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국정원의 '이석기 내란음모죄 적용 난리 법석'은 누가봐도 국면전환을 노린 국정원의 책동이라고 봅니다. 사실 당원들 모임에서 그들의 정세인식을 두고 왈가불가한 내용을 '내란음모예비'라는 선정적 제목으로 언론에 뿌리고 '난동'을 부린 것은 촛불 국면을 넘어서기 위한 국정원과 우파 정부의 책동인 것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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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석기씨의 '녹취록'에 나온 정세인식은 냉정하게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2013년 3월에서 5월 동안 한반도의 전쟁위기, 긴장고조는 분명 현실적으로 존재한 정세였습니다. 미국은 전술핵배치, B2폭격기, 이지스함 등을 동원해서 '공격용 실전연습'을 한반도에서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띨 수 있지만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 이 상황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는 것을 두고 '돌아이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오리혀 진보진영 내부에서 군사세계화로 인한 한반도의 국지전 가능성을 깊이 사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반성해야할 과제인 점도 분명합니다. 우리는 늘 긴장이 고조되었다가 이완되는 과정에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한반도의 전쟁가능성 자체를 염두에 둔 정세인식을 마치 이상한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세계적 통치성의 차원에서 국지전을 언제나 선택가능한 옵션으로 사고하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석기 그룹이 지난 3~6월 사이 한반도의 전쟁가능성이라는 '정세인식'을 한 것을 두고 완전 터무니 없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3,
그러나 설령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었다 해도, 이석기 그룹이 보여준 태도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전쟁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입니다. 미국의 침략 가능성이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곧바로 한바도의 진보세력이 무력 대응에 준하는 어떤 대응을 한다는 것은 실현가능성도 전혀 없거니와 올바른 방향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반도 긴장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대중적으로 정세인식을 공유하고 평화운동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미국의 전쟁기도가 있다면 우리 스스로 방패가 되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입니다. 전쟁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반폭력입니다. 북한과 연대하여 전쟁에서 싸우자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인 것입니다.
냉전시기 유럽의 공산당들은 미소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논쟁을 했지요. 당시 유럽의 공산당들은 국내에서는 소련의 앞잡이 처럼 취급되었습니다. 프랑스 공산당도 그렇고 영국 공산당도 그랬지요. 이들 두 당은 완전스탈린주자들이 지배하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이들은 전쟁나면 소련을 도와 전쟁을 내전으로 만들자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평화, 외교, 군축을 주장했지 말입니다.
4.
결국 이석기와 경기동부의 입장은 부정할 수 없는 주체사상파인듯 합니다. "북이 하는 것은 모두 애국적이고 남이 하는 것은 모둔 반역적"이라는 주장도 이런 그들의 입장을 잘 요약해주는 것입니다. 운동진영내에서 지속적인 분열을 만들고 있는 북한에 대한 그들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20년전 대학 1학년때 프락션 들어온 선배가 김정일이 정리한 주체사상 총서를 학습한다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운동진영의 다수입니다. 이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물론 통진당 전부를 주체사상파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그들의 입장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쟁위기에 대한 그들의 대응방식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왜곡된 정세인식으로 인해 남한의 진보운동은 지속적으로 부침을 겪어 왓습니다. 특히 경기동부가 운동진영 전체의 다수파이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헛발질'은 운동 진영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 상황과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과장된 정세인식으로 인해 국정원의 좋은 '먹이감'이 된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5.
그러나 현 상황에서 '내란 음모죄의 성립' 가능성은 희박하거니와 국정원이 수사방식에 있어서도 매우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시키면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비이성적이고 심지어 반민주적인 수사관행에 대해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사파와 연대를 해야하는가의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정치적으로 실익을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도 확신이 서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부당하게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도 똑같이 주사파에게 '미친놈'보듯히 하는 혐오증으로 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거리를 두되 기본적인 원칙, 민주주의의 원칙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국정원의 반민주적 수사관행, 촛불정국에 대한 그들의 공격에는 단호히 맞서야 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