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단상...

by 진중권 posted May 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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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에는 두 종류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서울역과 역사박물관에 마련된 공식 분향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한문 앞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분향소.

주목해야 할 것은, 정작 정부에서 인정해준 공식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가기를 꺼린다는 점입니다. 그곳으로 간 시민들도 지위 높으신 분들이 분향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가 들어가도 돼요?"라고 묻는 분위기랍니다. 시민들은 대한문 앞 분향소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 같아도 공식 분향소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아무튼 이 작은 차이 속에서도 우리는 변화한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지요. 시민들은 '관제' 냄새가 나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자신들이 자율적으로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지요. 그것은 대중의 주체성과 자발성, 자율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하니까요. 

하지만 거기에서 우리는 또한 어떤 씁슬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은 시민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을 '내 것'으로 여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자신이 뽑은 정부와, 자신이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었다고 할까요?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 못했다는 얘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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