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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누드주의자'가 되자

기사입력 2002-09-27 10:44 |최종수정2002-09-27 10:44
공수래 공수거. 벌거숭이로 태어나 벌거숭이로 돌아가는 것이 유한한 사람의 운명이다. 아담과 하와가 창조되었을 때에도 발가벗은 상태였지만 선악과로 인해 벗은 몸을 부끄러워 하여 은밀한 곳을 가리기 시작하였다는 성경의 신화와 같이 - 천지창조를 믿느냐 안 믿느냐는 종교적 문제이니 차치하고 - 애초에 인간은 벌거벗은 상태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겠느냐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언제부터 사람들이 옷을 입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언제부터 성기에 대한 노출을 금기시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옷을 더 두껍게 입을수록 분명 자연스러움에서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일전에 TV를 시청하다 보니 독일의 누드주의자에 대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성치료사인 페터 니헨케 박사를 중심으로 몇 명의 동호인들이 누드로 자연과 하나되는 실천을 보여주었다. TV를 보면서 신체의 중요한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굳이 그리 하지 않아도 전혀 외설스럽다거나 추하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아름답고 자연스럽다는 생각에 나도 동참해 보고 싶은 충동이 잠시 일어났다.

우리나라에도 누드주의가 조금씩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인터넷 상의 누드 동호회 사이트 중 상당수는 자연과 인간을 합일시키자는 누드주의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성적 호기심 내지 불순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유감이지만, 진정으로 누드주의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 문제가 된 미술교사의 작품 중 하나 <1.8ℓ 소주 한병으로 그림(부분) 2002>
2002 류근하
얼마전 한 시골의 미술교사가 아내와 함께 벌거벗은 모습의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을 때 외설이냐 아니냐로 거센 찬반의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교육자 운운하며 그 교사를 고발한 학부형들이나 교육관계자들이나 비난을 퍼부은 사람들의 경직성에 대해 측은하기까지 했으며, 더 심하게 얘기하면 그들의 경도된 도덕성에 구역질이 났었다.

그 교사의 사이트를 죽 둘러보면 참으로 진정한 미술을 하고 있구나, 자연과 인간에 대한 교감을 직접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구나를 한 눈에 느낄 수 있었으며, 그 한 장의 외설적이라는 사진도 전혀 혐오스럽다거나 외설적으로 보이지 않고 유명화가의 누드화처럼 아주 자연스런 누드사진임에 다름 아니었다.

결국 그 교사가 파면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정도의 의식 수준을 가진 사회에서 누드주의를 표명하기란 쉽지가 않을 것이다. 한데 이러한 사고의 경직성이 사회 도처에서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데 ‘죽어도 좋아’라는 노부부의 사랑 얘기를 담은 영화가 단순히 성기 노출과 구강 성교라는 것 하나만으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리는 현실 앞에선 예술과 사상의 검열에서 언제나 자유로워질런지 답답하기만 하다. 유명 화가나 유명 사진작가가 누드화를 그리거나 누드사진을 찍으면 예술이고 그렇지 않으면 외설이란 말인가.

물론 누드에 대한 인식 중 경계해야 할 것은 있다.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다거나, 셀프 누드나 스트리킹 같은 과시욕의 누드라든지, 성적 만족을 위한 누드 표현 등은 진정한 누드주의와 전혀 상관없는, 우리의 영혼을 좀 먹는 것들이기에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여성의 벗은 몸은 신이 창조한 피조물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여 옛날부터 여성의 알몸을 그리고 만들고 하는 것에 많은 예술가들이 정열을 바쳤다. 그러하듯 우리의 알몸은 애초의 탄생 때처럼 벌거숭이로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 벌거벗을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것이 합당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자연과 친화하려는 누드주의의 취지는 백 번 쌍수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고, 누드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되기를 북돋아 주어야 할 것이다.

▲ 문제가 된 미술교사의 작품 중 하나 <광고지우기 2002>
2002 류근하
육체에서 이와 같은 누드에 대한 설명들이 있다면 의식에 있어서도 비슷한 감상이 있을 수 있겠다. 우리의 의식은 온전히 발가벗겨져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몸짓을 할 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의식을 남김없이 발가벗겨 보여주는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식들에서 숨기고 싶은 것은 철저히 가리고 보여줄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의식만을 보여주고 나머지는 꼭꼭 숨겨둘 것이다. 의식에서도 이렇듯 누드주의를 실천함이 힘든 것이다.

한데 그 의식을 남김없이 발가벗겨 보여주는 이들도 가끔은 있다. “의식의 누드주의자” 라 일컬어질 수 있는 그들은 그들의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때론 손해를 입기도 하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육체의 누드주의를 지향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단호한 용기와 순수한 영혼이 없다면 그렇게 온전히 알몸으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 의식의 가면을 벗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말고 우리의 은밀한 곳까지 다 드러내는 "의식의 누드주의자"가 한 번쯤 되어보는 것은 어떠하신지. 자연과 하나되는 누드주의자처럼 우리의 의식을 발가벗겨 인간과 인간의 거리감을 줄인다면, 이는 상생하는 세계를 만드는 지름길이 되지 않겠는가.

안드레아 올림.

류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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