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벗들에게-김민하, 한윤형 같은 평론가들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by 강상구 posted Jan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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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정말 엄청나게 깁니다.

 

 

  

 1.

 

이 글의 목적은 김민하, 한윤형 두 평론가의 글을 반박하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매우 무리한 시도가 될 게 틀림없습니다. 경기를 뛰는 선수가 해설가와 말을 섞어봐야 승산이 별로 없다는 걸 압니다.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는 고사하고, 말발도 부족할 테고, 기껏해야 구차한 하소연일테니까요.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듯이 활동가는 활동으로 말하면 그뿐입니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두 평론가께서 당원으로서 발언을 한 것이니 두 분을 반박하는 일이 아예 직업윤리를 벗어나는 일은 아닐 겁니다.

 

김민하, 한윤형 같은 유명인의 글을 당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건 기쁜 일입니다. 후보들의 홍보글 보다야 이런 글들이 우리 선거의 쟁점을 더 알릴 게 분명하니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

 

 

2.

 

한윤형님은 두 번 글을 쓰셨는데, 요지는 이렇습니다.

 

노동당은 열심히 했으나 가설정당이라는 심리가 은연중에 있어 2008년부터 7년간 이삿짐을 풀어본 적이 없다. ‘진보재편선거만 열심히 했다. 당의 미래 선본의 당 재정의 강화”, “정치기획 및 정책역량의 강화”, “당원교육 활성화와 미래주체 육성등은 진즉 나왔어야 할 최소한의 제안이다. 정의당이나 국민모임을 봤을 때 진보재편의 과정에서 노동당이 할 역할은 거의 없고, 인정받을 지분도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 이삿짐을 풀고 우리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자.’

 

7년 동안 이삿짐을 풀어 본적이 없다는 것은 본인도 그렇게 표현하셨지만 지나치게 냉엄한 판단입니다. 물론, 2011년 독자-통합 논쟁까지 진보신당은 말씀하신 것처럼 이삿짐을 풀지 않은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 때까지 제시되었던 각종의 사업들은 계획에는 있되 실제로는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저 역시 대단히 비판적이어서 2011년 언젠가 당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보의 재구성은 거짓말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독자-통합 논쟁 종료 후 현재까지 3년여 기간마저도 노동당이 이삿짐을 풀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쉽습니다. 고군분투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 없는, 남아 있던 이들의 노력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습니다.

 

당의 미래소속 활동가들이 그 동안 진보재편을 염두에 두고 일을 제대로 안 했을 리는 없습니다. 신좌파당원회의 동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한윤형님의 가설은 지금 진보결집을 주장하는 활동가들에게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이어야 맞습니다. 그런데, 과연 누가 진보재편 때문에 지난 3년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는 건가요.

 

창원 상남동, 사파동, 대방동 상인들을 만나 자영업자 실태조사에 상남동 사람들을 출간하고, 날이면 날마다 지역 활동에 매진한 창원 여영국 의원을 말하는 겁니까. 보수의 성지 대구에서 3선을 했고, 2011년 독자-통합 논쟁 이후 추가 탈당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당을 지켰던 장태수의원을 말하는 겁니까. 아니면 방사능안전급식주민발의 성공에 최근에 1:15로 싸워 의원 개인연구실을 저지시키느라 덩치에 안 어울리게 입술 다 부르튼 김희서 의원을 지칭하는 건가요. 용산 사태로 인천연합에 당하고, 직전 보궐선거에서 노회찬에게 당했던 김종철을 말하는 건가요. 의원 시절 내내 한남운수 노동자에 사회복지사 노동자, 아파트 경비노동자, 구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웠던 나경채인가요. 서울시당 위원장에 강북지역활동, 강북 FM DJ까지 발에 불이 나게 뛰는 김일웅인가요. 당의 상황 때문에 은연중에 이삿짐을 풀지 못했던 게 대체 누구였던지 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2012년에 제가 전국을 돌면서 노동당의 거점공간 활동가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부산해운대에서부터 서울 용산까지 당원들은 어렵지만 그래도 당의 토대를 튼튼히 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광주 광산 민중의 집, 인천 서구 민중의 집, 대구서구 작은 도서관, 전주 비정규센터, 군산, 천안, 고양 등등 그때 제가 만난 누구도 우리가 가설정당이라서 활동에 힘이 안 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전력투구했습니다.

