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후보 지지는 당원의 의무가 될 수 없다

by 초원의바람 posted Nov 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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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은 '공식적'으로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내게 김소연 후보를 지지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가?  (김소연 후보의 자질을 논하는 글이 아님을 전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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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식으로 의무는 권리로부터 도출된다. 어떤 정치공동체에 속하든, 그 공동체에 내가 지는 의무는 그 공동체에서 보장되는 내 권리에 대응해서 발생하며, 그 공동체가 선험적으로 어떤 목적이나 권위를 지녀서는 아니다. 이를테면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은 국가가 애초에 세금을 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생명과 안전과 사회적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필요한 공적 부담을 나눠지는 것이다. 그것을 납세의 의무라 부른다. 

 

모든 정당의 당헌에는 당원의 권리가 명시된다. 진보신당의 당헌에도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와 '공직 당직 선거권 및 피선거권'은 당원 권리의 핵심이다. 이러한 권리로부터 당원의 의무- '당의 결정사항을 존중하고 따라야 할 의무'-가 도출된다. 둘은 별개일 수 없다. 내가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므로(게을러서 참여하지 못한 경우라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결정된 '당론'에 따를 의무를 갖게 된다.



이것이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이다. 김소연 후보는 당 외부에서 결정된 후보다. 나는 그 후보의 선출 과정에 참여할 어떠한 기회도 갖지 못했다. 진보신당 당원 모두가 그렇다. 9월 8일 전국위 결정대로라면 '공동후보 선출' 과정이 있어야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반드시 '선거' 형태만이 선출은 아니라 하면, 최소한 합의 추대를 위한 참여 과정이라도 있어야 했다.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면 그 결정을 지지하고 따라야 할 의무는 도출되지 않는다. 



진보신당 당원에게 김소연 후보를 지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면, 그것이 당론이라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당원의 권리가 없는 곳에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당이 당원의 자유의사로 구성된 결사가 아니라 어떤 신성한 초월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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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김소연 후보를 지지할 의무가 없다는 것은, 나는 내가 원하는 다른 후보를 지지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당 강령의 정신에 반하지 않는 후보라면(그래서 아마 안철수 후보는 안 될 것이다) 어떤 후보든 당원은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고, 당은 당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진보신당 대표단과 각급 당부는 김순자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는 당론 위배, 나아가 해당행위라고 비난한다.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후보를 지지할 권리 자체가 없거나 매우 위축되는 셈이다. 이러한 권리 박탈이 어떤 근거로 합리화되는가?



아마 어떤 사람들은 당이 김소연 후보 선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기로 여러 절차를 거쳐 결정했으므로 그것이 당론이라고 할 것이다. 허나 심급이 다른 얘기다. 나는 대표단이 김소연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정치적 입장'으로 표방하는 것이라면 인정할 수 있다. 예컨대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가 동시에 집회를 여는데 진보신당 깃발을 어디로 가져가야 하는지 문제에서 깃발을 김소연 후보쪽으로 가져가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 '공식지지'를 누구에게 할지 선택하는 정도는 대표단이 논의 절차를 거쳐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당의 공식방침과 입장이 다른 당원들이 다른 집회를 간다고 해당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가령 김순자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당의 깃발을 빼앗아 억지로 대오를 틀려고 한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다수와 입장이 다르다고 그들을 억압할 순 없다.그게 오합지졸이지 무슨 당이냐고 할 수도 있는데, 당이 정치적 행위마다 당원들의 의사와 행동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고 정해진 바는 전혀 없다. 무슨 자유당도 아니고. 당적 행동의 통일이 정당화될 수 있으려면 그 핵심적 내용 결정에 당원이 참여한 사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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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은 진보신당이 '공동후보 선출'이라는 공동대응에 실패하고 독자대응에도 실패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다. 진보신당이 공동후보 선출에 참여했거나 독자후보를 선출했다면, 당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으므로 마땅히 그 책임도 져야 한다. 선출 과정에 참여해놓고 결정된 후보를 비토한다면 그것을 해당행위라 불러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당 외부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문제는(김소연 후보든 김순자 후보든) 당적 행동의 통일을 얘기할 사안이 못 된다. 아니 내가, 만약 김소연 후보를 지지한다 해도 그 행위를 굳이 당을 통해 해야 할 어떤 이유가 있는가? 후보의 선출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선출 과정에 어떤 의견을 보탤 수도 없었는데, 진보신당 당원으로서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일반 시민이 지지하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현재 진보신당의 '김소연 후보 공식 지지'는 이 시기 제출할 수 있는 하나의 정치적 입장일수는 있어도 당원의 정치적 의사를 통일시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것이 필연적 귀결이라는 것을, 당은 공동대응의 결렬과 독자대응의 부결 전에 생각했어야 했다. 여러 동지들이 대선이 전부가 아니며, 대선 이후를 준비하고 당을 아래로부터 다시 만들어가자는 얘기를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렇게 되었다. 그러려면, 진보신당은 이번 대선에서 당의 강령과 당헌에 위배되지 않는 한에서 당원들이 자유롭게 진보좌파 운동의 발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도록 보장해주고 지원해줘야 한다. (김소연-김순자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 혹은 두 후보의 정책 정강을 동등하게 당원들에게 소개해주는 일 등이 포함될 수 있겠다)

 

당이 힘이 약하면 대선을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외부 후보인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라고 마치 독자후보를 낸 것처럼 당을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것은 욕심은 과하다. 뒤집어, 김순자 후보 지지활동을 당론 위반으로 몰고 갈 근거는 없다. 한쪽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권리 박탈을 강요하는 것은 대선 후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될 수 없다. 현재의 입장 차이들을 당의 현재적 상황으로 인정하고, 대선 후를 내다보는 당의 정치적 포용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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