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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어떻게 돈을 마련할 것인가?

모든 공동체에는 공유재산이 존재, 창조적인 경제활동 역시 공동의 사회활동에 의한 것


기본소득을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언제나 이런 질문이 나온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지? 역사상 사회구성원의 안녕과 복지를 최대로 추구했다고 할 수 있는 20세기 후반의 유럽 복지국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약화된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다.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어떤 조건도 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누가 일을 할 것이며, 따라서 뭔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우선 전자에 대한 이러저러한 대답을 찾아보자. 기본소득을 정치공동체, 대체로 보아 국가가 지급한다고 하면 당연히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세 체계의 개혁이다.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조세 개혁과 관련해서좌파적관점은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겨냥하여 각종 소득세와 자산세를누진적으로추가로 걷는 것이다. 사실 이는 기존 복지국가의 재원 마련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2014년 봄에 제시한 모델도 주로 이를 따르고 있다.


1인당 연간 360만 원을 지급하고자 하는 이 모델에 따르면 필요한 재원이 181 5000억 원이다. 이를 위해 소득세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 것으로 근로소득 및 종합소득 27 1000억 원, 배당 또는 이자소득 종합과세 15조 원, 증권양도소득 종합과세 30조 원 등을 추가로 걷어야 하며, 자산세라 할 수 있는 토지세는 공시지가의 1% 징수 원칙에 따라 39조 원을 걷게 된다. 이외에 생태세 40조 원, 지하경제 과세 20조 원, 기본 사회복지 지출 전환금 13 1000억 원 등이 있다. 그리고 이 모델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소득세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수 세금 납부액이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보다 많아서손해를 보는 경우는 소득 구간 85%(연소득 7957만 원) 이상이다. 따라서 상당한 재분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토지세로 걷는 부분은 공유 재산에 대한 모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토지는주어진 것이지 인간이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이용권을 누릴 수는 있어도 배타적 소유권을 행사하고, 또 이를 상속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현행 토지 소유권을 다시금 모두의 것으로 돌리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적절한 세금을 매겨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럴 경우 토지세는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유 재산의 재형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토지세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기본소득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 소득세 중심의 방법과는 다른 방식을 고려할 수 있게 해 준다. 그것은 알래스카 모델과 유사하게 공유 재산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의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반론이 있다. 석유와 같이 가치 있는 자원이 없는 경우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의미 있는 공유 재산이 없는 공동체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대표적인 공유 재산이라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전파이다. 현재는 이동통신회사라는 기업이 돈을 버는 데 이용하는 자원이지만, 이것을 모두의 것으로 보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적인 경제 활동은 전통과 유산,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공동 활동에 의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 생산물의 생산에 직접 기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정한 지분이 있는 것 …… 국민배당 혹은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의 권리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또 다른, 매우 혁신적인 방법이 국가화폐에 기초한 국민배당 혹은 사회배당이다. 이는 영국의 엔지니어였던 더글러스 클리포드가 1930년대에 입안한 사회 신용론에 기초한 것이다. 그가 보기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상품의 가격은 언제나 임금 등 소득에 비해 크기 때문에 상품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공황이 불가피하다는 것, 그리고 사적 기업인 은행이 창출하는 신용은 부채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미래를 차입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 따라 그는 금융 체계의 개혁을 요구했는데, 그것은 은행의 화폐 발행 및 신용 창출 기능을 없애는 대신에 국가가 부채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었다. 또한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국민배당이라는 이름의 기본소득을 제안하였다.


그런데 클리포드는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만 국민배당을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보기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창조적인 경제활동은 전통과 유산,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공동활동에 의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 생산물의 생산에 직접 기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모든 구성원에게는 일정한 지분이 있다. 이런 점에서 그에게 국민배당 혹은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의 권리였던 것이다.


끝으로 재원 마련이라는 문제는 얼마만큼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뗄 수 없는 것이다. 앞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모델은 일인당 연간 360만 원, 즉 매달 3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의 생계비 수준을 감안할 때 가족 구성원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액수이다.


물론 생태적 한계에 부딪힌 오늘날에는 물질적 소비는 생태 문제와 함께 고려해야만 하며, 정치공동체가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액수는 민주적으로 결정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본소득의 지급액은 우리가 기본소득으로 이루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이것이 다음에 논의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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