 

노동당은 2011년 독자-통합 논쟁 이후 3년 동안 분명히 진보신당-노동당 독자노선을 지켜온 사람들의 당입니다. 3년 전에 이삿짐은 진즉 다 풀었고, 없는 형편에 살림하느라 손은 부르트고, 그릇은 낡아 깨질 지경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진보재편선거만 열심히 한 것 아니냐는 한윤형님의 주장은 어느 정도는 부당합니다. 지금의 진보결집 주장은 2011년 독자-통합논쟁에도 불구하고 노동당의 독자성을 지키려했던 사람들의 고군분투와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치를 재건해야 한다는 의지가 뒤섞인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진보재편 때문에 은연 중에 노동당을 임시정당으로 생각하는 게 문제였다는 분석은, 우리의 능력부족을 지적하는 것 보다 더 매정합니다.

 

 

3.

 

물론, 지난 3년간 노동당의 노력이 정치평론가의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하찮은 것이었을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원외정당의 활동, 그것도 원외정당의 밑바닥 활동이란 게 그렇습니다. 보수우익이 지배하는 지역사회에서 죽어라 활동해봐야 그 효과는 절대 곧바로 발휘되지 않습니다. 1-2년 쯤의 활동은 호수에 돌 몇 개 던지는 꼴입니다. 기관지 16번 발행으로는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는커녕 당원 교육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언감생심일 수 있습니다. 팟 캐스트 녹음 열심히 해봐야, 나꼼수가 아닌 이상 그게 노동당을 도약시키는 데 기여할리는 없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당 활동이 아니라 7년 내내 진보재편에만 관심이 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은 그래서 전적으로 저희들 탓입니다.

 

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계속해서 진보재편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진보재편 이외에 제대로 된 당 활동을 위한 노력은 왜 우리가 마치 그것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은 것처럼 평가 받는가 하는 점입니다. 슬프지만 당의 미래가 주장하는 것처럼 앞으로 당 재정의 강화’, ‘정치기획 및 정책역량의 강화’, ‘당원교육 활성화와 미래주체 육성등을 하자고 하면 그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평론의 영역에 조차 끼지 못하는 것은 한국 정치의 구도가 강제하는 어떤 정세적 효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혹은 제도정치 영역에 뛰어들기로 마음 먹은 사회운동가들에게 늘 따라다니는 난감한 모순 같은 것이거나요.

 

활동가로서 직감하는 그 모순은 우리가 바라는 정당의 모습에 두 가지 측면이 있고, 그 두 측면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어려우면서도 한 번에 달성되지 않으면 무용하다는 데서 옵니다. 정당은 끊임없이 변하는 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거나 여론을 주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정당의 한 측면입니다. 또 모름지기 정당이란 대중 속에 굳건히 뿌리를 내려 사소한 정세 변화에는 끄떡하지 않고 자기 가치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정당의 다른 한 측면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늘 바람을 잘 타는 정당에 대한 욕구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정당이라는 희망 사이에서 동요합니다.

 

또 한편으로 김종철 동지의 글

(http://www2.laborparty.kr/index.php?mid=bd_member&page=5&document_srl=1554516)에 대한 민경 당원님의 질문 안에 나온, 김상철 동지가 쓰셨다는 표현을 빌자면 정당 활동은 파도타기와 같습니다. 특히 제도정당의 활동은 그렇습니다


제도정당은 사회단체와 달라서, 정기적으로 시험이 있습니다. 시험 성적이 좋고 나쁨에 따라 당은 조직 자체에 변형이 가해집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당원이 늘어나고, 지지자도 더 생기지만 성적이 나쁘면 당원이탈 등으로 조직이 타격을 받습니다. 일상적인 정치활동, 당 소속 정치인의 발언 등에 대한 대중적 반응도 즉각적입니다. 그래서 정당은 매일의 현안에 대변인 논평으로라도 대응하고, 여론조사 지지율에도 민감합니다. 이런 점에서 제도정당은 언제나 파도를 타는 존재입니다.

 

동시에 정당은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배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을 태워 목적지로 갈 수 없습니다. 파도를 잘 타는 것만으로는 정당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결국 우리는 언제나 물 위에 떠 파도에 흔들리는 가운데, 튼튼한 배를 만들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디 딴 데서 평온한 가운데 배를 만들어 진수시키는 상상 같은 건 정당 활동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앞선 비유를 사용하자면, 정당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려야 하는 처지의 조직입니다. 들판의 모든 풀은 이렇게 자랍니다.

