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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이폐(中道而廢)라는 말이 있다. 흔히 무슨 일을 하다가 그만둘 때 이 말을 사용하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뜻을 지닌 말이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힘을 다해 그 일을 하다가, 힘이 다해 쓰러지는 일이 있을지언정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쓰러져 죽더라도 갈 때까지 가라는 의미이다. 이에 비해, 미리 예단하고 포기하는 것을 획()이라 한다.

 

민중권력을 포기한 사람들은 말한다. “좌파의 길이 싫어서가 아니라 힘이 부족해서 길을 바꾸었다. 힘이 부족하다는 것은, 갈 때까지 가다가 힘이 다해 쓰러지면서 할 수 있는 말이지 미리 예단하고 포기할 때 쓰는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중도이폐" 하면서 할 수 있는 말이지 "획" 하며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좌파의 길을 포기한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반성할 시간에 힘이 미약해서 길을 바꾸었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앞에서 부동산투기로 돈을 버는 것은 사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해고당하는 마당에 동료들을 배반하고 동료들과 맞서는 것도 사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나로 하여금 부동산투기에 욕심을 내게 하는 힘, 나로 하여금 동료들을 배반하게 만드는 힘,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 수 없게 만드는 힘, 자본주의는 그런 힘을 지녔다. 자본주의를 철폐하지 않으면 사람으로 태어나도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으로 살자는 것이 좌파의 길이다. 따라서 좌파의 길에 중도이폐는 있을 수 있어도 은 있을 수 없다.

 

대략 3000년 전 중국 땅에, 어떤 점에서는 지금의 진보신당과도 같은, 그리고 진보신당처럼 미약한 그런 정치적 운동체가 있었다. 그들은 도덕성과 실무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관료가 되어야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 조직의 리더가 공자였고 그 슬로건이 인()이었고 그런 움직임의 파편들을 기록해놓은 것이 논어.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중에 좋은 글들을 모아놓으면 현대판 논어가 되는 셈이다. 위에서 중도이폐운운한 것도 논어에 나오는 말을 그 맥락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상을 실현했던 것이 조선이었다. 조선은 그리 녹녹했던 사회가 아니다. 생각해보자. 마르크스의 저작을 줄줄이 외울 정도의 학식을 갗춘 사람들, 또 현실속에 실현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공무원, 교사, 변호사, 검사, 국회의원 등 공공조직을 완전히 장악한다면 그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될까? 조선은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500년 동안 그들이 꿈꾸었던 위민정치(爲民政治)를 실현하려고 노력했다.

 

그 좋은 조건 속에서 위민정치를 실현하려고 500년 동안 노력했는데, 그런데 왜 조선시대 서민의 삶은 좋아지지를 않았을까? 그 물음에 답한 것이 동학(東學)이다. 민중 스스로 권력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민중을 위한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것, 이 사실을 500년의 역사를 통해서 깨달은 것이다. 유학운동과 동학운동의 핵심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다.

 

150년 전 조선의 민중들도 민중권력을 쟁취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지금의 민중들은 민중권력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예단한다. 고작 정치인들의 팬클럽을 만들어 지지하는 수준, 그것을 진보라고 이야기한다.

 

어제 창립된 “(자본주의 철폐) 좌파노동자회는 민중이 권력의 주체임을 정치운동의 언어로 표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좌파노동자회창립을 축하하고, 창립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좌파라는 말의 실질적인 의미는 "민중권력"이고, 자본주의 철폐는 "민중권력"이라는 말로부터 저절로 도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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