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게시판

당원광장 / 당원게시판
조회 수 63265 댓글 3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였습니다. 어느날 그의 열렬한 지지자인 이기명씨를 통해 전화가 왔더군요. 제 칼럼을 보고 저를 한번 보고 싶다 한다고. 여의도의 한식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고, 제가 철학을 공부했다는 말을 들으셨는지, 상대주의와 절대주의의 대립이라는 철학적 아포리아에 관한 말씀을 꺼내시더군요. 대화의 결론은, 자기 캠프로 와 줄 수 있냐는 것. 제 정치적 신념은 진보정당을 강화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데리고 있느니 차라리 밖에서 더러 쓴 소리도 하면서 그냥 놀게 해주는 게 아마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덧붙였지요.

두 번째 만남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후의 일이었습니다. 월간 '인물과 사상'에서 제게 노무현 후보 인터뷰를 해 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흔쾌히 응했고, 당시 민주당사로 찾아가서 1시간 반 정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같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저를 대하시는 태도가 약간 차가웠지요. 나름대로 준비를 해 간다고 해갔는데, 질문 몇 개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인터뷰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요."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면서, 가끔 내 물음을 자기 스스로 고쳐서 묻고는 스스로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인터뷰를 풀어 보내준 녹취록을 다듬어서 '인물과 사상'에 실었지요. 그 기사, 다시 한번 읽고 싶네요. 

그후로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부딪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라크 파병 때에는 '부시의 푸들'이라고 강력히 비난을 하기도 했었고, 김선일씨 참수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여기에 옮기기 힘들 정도로 격한 표현까지 했었지요. 총선 때에는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유시민씨와 '사표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고... 그가 한나라당과 싸울 때는 그를 지원하고, 그가 진보운동과 싸울 때는 그를 비판하고... 전반적으로는 그가 내세운 '개혁'의 정신이 퇴색되어가는 것을 비판하는 논조를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 끼어 집권 기간 내내 낮은 지지율로 고생을 해야 했지요. 

그에 대해 내가 마지막으로 공식적 언급을 한 것은 2007년 8월, 그러니까 그가 퇴임하기 반 년 전에 <서울신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그때 노무현 전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요. 다들 노무현 비난에 정신이 없던 시절, 그 일방적 매도의 분위기가 너무 심하다 싶어 그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고, 그것은 그토록 투닥거리고 싸웠던 정적(?)에게 보내는 나의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대통령 단상/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지금이야 대통령 씹는 게 ‘국민 스포츠’지만, 한때 그는 희망이었다. 그의 지지자들이 비주류이던 그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아가 대통령으로 만드는 드라마에는 감동적인 구석도 있었다. 케네디가 TV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면, 인터넷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최초의 인물이 노무현. 그의 당선엔 역사적 의미까지 있다. 노회찬 의원의 말대로 “노 대통령의 유일한 업적은 당선된 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그에게 큰 희망을 걸었던 이들은 크게 환멸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에게 희망을 걸지 않았던 나 같은 사람들은 실망할 것도 없었다. 그 역시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라크에 파병할 것이고, 재계와 관료들의 권고대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여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동참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민생을 파탄시키는 중요한 정책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늘 공범이었다.

사실 순수한 지표를 놓고 보자면,‘경제를 살리겠다.´는 한나라당의 구호는 무색해 보인다.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에 달하고, 주가지수가 2000을 넘나든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한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이야 자기들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나,10년 전에 나라경제를 말아먹은 분들이 버젓이 그런 얘기 하는 것을 들으면, 그 얼굴 가죽으로 구두를 만들고 싶은 엽기적 충동을 느끼게 된다.

우울한 얘기지만, 앞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1인당 GDP가 늘어날수록 삶은 불안정해지고,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다. 때문에 올해 대선에서 누가 권력을 잡든,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다.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고, 환상이 크면 환멸도 큰 법. 서민의 삶이 힘든 것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나아가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정책의 필연적 결과다.

별로 인기는 없지만, 노무현 정권이 한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권위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을 바꿔야 한다.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삽질하던 시대의 권위주의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곧 생산력이 되는 미래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계급장 떼고 토론하려 드는 대통령의 체통 없는 태도에는 평가해줄 만한 구석이 있다.

사실 대통령 씹기가 국민스포츠가 된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 대통령은 너무 서운해할 것 없다. 사실 노 대통령처럼 노골적으로 무시당한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그를 향해 쏟아 부은 정치권의 험담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 그들은 자신을 뭐라 평가할지 모르나,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여야를 통틀어 노무현만 한 교양 수준을 갖춘 사람은 유감스럽지만 단 한명도 없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수준을 보라. 여당은 대통령 보고 탈당하라 해 놓고, 정작 탈당을 하니 자기들까지 덩달아 탈당하는 코미디를 연출한다. 한나라당은 삽질하던 시대의 흘러간 유행가를 경제회생의 비책이라고 내놓고 싸움질에 여념이 없다.2007년 대선은 2002년에 비해 수준이 대폭 떨어질 모양이다. 행사장에서 피켓 들고 폭행을 하는 행각. 적어도 2002년 대선에 그런 추태는 없었다.

초기 노사모에는 건강함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을 ‘감시’하겠다는 약속을 깸으로써 노사모는 친위대 수준으로 타락해 갔다. 과거에 인터넷은 그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괜찮은 지지자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황우석을 우상으로 떠받드는 정신 나간 이들만 남아 그들 특유의 고약한 매너로 주위 사람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악감정만 부추기고 있다. 대통령의 신세가 참으로 한심해졌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2007/08/02



그가 도덕적으로 흠집을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고, 쿠데타로 헌정파괴하고 수 천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내가 만나본 정치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습니다.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르네요...