 

그러므로, 정세가 어떻든 우리 갈 길을 가자는 말은 그 정반대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옳지 않습니다. 항해를 하려는 자가 파도의 상황을 보고 배의 상태를 점검하는 건 당연합니다. 누구보다도 한윤형, 김민하 같은 평론가들이 잘 아는 사실입니다.

 

 

4.

 

그래서, 두 분의 당의 미래에 대한 지지는 좀 의외입니다. 당의 미래 동지들께는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2015년 한국에 부는 바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듯 보이고, 제안하신 당 활동 계획은 추상적입니다.

 

2016년 후가 진보재편의 더 좋은 기회라고 얘기하는 당의 미래 동지들도 계신데, 그때가 되면 당력은 더 축소될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 예측입니다. 1년의 기간이 당 활동을 하는 데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를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면 이런 예측은 쉽습니다. 역량은 더 소진되고, 그마저 남은 활동가는 생계를 위해 떠날 것입니다. 이건 수년 동안 계속된 추세입니다. 총선 대응은 허울뿐인 다수출마에 만족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2016년 이후가 되면 우리는 진보결집에 아예 끼지도 못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라고 제안하신 내용들은 매우 추상적이고, 야박하게 말씀드리면 신선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몇 년 간 계속된 추세를 반전 시킬 계획이라고 인정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당의 미래가 제안하는 당 재정 강화’, ‘정치기획 및 정책역량 강화’, ‘당원교육 활성화 및 미래주체 육성등의 제안은 같은 말의 반복입니다.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사람 옆에 앉아 있는 것은 고역입니다. 조직도 그렇고 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보신당은 창당 후 1년이 지나 ‘2009년 비전안이라는 문서를 당대회에서 통과시킵니다. 당시 사업 계획 가운데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지금 당의 미래가 말씀하시는 내용과 대동소이하거나 훨씬 구체적입니다.

 

<2009년 비전 중 일부>

‘5만 당원, 1천 간부 당원, 3천 활동당원 및 400여 전업 활동가 확보

2010년 비정규 사업 거점 10, 노동상담 집중거점 10곳 등 전략거점 30곳에서 2012년 전 지역으로 순차별 지역거점 강화

2009년 현재 정책 네트워크 약 40여명, 연구소 인력 6명에서 2012년까지 전문가 300명 네트워크 구축, 연구소 인력 40명으로 확대

2010년 사회적 교육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노조-대학-기타 교육 관련 단체 연합 교육 시스템 2012년까지 당원 교육을 시민교육으로 확대 노동자 당원 3,000명 교육

 

 

2011년 정기당대회에서는 당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실천계획을 통과시킵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실천계획 중 일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생태사회 전환 등 5대 실천 영역을 중심으로 당의 실천을 집중

당의 허리 역할을 할 차세대 지도자군, 활동당원층을 강화, 이를 위해 당원 교육 적극 추진

지역 정치 활동의 구심이자 당원들의 대안 생활 공동체를 겸할 당 지역조직의 정형을 구축하고 일반화

당 기관지 창간

당비인상 운동, 당원 배가 운동 등 재정 기반 마련

 

 

문제는 또 있습니다. 내용도 내용인데다가, 한윤형님이 선거하느라고 당 활동 제대로 못했다는 그 선거가 또 내년부터 3년 연속으로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의 미래든, 신좌파당원회의든 이 분들의 주장이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3대 선거를 모두 보이콧하거나, 최소한 총선대선은 건너뛰고, 2018년 지방선거나 2022년 지방선거에 당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결의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당을 잘 추슬러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하면, 한윤형님 지적대로 또 우리는 선거 하다가 시간 다 보낼 것입니다. 이건 파도를 잘 타겠다는 것도 배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어서 혼란스럽습니다.

 

 

5.

