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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천 전국위원의 무더기 안건 발의에 대한 유감

 

구형구 (서울 용산 당원)

 

123()에 있을 412차 전국위원회를 앞두고 정상천 전국위원이 6개의 안건을 제안했으며 5인 전국위원 연명에 의해 발의가 성립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자료실에 추가 공지된 회의자료 파일을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발의자 : 김상철 김희성 이건수 정상천 최애란)

 

전국위원으로서 당의 제도와 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믿으며 그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발의한 안건의 내용과 발의 과정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립니다.

 

 

발의 과정

 

전국위원회는 전당적 사안을 결정하는 일상적 의결기구입니다. 전국위의 결정은 그만큼 중요하기에 안건 제출 과정에서도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전국위 안건 발의 절차는 대표단 발의와 전국위원 발의로 구분됩니다.

대표단이 발의하는 안건은 중앙당 집행위에서 각 부서장들의 논의를 거쳐 성안하고 대표단회의에서 발의를 결정하며 광역시도당위원장과 부문위원장들이 모인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심의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전국위에 제출합니다.

전국위원 발의 안건도 그에 준하는 논의와 검토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11월에 이건수 정상천 두 분 전국위원들의 제안에 의해 3차에 걸친 당헌당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전국위원들이 안건을 발의하기 위해 당원 의견을 수렴하는 좋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안건을 준비하는지 경청하고 혹시 필요하다면 의견도 말씀드리고자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면 모든 토론회에 참석하고자 했으나 개인 사정 때문에 2차 토론회만 참석했습니다. 1차 토론회는 제안자 포함해서 3명이 참석했다고 들었습니다. 3차 토론회는 결과 공지가 없어서 실제 이뤄졌는지, 몇 명이 참석했는지, 어떤 의견들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참석한 2차 토론회에 대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차 토론회도 3명이 참석했습니다. 제안자 제외하고 순수한 당원 참석은 나 혼자뿐인 셈입니다. 그나마 한 분은 사정상 먼저 나가고 사실상 정상천 전국위원과 단 둘이 토론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참석자가 적어서 아쉬웠지만 그만큼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눌 기회는 충분히 주어졌습니다.

참고로 2차 토론회 결과를 공지했기에 링크합니다. 평당원 참석자가 나 혼자였기에 공지에 나온 의견들은 거의 다 내가 발언한 내용입니다.

http://www2.laborparty.kr/index.php?_filter=search&mid=bd_member&search_keyword=%EB%8B%B9%ED%97%8C%EB%8B%B9%EA%B7%9C+%ED%86%A0%EB%A1%A0%ED%9A%8C&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1706785

 

이번에 제출한 6개 안건 중에서 정책수집단 설치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안건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동의할 수 있고 어떤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당헌 개정 사항이기에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다룰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의견들을 소상히 말씀드렸으며 정상천 전국위원은 성실하게 경청하고 꼼꼼하게 메모하며 진지한 자세로 토론에 임했습니다.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경우도 있었으나 보람 있는 토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제 발의한 안건을 보니 토론 내용과 상관없이 애초에 제안자들이 만든 안건들을 하나도 다르지 않게 그대로 발의했습니다. 내가 참석하지 못한 앞뒤 두 차례 토론회에서 얼마나 많은 찬성 의견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내가 말한 것들이 혼자만의 의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정상천 전국위원 본인이 공감한 의견을 포함해서 어떠한 반대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제안자들 생각대로 발의할 거라면 토론은 왜 했는지 의문입니다.

 

 

안건 내용

 

안건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는 안건 내용에 대한 의견을 건조하게 말씀드립니다. 순서는 제출한 순서 그대로입니다. 안건 내용은 자료실에 추가 공지된 412차 전국위 회의자료 파일을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1. 당 대회의 사업의제 결정권 신설에 관한 당헌·당규 개정안

 

안건 취지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위의 안건대로 하자면 매년 사업계획 수립 순서는 다음과 같이 됩니다.

사업의제 제출 -> 당대회 사업의제 결정 -> 대표단 사업계획 제출 -> 전국위 사업계획 승인

이러한 과정을 매년 하반기 내에 경과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우리 당의 당대회와 전국위가 국회처럼 상시회의 체제를 갖추기 어렵습니다. 대의원과 전국위원들은 전업활동가가 아니고 각자 자기 공간에서 현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위의 절차를 매년 거치기보다는 현행대로 2년마다 있는 정기당대회를 실질적인 정책당대회로 치러 내실을 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위의 안건을 굳이 논의하자면 내년 당대회준비위에서 논의함이 타당합니다. 2년 주기의 정기당대회를 1년 주기로 고치려면 당헌을 개정해야 합니다. 당헌 개정은 당대회 권한입니다. 내년 5월로 예정된 정기당대회에서 결정할 일입니다. 그렇다면 정기당대회를 앞두고 구성되는 당대회준비위에서 논의하면 됩니다. 곧 임기가 마감되는 4기 전국위가 결정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2. 전국위원회 의장 및 부의장 신설 당헌·당규 개정안

 

내용에는 이견 없습니다. 그러나 이 안건도 당헌 개정사항입니다. 내년 당대회준비위에서 논의할 일입니다. 이유는 위와 같습니다.

