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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전' 홍세화, 민주화운동 신청 안한 까닭은

"민주화운동은 '기념' 아니라 '계속' 돼야…선배·동료 고통 생각하면 무임승차 안돼"

이선민 기자 jasmin@mediatoday.co.kr 

입력 : 2006년 03월 20일 11:02:57

 

 

지난 13일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이하 남민전) 사건 관련자 29명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됐다. 1979년 유신체제에 대한 항거가 '인정' 받기까지 26년,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바뀌었다.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도 남민전 사건으로 예상치 못한 길을 걷게 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남민전 사건으로 '꼬레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 갈 수 있다'고 적힌 여권을 가진 채 20여년 동안 외국에 체류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단에서 찾을 수 없었다. 서울의 남민전 '전사'에서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왜 신청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난감해 했다.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하던 그는 17일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민주화 운동을 기념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있다. 민주화운동은 기념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에 의해 평가·인정받는 절차보다 국가기관이 사회 구성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자기 고백을 먼저 해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배상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단 한 시간만 선배와 동료들이 겪었던 고문을 상상해 본다고 해도, (내가) 무임승차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고교 동창이자 그를 남민전으로 이끌었던 박석률씨가 "우리는 여럿이 같이 있었지만 빠리에 혼자 떨어져 있던 세화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너무 잘 안다"고 말한 것처럼, 그는 남민전 사건으로 20여년간 망명자로 살아야했다. 고문과 망명, 어느 것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국가의 물리적 폭력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 사회에서 어려움도 있었고,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고통도 있었지만 프랑스 사회라는 거울을 통해 자기 표현의 기회를 얻었다. 국내에 있었던 분들에겐 전혀 기회가 없었고. 그런 면에서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던 것만을 이야기해선 안 된다."

 

남민전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된 것에 대해 그는 다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동의하고 환영한다. 그러나 국가폭력의 가해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의 반성과 성찰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화운동의 기념과 인정은 과도기적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국가의 배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았기에 동료들이 보상받는 것은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는 79년 당시 자신에 대해 "애드벌룬에 삐라 10만 장을 넣어 서울시내에 뿌리려 했지만 비가 와서 실패했던 그냥 활동가"라며 웃었지만 남민전 활동은 그에게 "삶의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 "이념 이전에 인간으로서 실천적 저항의 몸부림이자 인간 존재의 실존적 표현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평가하든 남민전을 선택하고 참여한 것에 대해 일말의 후회나 반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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