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 그 다음 생에도........ [안혜린의 선거일기6]

by 안혜린 posted Sep 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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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 그 다음 생에도........

이제는 미래로! 안혜린의 선거일기6

 

아 진짜, 정말 너무한거 아이가?

몸도 별로 좋지도 않으면서 서울이랑 경남을 우찌 왔다갔다 할라고 그라는데?

우찌 엄마는 딸한테 말도 한번 안하고 그리 결정을 하노? .......”

 

부대표 출마한 걸 짧은 전화로 얘기 했더니, 속상해하며 딸이 한 말이다.

해서 신경이 쓰여 부산 유세 가는 길에 딸을 잠깐 보고 올랬는데,

시간이 잘 안맞다.

마칠 시간쯤에 차 한잔 하자고 했더니 유세 마칠 무렵, 딸의 얼굴이 보인다.

 

저만치 서서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데, 미안하다.

백일도 안되었을때부터 아빠의 농성장에서 머리띠를 묶고 놀았던 딸이다.

지금껏 단 한번도 엄마의 결정을 존중해주지 않았던 적이 없었고,

엄마를 세상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하는 딸이다.

늘 혼자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뒀는데도, 정말 알아서 잘 커 준 딸이다.

가끔 엄마도 좀 쉬어가면서 하라고 투덜댈때면,

이번 일만 끝나면 쉴 수 있다고 늘 그렇게 말해 왔었다.

그랬더니 언젠가,

 

엄마는 그놈의 이번 일만 끝나면이란 말을 우찌 20년이나 써묵냐?”

 

그저 그렇게 마주보며 웃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이 속상해 했다.

 

작년 경남도비례로 나갔을 때는,

혼자서 인터넷으로 선거결과를 지켜보다가 새벽 3시가 지나 나를 흔들어 깨우던 딸이다.

 

엄마,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정의당 확실히 이겼다.

엄만 우찌 잠이오나?

자존심이 있지, 노동당이 정의당을 못이기면 되겠나? 난 이제 잔다.”

 

그러면서 잠자리에 든 딸이다.

그 딸이 저만치에 서 있다.

애잔하다.

 

당가 부르고 기념촬영하고 마치려는데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갑자기 부산시당 사무처장이,

우리 딸에게 인사를 하라고 불러서는 마이크를 건넨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서 들어와서는,

 

안녕하세요? 저는 동의대에 재학중이구요, 박가은이라고 합니다.

저희 엄마 잘 부탁드릴께요.”

 

, 딸이 이제 나를 부탁하네.ㅎㅎ

 

뒤풀이 결합했다가 딸이랑 같이 나오려는데,

자기는 혼자 가도 괜찮다며 엄마는 그 자리에 같이 있으란다.

그리고 자기는 엄마 다 이해하니까 열심히 하란다.

 

엄마도 괜찮으니까 간만에 둘이 차 한잔 하자고 했더니, 자기가 산단다.

아이고..알바한 돈인데.......

달달한 조각케익 하나만 먹자고 그랬더니 자기가 알바하는 빵집으로 데려간다.

한 개만 사자고 해도, 엄마한테 맛있는거 둘 다 맛보여 주고 싶다면서,

내가 산다는걸 기어이 자기 돈으로 두 개를 산다.

조각케익은 달달하고 맛있다.

 

그렇게 딸과 헤어지고, 다시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딸한테 카톡이 왔다.

다음 생, 그 다음 생에도 엄마딸 할꺼하는 노래 가사를 캡쳐해 보내왔다.


나도 다음 생, 그 다음 생에도 우리 딸 엄마 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 생, 그 다음 생에도 이 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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