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도 물론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 나쁜 것은 그것을 덮어두려고 한 것입니다. 이건 더 용서가 안 됩니다. 사실 성추행 사건은 도처에서 일어납니다. 수십 만의 성원을 가진 조직에서 한 두 사람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요. 그것은 그 행위를 한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지, 조직 전체에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조직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면, 그것은 조직 전체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늦었지만 민노총의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저 사퇴하는 데에서 그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피해자의 입막음을 하려고 했는지 전부 다 밝혀야 합니다.
이번 사태는 이른바 '진보'를 떠드는 사람들조차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가부장적 잔재의 폭력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보'라면, 적어도 이성간의 폭력적인 관계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민감해야 하겠지요. 이 게시판에도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형이상학적 이유에서 불필요한 언행으로 여성 동지들을 불쾌하게 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행히 그런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만약에 진보신당 내에서마저 그런 사람들의 정서가 지배적 분위기가 된다면, 이번 민노총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한 사건이, 크건 작건, 빈발하게 되겠지요. 그런 불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민감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사태는 매우 전형적이지요. 1차 성폭행이 있고, 2차 가해가 있고.... 운동권 내에서 이런 일이 있었던 게 한 두번이 아니죠. 진보신당 내에서 성차별적 언사에 대한 민감함은, 한국 사회에 일반적인 성차별적, 가부장적 분위기를 아예 '상식'으로 알고 자라난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과도하게 보일지 몰라도, 오랜 운동의 경험 속에서 이런 너저분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윤리적 코드라 할 수 있습니다. 민노총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진보신당 내에서도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예방이고, 평소에 충분히 예방을 했는데도 벌어진 사건의 경우에는 치부를 정직하게 드러내서 철저하게 치료하려는 자세겠지요.
여기에서 진보신당과 민노총의 경우를 비교해 보지요. 성폭력의 강도로 보자면, 지난 여름 진보신당 내에서 일어난 사건은 민노총에서 일어난 것에 비해 매우 경미한 수준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에서는 문제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으며, 당사자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리는 동시에, 제2차 성폭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했습니다. 아울러 게시판의 일상적 대화를 통해 제2차 성폭력을 가한 자를 옹호하는 이들도 강력하게 비난을 하고 있지요. 저는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진보적' 태도라고 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당원 동지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