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을 만났다

by 진중권 posted Feb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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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와의 인터뷰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지승호씨한테 문자가 날아왔더군요. 마침 신해철씨랑 같이 있는데 시간이 있으면 밥 먹자고. 전화를 했더니 신해철씨를 바꿔주더군요. 이제 겨우 두 번 보는 사인데, 넉살이 좋아 저를 '형'이라고 부릅니다. 신해철씨 사무실이 마침 칼라TV 사무실 근처더라구요. 만나서 밥을 먹으며,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자연히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는 그 문제의 광고 얘기도 잠깐 나왔지요. 악플이 많이 달리는데, 워낙 이런 일 많이 겪어봐서 그런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했습니다. 

 저도 한번 비슷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지요. 이범씨가 하는 곰 TV 인터넷 방송을 통해 논술을 가르친 적이 있거든요. '한겨레21과 함께 하는 논술'이라는 제목이었지요. 그때 "진중권, 드디어 논술시장에 진출하여 돈을 벌려고 한다", 이런 얘기도 들었고, "사교육 비판하면서 넌 왜 사교육을 하느냐"는 비난도 들었습니다. 돈을 벌려고 했다는 비난이야 뭐 사실이 아니므로, 별로 개의치 않았고, 사교육 비판하면서 넌 왜 사교육을 하느냐는 얘기는, 시각에 따라서는, 할 수도 있는 비난이라 봤지요. 

당시에 제가 만나 본 논술 스타 이범씨는 매우 사고가 건전하더군요. 저도 속으로 좀 놀랐습니다. 사교육 해서 떼 돈 본 친구 치고는 너무나 생각이 멀쩡한 겁니다.  저 자신은 사교육 시장에 있으면서 동시에 사교육의 현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더군요. 연봉 10억짜리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도 그런 환멸에서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그가 돈이 없어 따로 논술 공부를 못 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인터넷 논술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더군요. 즉석에서 승락했습니다. 

한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저랑 같이 출연했던 국어선생이 새로 학원을 내느라 너무 바빠 서로 시간을 못 맞추다가, 결국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말았지요. 그때 클릭으로 수익을 내려고 했던 모양인데, 그걸로 돈을 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야 사례비 없이 무료 봉사하겠다고 했지만, 이범씨가 극구 사례비를 주겠답니다. 계좌번호 보내달라는 요청을 그냥 쌩까고 있었지요. 그러다 한 1년 정도 지났을까? 이범씨가 전화를 해서 제가 안 받은 그 돈, 진보신당에 기부하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이런 횡재가.... 그래서 지난 총선 때 무려 500만원을 당에 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논술학원에서도 두세 번 특별강연을 한 적이 있지요. 옛날 같이 운동했던 한 후배가 논술학원을 하는데, 거기에 와서 강연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 친구는 논술 해서 번 돈으로 망하기 딱 좋은 독립영화 만들며 살았지요. 워낙 옛날에 우리가 고생을 시켰던 후배들이라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대학원 때부터 생활을 책임져야 했던 저는 당시에 과외공부로 집안 빚 갚고, 유학자금을 마련했던 터라, 학원 강의에 큰 부담도 없었지요.  강연에서는 정치철학에 관한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것도 누군가 문제를 삼으려면 삼을 수 있겠지만, 저는 다행히 누구처럼 스타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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