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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사회당계입니까?”

 

201612월 제가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받았던 질문입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무엇보다 답변이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는, 유쾌하지 않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원을 만나는 과정에서 제가 행동하는의사회와 함께 이미 사회당계로 분류되고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회당계인 것일까요?

 

1992년 교회 선배의 권유를 받고 백기완 대통령선거운동에 참여하면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의예과 학생이던 저는 학생운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민중후보가 대통령에 출마할 만큼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강경대가 백골단에 맞아 죽던 노태우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의예과에서 몸 사리지 않고 가장 헌신적으로 투쟁하던 학생들은 [전국학생연대] 소속이었습니다. 몇 차례 과방을 드나들자, 저도 가입 권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들처럼 시위대의 맨 앞에 서서 쇠파이프나 화염병을 들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파에 속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김영삼 문민정부의 충격으로 1993년은 시위가 없는 해였습니다. 학생운동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의대 본과를 주도하던 운동은 보건의료계열운동’, 지금으로 말하면 의제운동이었습니다. 저는 그 운동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의대생 모두와 함께 하는운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데 당시 그 운동의 비정파심지어 반정파적인 분위기가 편하기도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학생운동 정파 사이 치열한 경쟁과 대결에 낄 필요가 없었습니다. 의대 공부를 하면서 이대로 의사가 되는 인생 경로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습니다.

 

1994년이 되자 많은 학생들은 세상이 바뀌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잠잠하던 학생운동이 다시 달아올랐습니다. 그리고 의대 본과에도 [전국학생연대] 지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들은 시위의 맨 앞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닭장차 신세와 유급을 밥 먹듯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의대생은 보건의료계열운동에 머물러도 좋은가?’, ‘이대로 의사가 되어도 좋은가?’ 불편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습니다. 그리고 당 건설 투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던 저에게 //는 거부할 수 없는 울림을 주었습니다. 전 학생연대 친구들 곁을 배회했습니다. 당연히 가입 권유를 받았습니다. 제가 언더조직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도 그 때였습니다. 당 건설 투쟁을 위한 비공개 공동체라고 들었습니다. 전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주위 학생들에게 정파원으로 찍히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리고 언더조직이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도망친 덕에 전 의대 학생회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이름 덕에 전국 의대생운동의 대표자가 되었습니다. 의대를 졸업할 때까지 전국의 여러 정파 그리고 무정파 보건의료계열 학생운동가들을 두루 만나고 사귈 수 있었습니다.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던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되었고, 의사들이 총파업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결할 수 있는 진보적인 의사대중운동이 필요했습니다. 선한 마음을 가진 많은 의사들이 손쉽게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의사단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민주주의 투쟁과 의료정책운동을 주로 하는, 그래서 다수의 의사들이 참여하기 힘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는 달라야했습니다. 그러니 비정치적이어도 좋았습니다. 아니 비정치적이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행동하는의사회]를 창립하고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옛 학생연대 친구들도 다시 만났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사회당 입당을 권했습니다. 역시나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행동하는의사회]가 특정 정당과 가깝다고 찍히는 것이 싫었습니다. 제가 사회당 당원이 되면, 행여나 무정파 의사 회원들이 저를 멀리하지 않을까 겁이 났습니다.

 

2006년 가을 우울증으로 모든 활동을 그만두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자 영영 돌아올 것 같지 않았던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제 인생의 과제에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과 운동. 저는 이 둘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흔들려왔습니다. 그 동요도 이젠 지긋지긋 했습니다. 막대를 극한으로 구부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에 가입했습니다.

 

수없는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총성이 있기도 없기도 했지만, 제가 본 현장은 전쟁터였습니다. 전쟁터에는 낭만이나 환상이 들어설 자리가 전혀 없습니다. ‘거리두기따위는 회피이며, 결국 적을 돕는 행위인 곳입니다. 이 전쟁을 궁극적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정치였습니다. 2015년 시에라리온에서 돌아오고 얼마 후, 저는 노동당에 입당했습니다. 이곳에서 옛 사회당 친구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저의 비겁함을, 정치와 거리두기를 이제는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저는 사회당계인 것일까요?

 

이 질문에는 저의 비겁함이 숨어있습니다. 2월 초 내부폭로사태 이후, 많은 사회당계 동지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사회당계와 그 인맥 전체가 당을 파괴하고 있다는 낙인, 소위 언더라는 비공개 조직 형식에 대한 혐오를 목격했습니다. 오랜 세월 그 언더를 동경했으나 주위를 맴돌기만 했던 저에게, 무척 당황스러운 사태 전개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침묵했습니다. 사회당계와 엮이질 원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비난과 조사는 사람과 그 인맥이 아니라 행위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문제가 된 언더조직, 작년에 해체되었다고 알려진 청년 비공개 조직과 관련된 사태에서, 핵심은 낙태금지와 혼전순결 문제라고 봅니다. 설사 그것이 권유였다고 하더라도, 저는 노동당 당헌 당규의 정신과 가치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공개 조직의 선배가 하는 권유는 맥락에 따라 충분히 강요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난의 주된 대상을 비공개 조직의 존재 여부에 두는 것은 사태의 핵심에서 많이 벗어납니다.