 

이제 노동당이 진보결집의 과정에서 아무 역할도 못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김민하님의 글에 대한 반론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민하님은 다른 정치 세력 사이에서도 우리의 노선을 관철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에게 흡수되어 노선과 이름과 존재를 잃을 것을 우려합니다. 또한, 통합협상의 과정, 그 이후 당내 경쟁의 과정에서 우리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가 묻습니다. 옳은 지적입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이 이념적 사상적 지향이 명확해야 하고, 정의당과의 통합에 화해와 용서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해주셨습니다. 이것도 옳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정의당 내 정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거나, 그건 우리하기에 달린 것이니 열심히 하자거나, 정의당 내부의 상황을 분석해서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식으로 대답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노동당에게 진보결집의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는 진보정치의 혁신노동당 역량의 재구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진보결집의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은 그야말로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지분도 얼마나 확보할지 알 수 없죠. 그러나 이번 진보결집은 우선 지분협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당간의 통합 논의에서 지분 논의는 반드시 수반됩니다. 합당한 요구는 해야 하고, 우리가 따낼 건 따내는 것이 부당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그 보다도 새로운 진보정당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통합의 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봅니다. 나경채 선본에서 제시안 통합의 5대 기준에는 그러한 내용이 비교적 명확히 들어가 있습니다. 다양한 사상이 상호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시스템을 만들자 거나, 노동정치 혁신으로 미조직 노동자와 결합하고, 노동운동의 발전에 기여하는 당을 만들자는 것, 지역 풀뿌리에 집중하고 사회운동의 강화와 성장에 기여하는 당을 만들자는 내용이 그런 것들입니다. 이런 내용 모두는 아직 노동당도, 정의당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들이며, 국민모임이 만들 신당이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저는 진보결집의 5대 기준을 통해 근본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는 진보정당을 다시 구성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당 안에서 노동당 세력이 그 역할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파도 위에 부서져 가는 배들을 엮어서 새롭게 튼튼한 배를 만드는 일꾼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어려운 길이지만, 오직 이 방법만이 우리가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대안적 사상 역시도 이러한 운동의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지 현재의 노동당이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요컨대, 지분보장 요구 보다는 혁신을 이끌기 위한 제도를 통합의 조건으로 제안하고, 결집 이후 그 실천을 책임지겠다는 요량인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결집된 당에서 노동당의 독자성을 지키는 방법이고, 진보정치를 좌경화하는 방안입니다.

 

진보결집파들은 정의당과의 통합 이후에도 현재는 무소속인 과거 진보정당 당원들을 재집결시키고, 노동조합 조합원, 마을공동체 및 협동조합 활동가 등과 함께 하는 지속적인 진보결집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이러한 과정을 노동당 세력이 책임지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당 세력의 역량도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혁신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구상이라는 것을 전제로, 진보정치의 혁신을 위해 통합 과정에서 우리가 요구해야 할 구체적 제도들로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분 협상성격을 가진 한시적 요구안은 이를테면, 공동대표제, 공동대변인제, 공동광역시도당 위원장제, 당내 연구소 확대 개편 및 개편안 합의 결정, 총선 지역 후보단 적절 안배, 총선 비례 후보 안배 등이 있을 것입니다.

 

 

6.

 

제가 강조하는 것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내용입니다. 추공 당원님 등이 제기하시고, 진보결집 5대 기준에 제시한 것처럼 다양한 사상이 경쟁하기 위해 정파등록제를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도부를 현재의 대표단 체계가 아니라 최고위원회 등을 도입하자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정치 혁신과 관련해서는 현장 분회 건설활동 지원 및 노동위원회 사업에 향후 5년 간 국고보조금 지원총액 중 20% 사용 약속’. 지역 노동단체 및 사회운동단체와 함께 지역 노동정치의 다양한 실험을 하는 지역노동정치혁신위원회 구성’, 청년 노동문제에 집중하는 청년노동위원회 신설등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풀뿌리 지역정치 강화를 위해서는 당 역량 지역 할당제를 제안합니다. 1년 당비 중 지역에 배분되는 당비의 최저선을 정하고, 이를 2년마다 평가하여 확대하는 방안입니다. 이렇게 하면 말만 지역 활동을 강조하고 실제로는 상층부에 자원이 집중되는 경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정의당의 경우 당직 선거 시 당권자 50%가 투표해야 그 선거가 인정되는 요건이 없는 데, ‘당직 선거 50% 요건 2016년 총선후보 선출부터 적용을 요구해야 합니다. 끝으로 민중의 집 등 각종 지역거점사업을 엮을 수 있는 거점사업단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운동의 성장에 기여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 사업단을 구성해야 합니다. ‘마을 공동체 사업단은 마을공동체 운동 내 좌파블럭 연합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한참 활성화되는 마을 공동체 운동이 더 이상 자유주의화 되지 않도록 하려면 진보정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기구입니다. 당 외곽을 아우르는 진보정치 정책네트워크 건설을 위한 특별기구 구성도 필요합니다.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렸던 정파등록제 뿐만 아니라, ‘당원 활동 연구 및 지원 전담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당 내 당원 참여실(당원 참여 촉진 전담 부서)도 신설해야 합니다.