 

 

3. 당연직 전국위원 축소와 당연직 대의원 추가에 관한 당규 개정안

 

국가기관인 경우 대통령제 헌법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를 분리함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당조직은 국가기관과 다릅니다. 전국위는 전당적 사안을 결정합니다. 전국위 결정사항은 당의 모든 지역당부가 실천해야 합니다. 광역시도당위원장들이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해야 집행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당연직 비율이 높아진 것은 당권자 감소 때문에 선출직 비율이 낮아져서 발생하는 상대적 현상입니다. 이는 별도로 해결할 문제입니다.

 

집행과 의결을 분리한다는 취지로 시도당위원장을 당연직 전국위원에서 제외한다면, 같은 논리로 당협위원장을 당연직 대의원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또한 각 시도당 운영위원회는 대부분 당협위원장들로 구성됩니다. 위와 같은 논리라면 시도당 운영위에서도 당협위원장을 제외해야 합니다.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4. 자원추첨 전국위원 선출에 관한 당규 개정안

 

추첨제는 대의제 원리에 위배됩니다. 대의기구 성원은 선출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그 결과에 대해 선출권자에게 책임져야 합니다. 추첨제 전국위원은 선출되지 않았기에 누구로부터도 권한을 위임받은 바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의결행위에 대해 누구에게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또한 추첨제 전국위원은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국가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이, 정당의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옵니다. 검증되지 않고 선출되지 않은 자에게 권한을 준다면 당원의 대표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당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활동가가 아닌 평당원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도 실제로는 반대로 작용할 것입니다. 추첨에 자원하는 사람은 순수한 평당원보다는 활동가이거나 특정 정파에 소속된 당원이 다수일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완성된 형태는 직접민주주의일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했던 것은 노예를 소유한 성인 남성, 즉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만을 시민으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대의제를 하는 것은 모든 구성원이 전업활동가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의제 원리에서 벗어나는 추첨제를 도입하려면 차라리 의결기관 구성원 모두를 무작위로 추첨하거나 모든 당원의 윤번제를 실시하여 직접민주주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렇지 않고서 대의제 아래서 추첨제 도입은 당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5. (가칭)정책수집단 설치의 건

 

이러한 집단을 만들려면 굳이 전국위 의결을 거치지 말고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중앙당의 상근역량이 업무를 지원하는 구조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의 사업단위가 구성되면 누군가가 회의 준비, 연락, 문서 작성 등등의 업무를 담당해야 합니다. 정책수집단이라면 당연히 정책담당자가 하게 되겠죠. 중앙당 정책부서에 상근자는 1인뿐입니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정책부서에 업무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지금도 정책위원회 산하에 비상근 정책위원들이 있습니다. 차라리 이를 활성화함이 현명합니다.

더구나 내용의 타당성과 별개로 절차상 터무니없는 안건입니다. 5기 전국위에서 활동할 사업단을 임기가 끝나가는 4기 전국위가 설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내용이든 절차든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6. 대의기구 구성원의 개인정보 공유를 위한 당규 개정의 건

- 유일하게 이견 없습니다.

 

 

 

결론

 

정상천 전국위원 등이 발의한 안건들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그나마 토론회에 참석한 몇 안 되는 당원의 진지한 의견조차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발의에 동의한 전국위원들도 제대로 검토하고 서명했는지 의문입니다. 제대로 검토했다면 저토록 신속한 서명이 가능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검토했듯이, 6개의 안건 중에서 3개는 이번 전국위에서 다룰 이유가 없으며, 2개는 타당하지 않은 안건입니다.

 

 

정상천 전국위원 등의 무더기 발의에 의해 전국위 안건은 무려 13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비상한 시국입니다. 물론 외부 정세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시급히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합니다. 정작 필요하다면 전국위원 발의가 10, 20개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과정에서든 내용에서든 부실하고 부적절한 안건을 무더기로 발의한 데 대해 그 노고에도 불구하고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은 개인의 욕구와 호기심을 시험하는 곳이 아닙니다. 당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전국위원의 역할은 더욱 막중합니다. 전국위원의 안건 발의권은 당원이 위임한 소중한 권한입니다. 이처럼 취향에 따라 남발하라고 주어진 권한이 아닙니다.

 

비상한 시국에 각 지역에서 분투하는 전국위원들이 빠듯한 시간과 비용을 쪼개서 천리 길을 마다않고 전국위에 참석할 것입니다. 전국위가 열리는 이번 주말에도 촛불항쟁이 있을 것입니다. 그 시각에도 우리는 할 일은 해야겠기에 전국위를 치르는 것입니다. 그 귀중한 시간을 이처럼 졸속으로 남발한 안건들을 다루기 위해 허비하게 되었습니다.

심히 유감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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