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자뻑

by 진중권 posted Apr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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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리스트에 언급된 언론사가 어디인지 밝히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던 조선일보가, 드디어 김대중 고문의 입을 통해 그 리스트에 언급된 인물이 "조선일보의 한 고위인사"라고 고백했네요. 그러면서 덧붙여 변명하기를 "그것이 명백히 규명될 때까지 우리 모두는 실명 보도를 자제하는 언론풍토를 만들어 가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강호순 사건이 났을 때 조선일보는 그의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모든 이들은 재판을 통해 형을 확정받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우받게 되어 있지요. 이미 체포된 살인혐의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서 얻어지는 사회적 공익은 없지요. 그런데도 아무 이유 없이 법을 어겼던 조선일보가 자사의 우두머리  앞에서는 갑자기 논조를 바꾸는군요. 

김대중 고문은 장자연 리스트를 "근거없는 리스트", "입증되지 않는 어느 '주장'"이라 부릅니다. 과연 그럴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 리스트는 그냥 리스트가 아닙니다. 한 연예인이 자기의 목숨을 끊기 전에 쓴 것입니다. 그 여인은 (문서에 기록된 그 내용이 아니라면) 조선일보나 스포츠조선의 사장에 대해서 사감을 가질 이유도 없고, 나아가 그 리스트로 공갈이나 협박을 하여 사익을 취할 위치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 그가 왜 그런 내용을 글로 남겼을까요?

한 마디로, 우리는 한 여인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전에 작성한 그 문건에 기록된 내용이 김대중 칼럼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면, 조선일보에서는 장자연씨가 목숨을 버리기 전에 왜 허위진술을 해야 했는지, 가능한 시나리오라도 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한 연예인이 자기 목숨을 버리는 상황 속에서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나아가 그 문건에 거명된 인물들은 이 나라의 메이저 언론사를 소유한 권력자들입니다. 통상적인 기준에서 볼 때, 그들은 '공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누구보다도 엄격한 윤리기준을 준수해야 할 그들이 자살한 한 연예인에게 술대접을 받은 것으로 지목받았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실명을 보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아울러 자신들이 죄가 없다면, 당연히 언론 앞에 당당히 나와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해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주제 넘게 김대중 고문이 나설 때가 아닙니다. 김대중 고문이 사장님들의 야간 일정까지 늘 함께 챙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좀 빠져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언론 앞에 나서야 할 것은, 장자연씨의 문건에 그 이름이 거명된 그 분들입니다. 김대중 칼럼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조선일보에 실린 뉴시스의 기사입니다. 그들은 성 접대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할리우드에도 허다하게 존재하는 게 성접대다.... 최소한 이 기사는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요? 

장자연 사건은 추악한 권력의 더러운 성욕에 의해 힘없고 연약한 여인이 목숨을 빼앗긴 사건입니다. 김대중 고문이 저런 칼럼을 쓰는 것을 보니, 경찰에서 대강 덮어두고 넘어가려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정권이 끝난 다음에라도 언젠가 재수사를 하여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찰의 수사결과에 반드시 담겨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장자연 씨가 왜 자신의 글에서 조선일보 사장을 언급했는가?'

여기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없는 수사결과는 대략 무효라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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