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게시판

당원광장 / 당원게시판
조회 수 1819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결혼하지 않고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게으른 남자 처지라는 게, 사실 좀 궁색맞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런 제가 인간다운 삶을 살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이 있는데, 우리 집에 오는 파출부 아줌마입니다.

집이 넓지 않아서, 이틀에 두 시간씩 오십니다. 낮에 오면, 그 분 하루일정이 망가지기 때문에, 대개 저녁 7시쯤 오시고요. 한번 오실 때마다 2만원을 드립니다.  

한번 오시면, 설겆이며 청소 다해주시고, 바로 가스불에만 올리면 되도록, 압력밥솥 세 개에 쌀을 씻어서 물 재워놓고, 찌개 한가지 끓여놓고, 그러고 가십니다.

사실 두 시간씩 파출부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도 처음엔 수고비 책정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4시간, 8시간 수고비를 들여다보고 있자니까, 공식이 하나 떠오르더라고요. ‘한번올 때마다 기본요금 만원 +시간당 5000원’

그래서, 한번 올 때마다 두 시간씩이니 2만원으로 결정한 것인데, 사실 그 아줌마는 시간당 만원으로 치고, 자기가 많이 받는다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긴 합니다. 혹시, 여기서도 시간당 만원이라고 하면 좀 많이 준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지 모르겠지만, 한 달이래 봐야, 고작 30만원 정도도 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제가 좀 까탈스러운 편이라서, 여러 아줌마들을 갈아치운 탓에, 좀 까다롭다고 소문이 났던 모양입니다. 이 아줌마, 우리 집 다녀가신 후에, 파출부 사무실에서 큰 소리를 치셨다는 얘기를 들었더랬습니다. “1234동 삼촌네 집! 누가 까다롭다고 했소? 난 거기가 제일로 편하두만..”

맞는 사람이 따로 있는 모양이지요? 아무튼, 이 아줌마, 딸랑 두 시간 일 시키는 주제에, 까탈스럽기 한이 없는 개새끼랑 어찌어찌 잘 맞아서, 같이 지낸지가 어언 1년이 넘어갑니다. 처음 올 땐 아줌마가 내 눈치를 봤는데, 요새는 내가 아줌마 눈치를 봅니다.

 


하루는, 이 아줌마가 무척 지쳐보입니다. 물어보니, 그날 고시원에서 함께 지내시는 할아버지 임종을 하셨댑니다. 웬 임종? 깜짝 놀라 자초지정을 캐봤습니다.

고시원에서 함께 지내시던,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는데, IMF 이전에는 그런대로 잘 사셨던 분이시라지요? 그런데, IMF 이루 사업이 망하고, 부인께서는 정신이 나가고, 자신도 빚쟁이를 피해 하루 벌이로 연명하며 고시원에서 사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기고.. 그러던 중, 그만 암에 덜컥 걸리셨던 모양입니다.

큰 병원에 입원하시긴 했는데, 가족과는 연락이 안되고, 그러니, 이 아줌마를 비롯해서 고시원 토박이들이 아침 저녁으로 교대로 간병을 하셨던 모양인데.. 병원비가 없다고 하니, 이 아줌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구청이며, 병원 복지과며 쫓아다니며 병원비 해결을 혼자서 다 하셨다는 군요? 기도 안찼습니다. 사실 이 아줌마도 불법체류자거든요? 나도 한 소리 끼어듭니다. “어휴, 아줌만 불법체류자 주제에 오지랍도 참 넓소? 구청 가셨다가 잡히면 어쩌시려고?”

이 아줌마 불법체류 관록이 제법 쌓여서, 코웃음을 칩니다. “에효, 삼촌! 난 길가다가 경찰한테 길도 물어보오.. 하긴 내 동생도 그러다 걸리면 어쩌냐고 펄쩍 뛰두만..” 아줌마 말씀인 즉, 법무부 직원한테만 안 걸리면 된다는군요.

아무튼 그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그 할아버지, 그러다 가족도 못찾고, 병원에서 덜커덕 숨을 거두시고야 말았는데, 그 순간 하필이면, 이 아줌마가 옆에 계셨댑니다. 아줌마, 시신은 홀로 두는게 아니라고,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다른데 가지도 못하고, 꼼짝 없이 “인생의 무상함”만 생각하며, 하루 종일 그 옆에 계셨나 봅니다.  다행히 누군가 와서, 우리 집 일해주신다고 헐래벌떡 뛰어오신 것이었지요. 얘기를 끝내고 아줌마는 큰 한 숨을 쉬었습니다. “에효, 고시원의 큰 별이 졌네..”

이 아줌마. 옆에서 보면 딱할 정도로 일만 했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파출부,. 일요일에는 버스 청소. 저녁에는 우리집. 그런데, 이 고시원 할아버지 죽음 이후, 이 아줌마 인생관이 바뀌셨댑니다.

인생이 하도 덧없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시고 가셔야겠다나요? 집 앞에 있는 수영장 강습 시간표를 알아보고 오셔서는 저에게 시간 조정을 묻습니다. 우리 집에 오시는 날짜가 이틀에 한번씩이니, 오시는 요일이 들쭉날쭉하지 않겠습니까? 수영장 강습을 받을 수 있게, 요일로 정해서 못 박아서 오면 안된냐는 거지요?

