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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명 개정을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구조는 이렇습니다.


1) 당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 "사회운동정당" 만들자.

2) "사회운동정당"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강령을 개정해야 한다.

3) 강령에 맞는 조직구조를 개편하고 당의 운영원리도 바꿔야 한다.

4) 다 바뀌었으니 그에 걸맞은 당명으로 바꾼다.


이 논리는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름이라는 것은 그 실속에 맞게 만들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름에 맞는 실속을 갖춰야 하는 거죠.

그래서 당명을 개정하자고 하는 분들은 일관되게 당의 성격을 바꾸고, 

그에 따른 논리적 귀결로서 당명을 바꾸자고 하는 것이기에 구조상으로는 틀린 게 없습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시작됩니다. 

당의 성격을 바꾸자는 것은 적실한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이 ok로 나오면 당명 개정까지 가야 합니다.

반대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이 no로 나오면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애초에 당 성격을 바꾸자는 문제제기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 것은, 

1) 통상 정당이나 정치를 논하는 과정에서 운위되던 "사회운동정당"의 개념과 당의 성격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사회운동정당"의 개념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여기에서부터 혼란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정작 "사회운동정당"을 주장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들조차도 개념부터 헷갈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자신들도 소화되지 않은 개념으로 "사회운동정당"을 이야기하니, 정당이라는 본연의 정치조직에 대한 이해는 배제되고 지역과 현장이라는 정당정치의 물적 기반을 폐기하게 되며, 사회운동정당으로서 갖추어야 할 이념적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동정치"를 부차화시키는 논리를 전개하게 됩니다.


2) "사회운동정당"을 주장하는 분들의 논거 또한 적절하지 않습니다. 어떤 글을 보니 스페인의 포데모스나 독일의 좌파당을 꺼내들면서 "사회운동정당"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과거 결집하자던 사람들이 포데모스나 시리자 꺼내들던 모습과 겹치더군요. 그들의 현재가 있기까지, 그들이 지역과 현장을 어떻게 확보했으며, 지금 이 시기에도 바로 그렇게 확보된 지역과 현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결집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봐라, 뭉치니까 되지 않느냐"는 희안한 논리를 제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봐라, 의제 확실하면 되지 않느냐"는 수준에 머문 외국사례의 동원은 아전인수에 불과합니다.


분석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니, 여기서 접기로 하고, 다만 애초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논의가 당명개정 찬반여부로 몰려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겠죠. 


이와 관련하여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당 성격, 강령, 당명 다 바꾸자

2) 당 성격, 강령은 바꾸되 당명은 바꾸지 말자

3) 당 성격, 강령은 물론 당명도 바꾸지 말자


4지선다로 하자면 4) '당명은 바꾸되 당 성격, 강령은 바꾸지 말자'도 있어야겠으나 그런 주장은 아직 못봤으니 뺍시다.


당명 개정을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적 일관성을 전제로 한다면, 실상 저 선택지 중 2)번 항목은 부적절합니다.

당 성격과 강령을 현재 주장하는 분들의 입장대로 바꾼다면 당명을 개정하는 것이 맞죠.

노동이 빠진 정당이 노동당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실지로 이것은 대중들에게 잘못된 정치적 사인을 보내는 것이므로 특히 진보정당이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당 성격과 강령을 바꾸는데 찬성하시는 분들이라면 당명개정을 찬성하시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합니다. 따라서 당명개정을 반대하는 분들이라면, 당 성격전환과 강령개정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동의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당명 개정을 반대하는 저의 입장은 일관되게 당 성격 및 강령까지도 지금 주장되는 것처럼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노동당이 당명에 걸맞은 활동을 그동안 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어떻게 제대로 된 당명에 어울리는 정치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그 전제 하에서 일부 강령의 개정이나 당 운영의 변경은 가능할 것입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당 성격 전환의 논거나 당명 개정의 논거 어느 것도 동의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이미 전국위 안건으로 당 성격전환을 위한 강령개정안과 당명개정안이 다 올라가 있더군요.

안건 다 올려놓고 그 안건의 성립여부가 달려 있는 여론조사하는 건 듣도 보도 못한 당 운영방식입니다.

게다가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그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겠다는 기준도 제시되지 않는 이런 조사, 생전 처음입니다.

의결절차가 아닌 여론조사임에도 당권당원으로 한정해서 여론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용상으로도 그렇고 절차상으로도 이게 과연 정치를 하는 정당에서 추진하는, 그것도 민주적 내용과 절차를 생명으로 아는 진보정당이 추진하는 것일 수 있는지, 이러려고 그동안 정당운동 해왔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입니다.


자기 논리가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지금 당명개정하자는 분들이 제시한 논리와 절차는 그냥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민주적 정당성의 외피만을 두른 것일 뿐입니다.

거듭, 당명개정은 물론이려니와 당 성격전환, 강령개정 어느 하나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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