을 따라 주자는 것이다. 웬만한 수준의 대안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총족되어야 한다. 아마추어 수준의 기획을 바탕으로, 당 상황이 어찌 될지 대의원대회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 깊이 생각도 안 한 상태에서 당을 몇 갈래로 갈라놓을 엄청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다양한 가치의 공존과 환대의 정치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바벨탑 쌓기라며 고참 당원과 노동의제를 조롱하고, ‘당명 바뀌면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고 태연히 이야기 한다. 기본소득이 다양한 사회운동을 연결하는 준거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막상 다른 사회운동 영역에 있는 내부의 당원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편 가르기를 통해서 새로운 편을 만들자고 하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당 내부에서 편을 가르고 있고 종국에는 그나마 남아 있는 소중한 인적 기반마저 허무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게 웬만한 건가?

 

마지막으로, 대안을 제시하라고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유념할 게 하나 있다. 지금 현재의 상황이 우리가 대안을 토론하는 국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내일(66) 전국위원회 안건의 내용은 대안을 논의하자가 아니다. ‘기본소득당으로 당명을 개정하여 주십시오이다. 건설적 논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앞으로 당명을 결정할 대의원대회가 예정된 77일까지는 엄청난 찬반의 회오리 속에 탈당자가 속출하는 양상이 빚어질 것이다. 안 그래도 힘들고 지친 당원들에게 짜증과 고통과 환멸을 증폭시킬 기회를 당 지도부가 우리에게 선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판만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좋다. 그렇다면, 다음 글에서는 이것을 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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