사실 요일을 못박으면, 날짜에 대해 유동성을 가질 수 없어서, 제가 좀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걱정되는 건, 다른 문제였죠. 강사와, 같이 배울 수강생 아줌마들이 말투로 보아 중국국적인 것이 뻔할 이 아줌마를 고운 눈으로 보지 않을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상처받을 우리 씩씩한 아줌마를 생각하니, 선뜻, 수영장 강습 시간표에 맞춰서 출근날짜 맞춰드리기가, 참, 망설여지더군요. 아줌마 무시 당할까봐 수영장 안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요즘 이 아줌마가 살판 나셨습니다. 아저씨가 중국에서, 시험을 봐서, 합법적으로 입국하셨거든요? 8년만에 상봉이랩니다. 우리 나라 사람에게 빌려줬다가 떼일 줄 알았던 돈이 있었는데, 아저씨가 ‘합법적으로’ 입국하자, 그 돈도 바로 갚더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렇습니다.

오늘은 그 아저씨가 외국인등록증을 받는 날입니다. 제 고물 핸드폰을 쓰라고 드렸는데, 오늘은 만나서, 명의를 넘겨드리고, 아저씨 통장 만드는 것도 도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태 對중국 환율이 안좋은 탓에, 요새는 이 아줌마가 번 돈을 송금하지 않고, 꼬박꼬박 아줌마를 위해 만들어놓은 내 CMA 통장에 따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저씨가 통장을 만들면, 모두 넘겨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좀 잘 아는데요, 이 아줌마.. 알고 보면 은근히 알부자입니다. ^^

 


(꼬다리)

무상의료님인가.. 누군가 불법체류자 얘기를 하길래, 이 아줌마가 생각이 나서, 쓰기 시작하다가, 마침표까지 찍었내요. 이따 저녁 때 봅시다. 불법체류자에 대해 이런 개인적인 얘기 말고, 무상의료님이 가진 오류를 논리적으로 지적해드릴테니까요.

  • 開索譏 2.00.00 00:00
    말뚝님이 소개해준 기사를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슬프기 이를 데 없습니다.
  • 선혜 2.00.00 00:00
    2시간에 2만원이면 많은 듯 여겨지지만, 하는 일에 비해서는 절대로 많은 돈이 아닌 것 같네요 일이 많으실 경우나, 간혹 보너스를 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는 게 정 아니겠습니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노동당 후원 안내] 노동당을 후원해 주세요 노동당 2017.11.08 83241
76852 「진보의 재구성 사수!」 중재안을 제안합니다. 함께 고민해 주십시오. 10 강상구 2011.06.14 4864
76851 「진보의 재구성 사수!」 중재안에 대한 당원 여러분들의 의견 정리 2 강상구 2011.06.16 3981
76850 [진중권]탄핵파동을 잊었는가? 35 찔레꽃 2008.06.08 4992
76849 [진중권교수]'독도괴담'의 실체는 이렇습니다 4 찔레꽃 2008.07.28 4001
76848 [진중권 교수께]욕먹더라도 할 말은 하고 살자!! 31 찔레꽃 2008.07.17 6122
76847 [진중권 강연회 참가후기] 그래, 우리는 남이다! 6 파비 2008.09.04 5753
76846 [당대변인〕고 최진실씨를 사이버모욕하는 당대변인 논평 19 찔레꽃 2008.10.07 4324
76845 [노회찬 강연회 참가후기]이명박, 히틀러가 되고 싶은가? 5 파비 2008.09.05 5844
76844 <정치의 발견>(박상훈 지음) 만화와 함께 보는 소감문. ㅎㅎ 3 file 철이 2012.02.24 6221
76843 <사람과공감>새집맞이 개소식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file 박수영 2014.09.29 3353
76842 <백만송이 요양보호사들의 아우성에 힘을!> 2 최현숙 2011.07.30 3854
76841 <두리반 문학포럼 네 번째> 심보선 시인_ 우리가 누구이든 그것이 예술이든 아니든 다큐지오지야 2010.10.20 4058
76840 <동영상>르몽드 디플로 주최 - 지젝 콜로키움 / 최진석 수유너머 대표 헛개나무 2014.05.27 4257
76839 <당원이 라디오> 5+4, 조선일보, 노회찬 대표 인터뷰 다시듣기 1 @如水 2010.03.09 3829
76838 <노동당 청소년위원회(준) 위원장직을 공동사퇴하며> 신원 2014.11.10 3971
76837 < 대전의 화약고, 한화 대전 공장 폭발사고 진상규명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긴급 기자회견 > 대전광역시당 2019.02.18 2349
76836 못자리를 돌보며: 욕망과 싸우면 필패한다 이기연 2012.06.01 5823
76835 나는 희망을 본다 1 이기연 2012.03.16 4156
76834 비 바람이 부는 수원공장 중앙문 앞 부당해고 369일째! 2 삼성부당해고자 2011.12.01 3868
76833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려면 정부와 8대 공기업, 13개 국립대병원 먼저 폐업시켜라! file 이근선 2013.04.20 4000
76832 [트윗토크] "다들 너무너무 잘나서 탈이다" 1 김오달 2010.10.13 4227
76831 [토요평학] (평택역 쌍용차천막); 이번엔 19시. 장석준,"신자유주의의 탄생"(책세상) 저자도 참석예정! 안길수(수원오산화성) 2013.02.20 3374
76830 [토론회] "한 평 반의 휴게권리" file 홍원표 2010.12.07 3180
76829 "제2의 용산, 전주참사를 막아주세요" 김오달 2010.10.14 3236
76828 "이 지옥같은 시간 지나면 좋은 날 올거란 믿음으로" 2 김오달 2009.10.11 3059
76827 "비정규직은 대학졸업후 당신의 미래" 6 김오달 2010.11.03 322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956 Next
/ 2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