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 독자통합논쟁 때, 저는 당 사무총장이자 통합파였습니다. 하지만 입장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사무총장이란 직책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분당과 창당에서의 역할에 대한 자기검열이었습니다.
다만 나름대로 노력한 게 있었습니다. 당원총투표였습니다.
제동장치를 풀고 마주달리는 기관차를 멈추게 할 유일한 방법이라 판단했습니다. 당대회(대의원대회) 결정으론 어느 쪽도 멈출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독자로 결정되면 통합파가 탈당하고, 통합으로 결정되면 독자파가 이탈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양쪽에 제안했습니다.
양쪽 모두 거부했습니다.
양쪽 모두 '당원총의는 거역할 수 없다' 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습니다. 애석하게도 양쪽 모두 총투표 결과를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상황은 예상대로였습니다.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안이 찬성222표(54.1%) 반대188표로 3분의2를 넘기지 못한 채 부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양쪽 핵심 일부의 속뜻대로(?...!) 통합파의 다수가 탈당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어리석은 결과를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당원총투표가 대안입니다.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총투표를 통해 독자생존이 결정되면, 저 같은 사람은 또다시 진보정치재구성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물론 당원총의가 모아져도 따르지 않는 소수가 있을 겁니다. 그것까지야 어쩌겠습니까.
저는 당원총투표를 하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선 찜찜합니다. 노동당 현실이 어떤지 잘 알면서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당원이라면, 뭔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있지 않을까, 추측하기 때문입니다. 통합을 바라는 당원들 다수가 이미 탈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총투표를 주장하는 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총투표 방침이 결정되면 최선을 다해 당원들과 소통하고 설득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스스로의 확신 부족을 핑계로 비겁하게 꼼수부리지 맙시다. 퇴로를 차단하고 멋지게 정면승부 합시다. 그 정도도 안 된다면, 우리가 무슨 배짱으로 진보정치운동을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당원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국민을 설득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당원에 대한 책임을 운운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