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by 심금 posted Apr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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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도록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라는

학원 광고를 달고 달려가는 시내버스.

죽도록 맞으면 죽고 죽도록 굶어도 죽는데,

죽도록 공부해도 정말 죽지 않을까.

죽도록 공부해본 인간이나

죽도록 해야 할 공부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저 광고는 결국, 죽음만을 광고하고 있는 거다.

죽도록 공부하라는 건

죽으라는 뜻이다.

죽음을 각오하면 죽는다.

죽도록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옥상과 욕조와 지하철이 큰 입을 벌리고 있지 않나.

공부란 활활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도

자정이 훨씬 넘도록

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캄캄한 학원버스들이

어둠 속을 질주한다, 죽기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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