 

저의 첫 정당 노동당에서 2년 남짓 시간을 보냈습니다. 노동당은 제가 경험한 그 어떤 단체, 조직보다 민주적이었습니다. 이 말이 노동당의 민주주의에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 역시 관악당협과 서울시당 위원장으로서, 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다는 사과의 말씀을 당원 여러분께 자주 드려야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 안에서, 노동당이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뒷전으로 미룬 적은 없습니다. 못했을지언정 안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비선실세가 의사결정구조를 거수기로 만들어 당을 조종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당의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을 무시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행위가 드러난다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특정 인맥의 존재 여부는 결코 직접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정당은 자발적인 정치결사체입니다. 노동당도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하나의 작은 정파입니다. 많은 당원들이 저와 달리, 훨씬 오래 전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에 입당하셨습니다. ‘빨갱이라는 무시무시한 낙인이 아직도 살아있는 분단 한국에서, 오로지 사회주의 정당, 진보정당을 일구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 노동당에 내부 정파는 필연적이며 동시에 필수입니다. [정당의 발견]의 저자 박상훈에 따르면, 정파 구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의 자발적 결사체인 정파가 갖는 형식은 그 구성원들의 자유이자 권리입니다. 정파 구조에서 흔히 나타나는 비공개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공개적 논의구조는 무조건적으로 폭력적이고, 반여성주의적이며, 당의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문제는 그 내용이 당의 강령과 당헌 및 당규의 정신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당이 정한 절차와 민주주의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 비공개 논의와 상반되더라도 당원으로서 기꺼이 따라야 한다는 점뿐입니다. 노동당이 할 일은 당헌 당규를 위반한 행위를 조사해서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지, 특정 정파나 인맥을 색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당계 동지들!

여러분이 있었기에 제가 노동당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가 비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이번 사태는 노동당이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사회당계 인맥에 대한 비난을 멈추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원 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

 

서울시당은 올해 1월부터 운영위원회를 [지방선거준비위원회]로 확대 전환하고, 6·13 지방선거논의와 준비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서울을 여러 권역으로 나누어 지방선거 간담회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월 초 내부고발 이후 서울에서 지방선거 준비는 사실상 멈추었습니다. 출마를 밝혔던 일부 후보들이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한 번의 선거보다 이번 사태의 투명한 해결이 노동당 그리고 서울시당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서울시당 선거관리위원회에 226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후보자 선거 공고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시리라 기대합니다.


2018. 02. 22


서울시당 위원장 정상훈

  • 人解 2018.02.22 20:35
    위원장님깨 묻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조사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면 제보를 통해서 공적으로 묻도록 하겠습니다
  • 人形使[狂] 2018.02.22 21:00
    정파 구조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공개적 논의구조'가 정파 구조의 갈등을 더욱 확대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비공개적 논의구조는 그 자체로 타 집단과의 소통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소통방식이며, 따라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까치놀(최애란) 2018.02.22 22:31
    사회당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조직에 관여한 폭력의 정황에 대해 공당이 지켜야 하는 기본을 지켜야 이 문제가 좀 다른방식으로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끊임없이 공인들에게 공적인 책임을 요구하고 있었던 입장에서 지금 서울시당 위원장의 시각에 깊은 절망감을 느낍니다.
  • 세린 2018.02.23 01:47
    당내 공개 정파로 있지 않은 세력을 사람들이 미워하는 이유가 정파에 기반한 정치를 못 받아들이고 혐오하기 때문이라고요??... 그 정파는 해산했다, 그런 정파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당계라는게 무슨 말이냐, 이런 얘기들을 들어오다가 그 사람들을 정파로서 존중하라는...?? 게 무슨말인지
  • dongglmoon 2018.02.23 11:16
    서울시당위원장께서는 '언더 조직에 의한 노동당 농단' 사태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서울시당이 운영위원회 개최나 적극적인 대책 논의에 왜 이렇게 미온적인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 everclear 2018.02.23 11:20

    확대운영위가 무산된 후 열린 간담회에서 의견이 없다고 하신 후 서울시당 위원장이라는 입장으로 이러한 글을 게시하신 행위로 위원장님을 판단하면 되는 것인지 다시 묻고 싶습니다.
    어떤 조직에 속하는 것도 의사를 밝히는 행위입니다.

  • Felagund 2018.02.23 13:29
    아니 일단 당의 의사결정 체계에 들어와서 활동을 해야 갈등을 조정하든지 말든지 하죠. 언더더씨인지 언더인지 하면서 정파의 의사가 공개적, 지속적으로 표출되지 않아 당원들이 들을 수가 없는데 거기 무슨 갈등 최소화가 있을 수가 있습니까?
  • 까치놀(최애란) 2018.02.23 20:06
    '...의대 공부를 하면서 이대로 의사가 되는 인생 경로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습니다...'

    본인이 정파활동을 시작했던 이유를 이렇게 서술하시려면 알바노조에서 '동지들과 서로 경쟁하고 개인의 욕망에 수시로 죄책감을 강요받아 힘들었다'는 고통에 대해서도 말씀을 하셔야지요.

    그냥그런 보수정당도 이런일이 언론에 터지고 수십건이 줄줄이 반복해서 나오면 사과부터합니다.
  • 얄리 2018.02.24 03:20
    현재 오가는 논의들을 정파혐오의 문제로 치환시키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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