  • JG 2.00.00 00:00
    정말이지 기념공원은 못봐주겠음
  • 축소심장 2.00.00 00:00
    눈물이 흐릅니다...
  • 클라우드 2.00.00 00:00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슬프군요.
  • radioheadwig 2.00.00 00:00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송어낚시 2.00.00 00:00
    눈물이 흐릅니다..
  • 더딘하루 2.00.00 00:00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청어. 2.00.00 00:00
    의외의 반응들에 당혹스러운 사람은 나 밖에 없나보군요..; 눈물씩이나..
  • 진중권 2.00.00 00:00
    청어./ 님은 참 냉혹한 분이군요. 저는 좌우를 떠나 님 같은 분이 무서워요.
  • 모리슨 2.00.00 00:00
    노통에게는 참 희한한 미움의 감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정다신 2.00.00 00:00
    청어/의외의 반응들이라...정말 좌우를 넘어 섬뜩하네요.
  • 정일영 2.00.00 00:00
    의외의 반응이라...
  • SKY71 2.00.00 00:00
    지금 권력을 쥔 자들이 외치는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말이 서민을 죽이겠다는 말로 들리네요!
  • 똘레랑스 2.00.00 00:00
    법과 원칙을 세우고 법치를 확립하겠다는 무리들이 헌법을 더 유린해 왔지요... 분노와 슬픔과 눈물이 흐르는 날입니다. 공.과를 떠나 좌.우를 떠나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서거한 날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야지요. '담배 한대' 피우고 떠나고 싶었던 마지막 순간에 그의 가슴은 더 타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 느린목소리 2.00.00 00:00
    마지막 문단.. 100% 공감합니다. 가슴이 저리네요..
  • 나무 2.00.00 00:00
    아픕니다... 슬프구요...
  • 책에바라 2.00.00 00:00
    아...정말 너무 아픕니다. 아...
  • 노엣지 2.00.00 00:00
    인물과 사상의 인터뷰 기사, 기억나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샘에게 민주당 들어올래요? 했더니 싫은데요? 하셨던... 왠지 오늘하루는 좀 멍하게 보낼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청어. 2.00.00 00:00
    눈물까지 흘려야 하나 싶어서 한 말인데 역시나 반응이 기가막히네요. 문성근씨나 유시민씨가 운다면야 이해가 가겠지만.. ;
  • 진중권 2.00.00 00:00
    청어./ 님의 감정이 왜 남의 감정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기가 막히네요. 무슨 감정 깡패도 아니고...
  • 68 2.00.00 00:00
    청어./터미네이터는 미래로 돌아가시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노동당 후원 안내] 노동당을 후원해 주세요 노동당 2017.11.08 83948
76851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출두명령을 받은 블로거 3 최현숙 2008.12.06 1196671
76850 ㅋㅋ..학창시절 쥐어터진 이야기들~ 9 허이꾸! 2008.11.10 629519
76849 사회과학서적 500여권 엿장수한테 팔아먹은 사연~ 6 허이꾸! 2008.11.12 480060
76848 뻬빼로 데이~ 그리고 농업인의 날~ 4 허이꾸! 2008.11.11 396129
76847 [관악] 관악구 (주)자티전자, 새벽에 도둑 이전, 노조 투쟁 돌입 홍은광 2009.02.27 275311
76846 [도배죄송]여성당원게시판 설치를 요구합니다. 9 토끼뿔 2009.05.24 241886
76845 게시판 단상~ 6 허이꾸! 2009.01.03 158215
76844 참으로 한가한 게시판 weezer11 2008.12.02 137941
76843 지금 누군가 당게 털고 있는듯? 6 상급황천의정수기 2008.10.02 110991
76842 하하...발짝반도님과 저는 2번 만났지요..그리고~..환절기에 건강조심하시구요~ 허이꾸! 2008.10.16 107326
76841 4대강 관련해서 토론자료 부탁드립니다. 2 세웅파파 2010.07.26 101566
76840 이 사람을 보라 mogiiii 2008.12.01 100692
76839 ㅎㅎ...소통 굉장히 중요하긴 한데요~ 4 허이꾸! 2008.11.22 91638
76838 [박근혜퇴진투쟁 상황판(170323)] 3/25(토) 21차 범국민행동 file 노동당 2016.10.28 90114
76837 앉은 자리에 풀도 안날 인간들 4 mogiiii 2008.12.17 66832
» [근조]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 35 진중권 2009.05.23 63265
76835 박근혜 퇴진 투쟁을 위한 특별당비 참여 호소 file 노동당 2016.11.17 61933
76834 당원 노릇 8년 결산. 53 숭이 2015.06.23 56344
76833 죄송하지만요... 3 허이꾸 2009.05.24 48069
76832 장애청소녀 성폭행사건 항소심위한 서명 14 file 최현숙 2008.12.06 45755
76831 주식 투자하는 운동가들 | 한석호 2 mogiiii 2008.12.18 45641
76830 앞으로 좋은 소식만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6 허이꾸! 2008.12.08 44934
76829 가정폭력에 대한 기존의 페미니스트들에 주장에대해 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연구결과 (ㅋㅋㅋ) 9 도봉박홍기 2008.12.15 43651
76828 바람의 노래 (wind of gypsy) 2 김일안 2015.09.29 42105
76827 충남추진위 링크를 걸어주세요. 4 cnjinbo 2008.02.27 4083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956 Next
/ 2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