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당을 떠나며

by 홍자루 posted Jun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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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는 말없이가 예의에 맞겠지만,

저로서는 2000년 민주노동당 입당 이후,

14년간 이어져왔던 당적의 이탈이라 많은 생각이 납니다.

 

저의 씨부렁거림에 대한 용서를 구합니다.

 

 

사회민주당을 해보고 싶어서 탈당합니다

 

 

제가 탈당하는 이유는 사회민주당을 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의 오래된 소신 중에 한 가지는 사회민주당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당이 실질적인 사민당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정의당은 통합진보당이 쪼개지면서 우발적으로 갈라진 당이고, 아직도 한쪽으로는 NL파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의당 당대표는 00연합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고, 총선 비례 1번도 00연합이 지지하는 후보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당 이름과 상관없이 저는 한국사회에서 노동당이 실질적인 사민당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저의 판단과 소신은 계속 흔들렸습니다.

당은 제가 생각하는 사민주의 정당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진보를 넘는 .. 새로운 족보가 필요 합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는 당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탈당보다는 당내권력투쟁을 선택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저는 오랜 기간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파등록제의 실현이 좌절되고, 당이 진보결집의 회오리에 휘말린 상황에서, 이 방법은 거의 무의미한 방법으로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민주노동당 족보>와 단절된 <새로운 족보의 좌파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진보정당>이라는 개념 자체에 동의하지 못한바 오래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진보당은 보석가게 이름에 불과하다>고 비난해 왔습니다.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노동당으로 전환했을 때... 저는

진보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점에 의견일치를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얼마 못가 통합 진보정당을 다시 추진하는 흐름이 형성되면서

그것은 저의 자유로운 착각임이 확인 되었습니다.

 

특히 작년 말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판결이후에는, 진보정당이 주사파 문제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공개반성 할 기회를 영구 상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흐름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좌파정당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진보-보수의 대립구도>

<민주-반민주 구도>를 대체하며 등장한 새로운 구도였지만,

이것은 <좌파-우파 구도>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에 불과했습니다.

 

진보가 더 진부해지기 전에

뭔가 선도적인 정치세력이

기존의 진보-보수 구도를 청산하고

좌파적 해법과 우파적 해법이 공존하며 투쟁하는

-우 구도를 제시할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역사적 상식에 조응해야 합니다.

 

<48년 체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한국은 좌-우 경쟁 구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우파의 일방적인 헤게모니가 유지되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우파1과 우파2가 여-야로 위장해 서로 싸우면서

좌파가 전혀 형성되지 못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강력한 인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오래된 소신은 한국 사회에서 좌파정당이 대중을 획득하려면

<반공좌파>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설정 없이 48년 체제는 넘어설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동독-서독이 갈라져 있던 시절,

서독 사민당이 소련 공산당을 철천지원수로 대하지 않았다면

서독의 유권자들이 사민당을 안심하고 지지할 수 있었을까요?

 

공산당은 일당체제를 추구하는 바, 이는 사민당의 적입니다.

다당제하에서 존재하는 다른 정당들과는 공존하면서 투쟁하면 되지만

아예 국가체제를 <일당체제>로 설정하는 공산당은 이... 으로는 타도대상입니다.

 

저는 아마도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이승복 이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개량주의의 길을 찾겠습니다.

 

 

저는 대략 서른 살 이후로는 자본주의를 뒤집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고등학교 다닐 때는 이번 달 안에 자본주의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만, 18살 때 얘기입니다.

 

실제로 자본주의란 해석하기도 힘든 세상입니다.

자본주의를 극복한다는 것은 마치 종교처럼, 아주 먼 미래의 희망을 팔아먹는 얘기로 들리기 시작한지 오래되었습니다.

 

복지국가가 필요한 이유는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원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이 자본주의보다 짧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중심으로 살다 죽기 위함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노동과 자본의 중간에 국가가 끼어서 지속적으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를 추구하는 개량주의의 길이 필요할 뿐입니다.

 

자본주의가 궁극적인 변질에 도달 할 때까지 ..

끊임없이 자본주의를 해석하고, 한편으로 계속 적응하며

사소하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내는

그 복잡한 과정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불필요한 이념적 자존심-선거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민주화운동 끝난지 20년이 지났지만, 아무도 혁명이 끝났다라고 말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일상생활은 개량적으로 하면서 머릿속은 혁명적인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애들은 미국유학 보내놓고 자기는 술먹고 반미출정가 부르는 운동권 출신들의 문화충돌 현상은 코미디에 가까운 현실입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당으로 가겠습니다.

 

저는 탈당 하지만, 지금 당장 들어갈 당이 있지는 않습니다.

<사민당>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당입니다.

 

하지만 저는 당적 대안도 없이 데모만 하는

바보같은 무정부주의에 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이란 벽돌 한 장 한 장 쌓듯이 쌓아가는 것 - <정치적 자산의 축적 체제>라고 생각합니다.

 

당 밖에 존재하는 <사회민주당준비모임>장기에 걸쳐 안정적으로 독립대오를 사수할 수 있는 새로운 포지션을 시도하겠습니다. 주사파의 그늘에서 단절되어 있으며민족주의 유전자를 완전히 삭제한 당, 정규직 노조 눈치 보기로 부터 독립된 당을 추구하겠습니다.

 

맨 땅에 당 만들기를 두려워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차피 우리의 꿈은

있는 권력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없는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엄마한테 말하지 못하던 당

 

당은 제게 추억이었습니다.

2000130일 민주노동당 창당하던 날

입당원서를 쓰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그때 창당대회장 한쪽 구석에서는 삼성카드사에서 나와

삼성카드 회원가입을 받았었는데..

저는 .. 민주노동당 창당대회에 와서 재벌사 카드 가입을 받는 모습을 보며

저걸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은 제게 자랑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은 한명도 없지만

사건 사고는 무지하게 많았던 당.

저는 그 당이 좋았습니다.

 

당은 제게 숨겨둔 애인 같았습니다.

물론 당 이름 때문에 그랬지만,

엄마한테 말하지 않고

나 혼자 간직하고 있던 비밀스런 당이었습니다.

당을 떠나려 생각하니

정말 숨겨둔 애인을 떠나보내는 느낌입니다.

 

아마도 이번 탈당은 제가 했던 여러 가지 미친 짓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탈당을 결심하며

정경진 당협위원장께 한마디 의논도 못해 죄송합니다.

결국 당협 모임에 한 번도 못나갔네요.

 

노동당사민주의당원 모임의

권범재 대표님께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껏 두 분의 권대표를 모셨는데

한분은 권영길 대표였고

또 한분은 권범재 대표이셨습니다.

 

어려울 때, 어려운 조건 속에서

당을 지켜주셨던 이용길 전대표님께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속에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을 떠나며

동지라 불러주셨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원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그 따뜻함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당은 몸에 안 좋은지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담배 같았습니다.

 

당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

제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행복이기도 했고 상처이기도 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가슴 아픈 사랑을

또 해볼 수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 영등포 당원 홍기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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