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는다
4월 18일 (금) 맑음
낮 12시경 KBS 라디오 박에스더 인터뷰를 기다리던 중 아주머니 한분이 사무실로 찾아오셨다. 나이 40세. 두 아이의 엄마라며 부천시 원미구에서 2시간 반 걸려 난생처음 상계동에 왔다면서 상계동이 이리 먼 줄 몰랐다고 한다. 가지고 온 분홍보자기를 풀더니 다양한 떡들이 정성스레 담겨져 있는 대나무 바구니를 열어 보인다. 40년간 떡집을 운영해온 70세 시어머니가 연로해서 오늘 떡집 문을 닫는 날인데 마지막 떡을 나에게 주려고 새벽 네시에 일어나 시어머니와 함께 만든 작품이라 한다. 어제밤 MBC 백분토론도 보았다면서 힘을 내라고 한다. 다음 선거 때는 가게문을 닫고서라도 며칠간 상계동에 와서 선거운동 하겠다고 한다.
전화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보니 어느새 후원당원으로 등록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박규님동지가 맛을 보라며 떡을 한접시 담아주는데 집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새벽부터 저 떡을 빚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정성이 천근만근 무게로 가슴을 누른다.
어제 밤엔 퇴근한 직장인 부부가 유모차에 아이를 싣고 사무실로 찾아왔다. 둘다 후원당원으로 가입하면서 힘내라고 말한다.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 거리에 나서면 많은 사람들이 선거운동 마지막 날보다 더 적극적인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해온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나, 찍었는데....꼭 될 줄 알았는데....”이다. 그럴 때마다 참으로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나의 낙선으로 실망과 좌절을 경험한 분들 앞에서 나는 피해자 앞에 선 가해자일 뿐이다. 기쁜 마음으로 기대를 갖고 투표했다가 결과에 실망한 분들이 심경의 일단을 털어 놓을 때마다 나는 영락없는 죄인이다. 일주일째 낙선인사를 다니고 있지만 낙선인사란 낙선자가 위로받기 위한 인사가 아니라 사과하는 인사라는 것을 첫날부터 알게 되었다.
선거결과가 발표되자 인터넷에서 일부 격앙된 네티즌들이 노원구주민을 원망하기도 한다는 얘길 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던지는 돌을 맞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집값상승과 뉴타운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대후보를 찍었다는 분들에게도 아무런 유감이 없다. 먹고 살기 막막한 상태에서 부동산가격상승이 그나마 위안을 주는 유일한 탈출구처럼 여겨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나 이분들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언제 한번 제대로된 희망과 대안으로 다가선 적이 있는가? 얼굴이 잘생겨서 상대후보를 찍었다는 아주머니의 발언은 오히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진보정치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다름 아니다.
투표를 거부한 50%에 가까운 유권자들의 질책은 그중 가장 두려운 대목이다. 투표기권을 나태한 시민의식의 소산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누가 되더라도 나아질 것이 없다는 절규 앞에서 진보정치는 과연 당당할 수 있는가?
시인 안도현이 우리에게 물었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오늘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를 거부한 사람들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 너는 그들에게 한번이라도 희망이 된 적이 있느냐>
같은 물음을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려는 진보신당에게도 던진다.
출처: http://www.change2007.com/g4/bbs/tb.php/nanjoong/10323

4월 18일 (금) 맑음
낮 12시경 KBS 라디오 박에스더 인터뷰를 기다리던 중 아주머니 한분이 사무실로 찾아오셨다. 나이 40세. 두 아이의 엄마라며 부천시 원미구에서 2시간 반 걸려 난생처음 상계동에 왔다면서 상계동이 이리 먼 줄 몰랐다고 한다. 가지고 온 분홍보자기를 풀더니 다양한 떡들이 정성스레 담겨져 있는 대나무 바구니를 열어 보인다. 40년간 떡집을 운영해온 70세 시어머니가 연로해서 오늘 떡집 문을 닫는 날인데 마지막 떡을 나에게 주려고 새벽 네시에 일어나 시어머니와 함께 만든 작품이라 한다. 어제밤 MBC 백분토론도 보았다면서 힘을 내라고 한다. 다음 선거 때는 가게문을 닫고서라도 며칠간 상계동에 와서 선거운동 하겠다고 한다.
전화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보니 어느새 후원당원으로 등록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박규님동지가 맛을 보라며 떡을 한접시 담아주는데 집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새벽부터 저 떡을 빚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정성이 천근만근 무게로 가슴을 누른다.
어제 밤엔 퇴근한 직장인 부부가 유모차에 아이를 싣고 사무실로 찾아왔다. 둘다 후원당원으로 가입하면서 힘내라고 말한다.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 거리에 나서면 많은 사람들이 선거운동 마지막 날보다 더 적극적인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해온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나, 찍었는데....꼭 될 줄 알았는데....”이다. 그럴 때마다 참으로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나의 낙선으로 실망과 좌절을 경험한 분들 앞에서 나는 피해자 앞에 선 가해자일 뿐이다. 기쁜 마음으로 기대를 갖고 투표했다가 결과에 실망한 분들이 심경의 일단을 털어 놓을 때마다 나는 영락없는 죄인이다. 일주일째 낙선인사를 다니고 있지만 낙선인사란 낙선자가 위로받기 위한 인사가 아니라 사과하는 인사라는 것을 첫날부터 알게 되었다.
선거결과가 발표되자 인터넷에서 일부 격앙된 네티즌들이 노원구주민을 원망하기도 한다는 얘길 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던지는 돌을 맞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집값상승과 뉴타운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대후보를 찍었다는 분들에게도 아무런 유감이 없다. 먹고 살기 막막한 상태에서 부동산가격상승이 그나마 위안을 주는 유일한 탈출구처럼 여겨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나 이분들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언제 한번 제대로된 희망과 대안으로 다가선 적이 있는가? 얼굴이 잘생겨서 상대후보를 찍었다는 아주머니의 발언은 오히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진보정치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다름 아니다.
투표를 거부한 50%에 가까운 유권자들의 질책은 그중 가장 두려운 대목이다. 투표기권을 나태한 시민의식의 소산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누가 되더라도 나아질 것이 없다는 절규 앞에서 진보정치는 과연 당당할 수 있는가?
시인 안도현이 우리에게 물었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오늘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를 거부한 사람들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 너는 그들에게 한번이라도 희망이 된 적이 있느냐>
같은 물음을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려는 진보신당에게도 던진다.
출처: http://www.change2007.com/g4/bbs/tb.php/nanjoong/1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