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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은 '공식적'으로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내게 김소연 후보를 지지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가?  (김소연 후보의 자질을 논하는 글이 아님을 전제한다)

*

내 상식으로 의무는 권리로부터 도출된다. 어떤 정치공동체에 속하든, 그 공동체에 내가 지는 의무는 그 공동체에서 보장되는 내 권리에 대응해서 발생하며, 그 공동체가 선험적으로 어떤 목적이나 권위를 지녀서는 아니다. 이를테면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은 국가가 애초에 세금을 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생명과 안전과 사회적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필요한 공적 부담을 나눠지는 것이다. 그것을 납세의 의무라 부른다. 

 

모든 정당의 당헌에는 당원의 권리가 명시된다. 진보신당의 당헌에도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와 '공직 당직 선거권 및 피선거권'은 당원 권리의 핵심이다. 이러한 권리로부터 당원의 의무- '당의 결정사항을 존중하고 따라야 할 의무'-가 도출된다. 둘은 별개일 수 없다. 내가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므로(게을러서 참여하지 못한 경우라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결정된 '당론'에 따를 의무를 갖게 된다.



이것이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이다. 김소연 후보는 당 외부에서 결정된 후보다. 나는 그 후보의 선출 과정에 참여할 어떠한 기회도 갖지 못했다. 진보신당 당원 모두가 그렇다. 9월 8일 전국위 결정대로라면 '공동후보 선출' 과정이 있어야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반드시 '선거' 형태만이 선출은 아니라 하면, 최소한 합의 추대를 위한 참여 과정이라도 있어야 했다.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면 그 결정을 지지하고 따라야 할 의무는 도출되지 않는다. 



진보신당 당원에게 김소연 후보를 지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면, 그것이 당론이라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당원의 권리가 없는 곳에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당이 당원의 자유의사로 구성된 결사가 아니라 어떤 신성한 초월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

내게 김소연 후보를 지지할 의무가 없다는 것은, 나는 내가 원하는 다른 후보를 지지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당 강령의 정신에 반하지 않는 후보라면(그래서 아마 안철수 후보는 안 될 것이다) 어떤 후보든 당원은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고, 당은 당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진보신당 대표단과 각급 당부는 김순자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는 당론 위배, 나아가 해당행위라고 비난한다.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후보를 지지할 권리 자체가 없거나 매우 위축되는 셈이다. 이러한 권리 박탈이 어떤 근거로 합리화되는가?



아마 어떤 사람들은 당이 김소연 후보 선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기로 여러 절차를 거쳐 결정했으므로 그것이 당론이라고 할 것이다. 허나 심급이 다른 얘기다. 나는 대표단이 김소연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정치적 입장'으로 표방하는 것이라면 인정할 수 있다. 예컨대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가 동시에 집회를 여는데 진보신당 깃발을 어디로 가져가야 하는지 문제에서 깃발을 김소연 후보쪽으로 가져가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 '공식지지'를 누구에게 할지 선택하는 정도는 대표단이 논의 절차를 거쳐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당의 공식방침과 입장이 다른 당원들이 다른 집회를 간다고 해당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가령 김순자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당의 깃발을 빼앗아 억지로 대오를 틀려고 한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다수와 입장이 다르다고 그들을 억압할 순 없다.그게 오합지졸이지 무슨 당이냐고 할 수도 있는데, 당이 정치적 행위마다 당원들의 의사와 행동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고 정해진 바는 전혀 없다. 무슨 자유당도 아니고. 당적 행동의 통일이 정당화될 수 있으려면 그 핵심적 내용 결정에 당원이 참여한 사안이어야 한다.

 

***

이 상황은 진보신당이 '공동후보 선출'이라는 공동대응에 실패하고 독자대응에도 실패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다. 진보신당이 공동후보 선출에 참여했거나 독자후보를 선출했다면, 당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으므로 마땅히 그 책임도 져야 한다. 선출 과정에 참여해놓고 결정된 후보를 비토한다면 그것을 해당행위라 불러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당 외부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문제는(김소연 후보든 김순자 후보든) 당적 행동의 통일을 얘기할 사안이 못 된다. 아니 내가, 만약 김소연 후보를 지지한다 해도 그 행위를 굳이 당을 통해 해야 할 어떤 이유가 있는가? 후보의 선출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선출 과정에 어떤 의견을 보탤 수도 없었는데, 진보신당 당원으로서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일반 시민이 지지하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현재 진보신당의 '김소연 후보 공식 지지'는 이 시기 제출할 수 있는 하나의 정치적 입장일수는 있어도 당원의 정치적 의사를 통일시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것이 필연적 귀결이라는 것을, 당은 공동대응의 결렬과 독자대응의 부결 전에 생각했어야 했다. 여러 동지들이 대선이 전부가 아니며, 대선 이후를 준비하고 당을 아래로부터 다시 만들어가자는 얘기를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렇게 되었다. 그러려면, 진보신당은 이번 대선에서 당의 강령과 당헌에 위배되지 않는 한에서 당원들이 자유롭게 진보좌파 운동의 발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도록 보장해주고 지원해줘야 한다. (김소연-김순자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 혹은 두 후보의 정책 정강을 동등하게 당원들에게 소개해주는 일 등이 포함될 수 있겠다)

 

당이 힘이 약하면 대선을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외부 후보인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라고 마치 독자후보를 낸 것처럼 당을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것은 욕심은 과하다. 뒤집어, 김순자 후보 지지활동을 당론 위반으로 몰고 갈 근거는 없다. 한쪽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권리 박탈을 강요하는 것은 대선 후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될 수 없다. 현재의 입장 차이들을 당의 현재적 상황으로 인정하고, 대선 후를 내다보는 당의 정치적 포용력을 기대한다.   

