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와 자본의 차이점

by 불연기연 posted Jul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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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실천 연대>라는 말을 내걸고 나니 <반자본주의>가 뭐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화폐를 부정하는 것이냐?”, “시장을 부정하는 것이냐?” 등등의 야유가 나오기도 합니다. 중고등 수준에서 이해했어야할 개념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야유가 나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자 합니다.

 

화폐와 자본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시장과 자본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고려시대에도 화폐가 있었고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되어 있었지만 그 시대를 자본주의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다. 화폐와 자본, 시장과 자본이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팔기 위해 만든 물건을 상품이라고 하지요. 구두를 만들어 쌀과 바꾸면 물물교환이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사용가치뿐만이 아니라 교환가치를 지닌 노동의 산물을 상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물물교환을 용이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화폐를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도식으로 나타내면 <상품A ↔ 화폐 ↔ 상품B>가 됩니다. 결국 상품A와 상품B를 교환한 것입니다. 이때 상품A의 (교환)가치와 상품B의 (교환)가치는 동일합니다. (교환)가치가 동일하니까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활동은 생존을 위해서 없을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인간 활동입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러한 활동을 부정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요? 상품과 상품이 만나는 곳을 시장이라고 합니다. 시장을 부정하면 생존이 불가능한데 시장을 어떻게 부정한다는 것입니까?

 

자본은 단순히 화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돈’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한 투자비용’ 또 다르게 말하면 '노동착취를 진행하기 위한 투자비용'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도식으로 나타내면 <화폐A ↔ 상품 ↔ 화폐A′>가 됩니다. 이것이 의미 있는 교환이 되려면 화폐A보다는 화폐A′가 더 켜야 합니다. 상품A를 상품B와 바꾸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지만 화폐 1000원을 화폐 1000원과 바꾸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화폐A가 1000원이라면 화폐A′은 1100원은 되어야 교환의 의미가 있습니다. 화폐A의 교환가치와 화폐A′의 교환가치가 달라졌는데 여기에서 잉여가치 100원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입니까? 잉여가치는 오로지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만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서 상품 유통과 화폐 유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해서 곧바로 자본이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려는 노동자가 만나야 자본이 형성됩니다.

 

농민은 생산수단(노동대상인 토지와 노동 수단인 트랙터)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러면 농민이 자본가인 것인가요? 농민의 활동도 <화폐A ↔ 상품 ↔ 화폐A′>의 형태를 띠기는 하지만 자기 노동이 A′으로 반영되어 있을 뿐 노동 착취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본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농민이 자본가가 되려면 토지와 트랙터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임금을 주고 노동자를 고용해서 잉여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임금을 포함한 총 비용이 1000원이 들어갔으면 노동자로 하여금 3시간 동안 일을 시켜서 1000원의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다시 노동자에게 3시간 더 일을 시켜 교환가치가 1600원이 되게 해서 잉여가치 600원을 자신이 소유해야 비로소 자본가가 되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임금으로 300원을 주었으면 잉여가치율, 다시 말해서 노동착취율이 200퍼센트가 되는 것이고 이러한 구조를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입니다. <반자본주의 운동>이란 잉여가치율, 다시 말해서 노동착취율을 제로 퍼센트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할 말이 많아지는 거지요. 이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는 양반과 상민 계급으로 이루어진 사회였기 때문에 노동 착취가 비밀로 가려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얼마만큼 착취되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양반과 상민 계급이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으로 전환된 현대 사회는 도대체 얼마만큼 어떻게 착취되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마력이고 비밀이지요. 부동산 투기를 해서 돈을 벌면 어떤 놈이 어떻게 피해를 보는지 비밀에 가려져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요즘은 투기라고도 하지 않고 투자니, 재테크니 지네 멋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고요. 자본의 비밀을 벗겨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생산수단을 국가나 노동자가 소유하는 방식이 우선 떠오를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논쟁거리가 많겠지만 역사 무대에서 실패로 끝났거나 용이하지 않다는 것은 판명된 듯합니다. 그 외에 또 어떤 방식이 있을까요? 여기서부터 말문이 막히는 거지요. 하지만 잉여가치율을 제로 퍼센트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 흡혈귀처럼 밤에만 활동하며 피를 빨아먹고 생존하는 자본의 비밀을 벗겨내고자 하는 노력이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할 말이 한도 끝도 없이 많아집니다. 복지가 뭐냐? 사대강 삽질의 범죄 동기와 목적이 과연 무엇이냐? 동희오토 문제의 근원적 해법이 뭐냐? 반자본주의 운동이 실천적 결단이냐? 윤리적 문제냐? 등등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차근차근 고민해보기로 하고 여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자본을 화폐와 시장으로 이해하는 근거 없는 생각은 불식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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