 

이 밖에도 노동당 기관지를 확대 개편하는 데 합의하고, 장기적으로 진보적 대중잡지로의 전망을 약속받아야 합니다.

 

이런 요구들은 현재 노동당 상황에서는 어려우나, 새 진보정당의 자원과 역량을 적절하게 배치하도록 요구하면 실현 가능한 내용들입니다.

 

7.

 

김민하님은 김종철을 믿지 말라고 했습니다. 선배를 부정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김민하님은 예전엔 선배 세대를 혹은 김종철 개인을 많이 믿었던 것 같던데, 이제는 그걸 부정하려 들다니 진전이 있는 듯해서 좋습니다.

 

모든 젊은 동지들이 김민하 동지처럼 선배들을 부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젊은 벗 여러분, 선배를 부정할 거라면 확실히 부정하시라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선배들이 만든 구도와 그들의 논리 안에서 누굴 편들고, 누굴 탓하는 방식 말고, 선배들의 갈등과 불신, 증오를 이어 받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새롭게 판을 짜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민하 동지 첫 번째 글의 결론이 당의 미래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던 점은 옥의 티입니다.

 

선배들이 만든 노동당, 그리고 이번 선거에 나온 세 선본은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진보결집 선본에 쏟아지는 온갖 질문들은 진보결집 실행의 쉽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당의 미래가 제시하는 방안들이 새롭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당의 성장 가능성의 안타까운 한계를 보여줍니다. 신좌파 당원회의에 친화적인 청년 활동가들이 2016년 다수 출마 얘기를 많이 하시던데, 이런 전략도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불굴의 투지와 활동력을 가졌던 과거 사회당 동지들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이런 한계 많은 사람들이 당직 선거를 치르고 있습니다. 누구는 고집스럽고, 누구는 답답하며, 누구는 조급해 보입니다. 이런 모든 것이 곧 우리가 딛고 있는 늪이니, 그 늪이 선배들이 끌고 들어온 것이든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성된 것이든 어차피 동지들은 그곳에서 나와야 합니다. 우리를 남겨두고 오든 우리와 함께든 그건 이제 우리가 아니라 동지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평론가 김민하나 한윤형을 믿지 마시고, 그 보다는 당원 김민하와 한윤형을 믿어달라고 말씀드립니다. 평론가로서의 김민하, 한윤형이 아니라 진짜 좌파 정당의 부활을 꿈꾸는 당원으로서의 두 분은 적어도 요 며칠간은 해설가가 아니라 플레이어였습니다.

 

두 분 다 평론가이기 때문에 저어했을 법도 한데 당 선거에 개인적 입장을 밝혀주셨습니다. 어느 한쪽 편을 드는 해설이라. 이런 건 정말 매력적입니다. 은근함이 날것 보단 세련되게 취급받는 사회지만, 때로 어떤 당파성은 노골적일 때 훨씬 사람을 당깁니다. 두 분의 글은 저한테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중립성을 가장한 한 발 떨어진 평론보다, 논란이 되더라도 판에 뛰어드는 사람이 우리에겐 훨씬 소중합니다.

 

이런 두 분과 함께 젊은 동지 여러분, 지금부터 제대로 논쟁하고, 제대로 고민하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 독자적으로 고민하고 판단하십시오. 그 결론이 진보결집이라면 저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고, 당의 역량 강화나 독자적 생존이라면 그 판단 역시 가슴 깊이 존중할 것입니다. 그렇게 내린 결론으로 부디 우리를 밟고 지나가길 바랍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반드시 대중을 만나고 나서 무엇이든 결정하시기 바란다는 말씀입니다. 당의 이름으로 대중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엮어 나가는 그 지긋지긋하고, 탈진하여 구토가 나올 것 같은 지난한 과정을 감내하여 얻은 힘으로, 부디 그 힘으로 우리를 밟고 지나가길 바란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진보결집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만, 만약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좌파정치가 싹을 틔우기를 바라는 한 활동가의 동지들에 대한 진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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