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철폐! 총선 승리!] 3월 25일(화) 선거투쟁 일기

by 이남신 posted Mar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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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으며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을 여러 비례후보 동지들과 함께 참배했다.

전태일 열사의 투박한 얼굴이 가슴을 울린다.
어린 여공들을 자신처럼 사랑했던 진짜 노동자.
노동자를 대표하는 진보신당 비례후보로서 열사 앞에서 부끄럽다.
이랜드 아줌마 동지들께 드리는 편지글을 열사 앞에서 읽으며 괜스레 가슴이 울컥 한다.
초심을 잃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쥔다.

내려오는 길에 유구영 동지 묘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잘 생긴 호남형의 남자가 호방한 웃음을 머금고 그윽한 눈길을 건넨다.
이랜드노조 결성과 초창기 투쟁에 헌신한 동지.
간암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노동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지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긴다.

그리고 박상윤 동지 묘 앞에 섰다.
천상 장난꾸러기로 형 동생으로 막역하게 어울리던 녀석이다.
민주노조운동의 근본을 늘 고민하며 맘 아파 하던 녀석의 모습이 생생하다.
아마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뭔 뻘 짓이야?" 한바탕 시비를 걸었을 게다.
우당탕탕 다투고 헤벌쭉 웃으면서 "형! 이왕 망가졌는데 잘 해라" 했겠지.
상윤아!
이랜드 동지들과 진보신당이 함께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 줘!
내가 가는 길이 비뚤어지지 않도록 바로잡아 줘!
간절히 염원하며 길을 내려온다.

오늘은 충남 순회 일정이다.
곧장 이랜드노조 해고자인 손명섭 동지와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재웅 동지와 함께 아산으로 내려갔다.
오후 1시에 아산경찰서 앞에 도착.
총남도당 대표를 맡고 있는 안병일 동지가 준비한 현수막을 함께 펼쳐들고
금속노조 경남제약지회 동지들에 대한 공권력의 편파 수사와 부당 구속에 항의하고
악질 자본가 이희철 사장 구속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이랜드 박성수가 대한민국 대표악질자본가라면
경남제약 이희철은 충남지역 대표악질자본가다.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금속노조 장투사업장 전국순회투쟁단 동지들 집회에 결합했다.
늘 보던 기륭전자 동지들을 위시한 투쟁사업장 동지들 모습이 반갑다.
7개월째 직장폐쇄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힘차게 투쟁해 온
수십명에 이르는 경남제약 동지들의 집단 율동이 감동적이다. 당근 한 번 더!
집회가 막바지에 이르고 내 발언 순서가 있겠지 기다리고 있는데 끝이란다.
조금 당황했지만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한 것으로 족하다고 위안한다.
나보단 오히려 안병일 동지가 더 미안해 하면서 이리 저리 뛰어다닌다.
사회자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을 아예 소개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진보정당이 갈라지니까 이런 난감한 일도 생기는구나 싶어 맘 한 켠이 서늘해진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한 게 좋은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다.
어쩌랴 갈 길이 먼데 일희일비하지 말고 멀리 보고 뛰어가자 다짐해본다.

이어 독일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금속노조 동양엘리베이터지회를 찾았다.
지회장님은 보름째 단식 후 병원에 입원해 계신 사업장이다.
전 날 있었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상당히 높은 찬성율로 가결됐단다. 다행이다.
현장 간부 동지들이 회의실로 모였다.
새내기 진보정당을 배려해 준 동지들이 고맙다.
사업장 첫 데뷔 인사라 조금은 긴장해서 인사말을 드렸다.
진보신당이 노동자 서민의 새로운 희망이 되겠다고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장/이주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든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왜 갈라선 거냐?
현장에선 이해할 수 없고 거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어떡할 거냐?
이재웅 동지가 진보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민생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는 메세지가 주된 내용이다.
듣고 있는 간부들의 분위기가 긴가민가이다.
내가 나서서 투쟁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거침없이 얘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보신당, 얼어죽을 각오로 나섰지만 아직 검증되지 못한 총선용 정당이니만큼
민주노동당의 성과와 한계 위에서 제대로 역할할 수 있도록 현장 노동자들이 나서달라고 요청드렸다.
진보신당에 대한 심정적 지지가 있지만
간명하고 흔쾌하게 다른 사람들을 조직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뼈아프게 온 몸으로 감지된다.

아 이 현장의 난감한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하면서
진보신당의 존재 의미를 제대로 알려낼 것인지 고민이 심각해진다.
현장 노동자들의 쓴 소리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부딪쳐보는 수 밖에는 왕도가 없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 준 동양엘리베이터지회 동지들이 정말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조조정 투쟁, 꼭 승리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저녁 7시 충남지역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지기로 했는데
코리안 타임 지키시느라고 다들 늦는다.
결국 예정했던 공식 간담회는 취소하고
오신 몇 분과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하면서 맘 편하게 얘기 나누기로 했다.
많지는 않지만 여러 지역 당원 동지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환담을 나눴다.
어려운 조건에서 최선을 다 하는 동지들의 모습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용길 동지의 걸쭉한 입담에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하다.
이런 저런 얘길 듣다 보니 진보신당 동지들에 대한 진한 애정이 솟구친다.
식당에서 일하는 분에게 곧 국회의원 될 사람이라고
내 사인을 받게 한 이용길 동지의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역쉬~.

목포로 가야 할 길이 멀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전국순회 선거투쟁 첫 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동지들과 함께라면 후회일랑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보신당도 새내기
비례후보 이남신도 새내기
새내기의 패기와 진정성으로 승리를 향해 한 발짝씩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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