  • 멍토 2012.11.20 00:06

    읽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요. 제가 혼란스러웠던 점을 명확히 짚어주셨습니다.

    당지도부에서 결정을 내리고 '따라주길 바라는 점'은 이해하나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계속 있었습니다.

    대선 Q&A를 보면서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더 했더랬습니다.

    기분이 불쾌했습니다.

    '나도 판단 할 수 있는데...이건 따르지 않으면 그만 두라는 표현이잖아..에라 확 탈당해?'

    그러면서도 내가 결심하고 입당한 이 당이 더 유지되고 나아가 튼실해지길 바라는 맘. 그리고 지인들에게 기꺼이 입당을 권유할 수 있을 만치 '합리적이고 믿음직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맘에서 걍 내 생각을 접기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 드는 기분은 '무기력'이었어요.

     

    대선이후 뭐가 크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살면서

     제가 깨달은 삶의 이치입니다. 

     

    조직과 상부를  무조건 따르라던지

    징계가 두려워 복종한다던지 하는 시대는

    이제 더이상 아니라고 봅니다. 

     

     

     

  • 강바람 2012.11.20 00:58

    '김소연 후보지지는  당원의 의무가 될 수 없다'가  왜 '김순자 후보도 공개지지가 가능하다와 같은 말 입니까?'


    위에도 쓰셨네요. 당강령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후보라구요.. 그래서 안철수는 안된다고.. 

    당의 결정에 불복하고 탈당하신 분, 그 자체로 당강령의 정신에 위배되는 분 아닙니까? 

    그래도 지지하고 싶을 수 있죠.. 그럼 조용히 투표장 가서 투표하시면 되는 겁니다.

    공개적으로 지지하시면 문제가 되는게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건 매우 상식적인 일입니다.. 

  • 강바람 2012.11.20 01:43

    글을 열심히 읽었죠.. 

    그러니 글의 요지파악이 된거 아닙니까...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안하신다니 매우 감사하네요... 

    저 이도님 싫어하거든요... 죄송해요.. 너무 솔직하죠... 

    하지만 뭐 이도님도 절 싫어하실테니....

    - 남가현


  • 이도 2012.11.20 01:03

    글을 제대로 읽고 반론을 하시는건지 모르겠네요.

    좀 제대로 다시 읽고 반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이상 뭐라 해드릴 말이 없네요.

  • 강바람 2012.11.21 11:10

    초원의 바람님.

    제가 언제 전국위 결정이 곧 당 강령의 정신이라고 말했습니까?

    저는 다수의 판단이 언제나 옳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답니다. 다수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판단으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설령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고 틀린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존중하고 지켜야 할 의무는 있는 겁니다.

    이를 존중하지 않고 탈당한 김순자 후보는 당 강령 정신에 맞지 않는 후보이며 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우리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넘어 오히려 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말씀입니다.

  • 초원의바람 2012.11.21 01:03

    강바람님, 상식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일에 대해 제가 문제제기했는데

    다시 상식의 이름으로 그것을 가로막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김순자 후보가 전국위 결정에 불복하고 탈당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분을 좋아하던 이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며 본인도 짐을 안고 가게 될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강바람님의 말씀처럼 전국위 결정이 곧 당 강령의 정신이라고 보는 건 위험합니다.

    그 말씀은 전국위가 언제나 옳다는, 즉 무오류의 집단이란 얘기가 됩니다.

    그러나 전국위도 당연히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전국위는 공동대응 실패 상황에서 독자대응 포기를 결정했습니다.

    김순자 후보는 비정규직을 누군가 대변해야 한다며 자신이 출마하는 것이  당 정신을 잇는 거라고 주장합니다.

    이 상황에서 어느 쪽이 당의 본래 정신에 가까운가는 쉽게 규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원들이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선출된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당론이고

    김순자 후보를 지지하는  의사는 표현조차 안 된다는 방침은 근거가 없다고 얘기한 것입니다.

     

    저는 어느쪽 후보도 당원들에게 지지 의무를 당연하게 요구할 수 없다고 보며,

    따라서 두 후보 모두에게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할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빵군똥꾼 2012.11.20 02:33

    의무아니시면 님 권리 누리세요

  • 촛불메신저 2012.11.20 14:36

    논리정연한 글이네요..동의합니다~ ^  ^

  • 기타맨(김일안) 2012.11.20 16:57

    당을 씹기좋은 껌으로 만들어주시는군요!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라는게 있습니다. 그걸 무시하고 있스면서 아전인수격의 썰푸시는 분들의 멘탈이란 대체!

  • 대표물고기 2012.11.21 17:28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를 따지더라도...

    당대표단과 광역시도당 대표들의 의견이 당론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름으로 인해 전국위 까지 토론되고 합의된 유일 단체만이 지지할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지요...

    그놈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 최초 대의원대회로 모든 것이 돌아가야 하는 거고...그렇다면.. 당원들은 

    독자완주 가능한 노동자선본 중 어떤 선본도 지지가능한 게 맞는겁니다.


    단지 시간의 흐름속에서 지난 결정을 과거의 결정이라 치부하고...

    과정중에 토론한 단체만이 유일무이한 지지단위라고 한 건 [그렇게 만들고 싶어하는 대표단과 당간부들]의

    입장인 거죠...


    김종철 대표권한대행의 인터뷰를 듣고, 경기중부의 간담회 요약을 들어봐도...

    도저히 그놈의 민주적 절차는 대표들과 당간부만 갖고 있는 절차인지 ....궁금하네요...


    우리 당 내부도 대의제이기 때문에 대의를 결정하는 대표단과 광역시도당 대표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나

    그보다 원칙적인 대의원대회 결론이 지금의 당원들 행동에 기준이 되는 게 맞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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