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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여론조사를 통해 본 민노당 위기 원인 

· "위기 핵심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의 부족’"

2004년 총선 이후 지지율이 20%에 이르렀던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은 최근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민노당의 위기와 대선 실패의 원인을 둘러싸고 민노당 내외부의 논쟁과 갈등은 첨예한 수준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일부가 탈당하여 새로운 진보정당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민노당은 진정 위기였나? 그렇다면 민노당의 위기원인은 무엇인가?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 글은 지난 사건을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과거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진보신당의 길을 모색하는 논쟁에 작으나마 기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민노당은 진정 위기였나?"

2004년 총선 이후 민노당의 지지율의 추이를 볼 때, 민노당의 크게 다섯 시기에 걸쳐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04년 4월 총선 직후인 7월까지 지지율은 17% 이상의 고공행진을 하였으나, 지하철 파업 및 GS칼텍스 파업이 언론에 의해 매도된 직후인 2004년 8월 이후 14%대로 하락하였다(1차 위기). 기아차노조 채용비리(1월)와 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직후인 2005년 2월 이후 지지율은 10%대로 하락하였고, 이후 수많은 파업 여론이 노조에 불리하게 전개되었다(2차 위기). 민주노총 강00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10월) 직후인 2005년 11월 이후 8%대로 하락하였다(3차 위기). 북핵문제(9~12월)가 드러나고 일심회사건(10월)이 일어난 2006년 9월 이후 지지율은 6%대로 하락하였다(4차 위기). 이후 지속적인 정체 과정에서 지지율은 4~5% 수준으로 고착되는 양상을 드러내었다(5차 위기).


<그림> 민노당 여론지지율 및 탈당자수 추이
 


민노당 지지율 및 탈당자수 추이를 보면, 민주노총 비리사태와 북핵사태, 일심회 사건 직후에 지지율 하락과 탈당이 집중되었으며, 2005년 말부터는 지지율 하락과 탈당이 동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민노당의 지지율 하락 추세는 지난 4년간 특별한 반등의 계기가 없는 지속적인 현상이었다. 이것은 지지율의 하락이 단순한 사건만이 아닌 구조적 원인들(민주노동당의 내적 역량, 조직구조 등)에서 찾아야 함을 시사한다. 즉 민주노동당 지지층은 민주노동당에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후 민주노동당의 내부역량 부족으로 이를 실현시킬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서서히 무관심 혹은 불만을 드러냈고,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이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노당이 안고 있는 정규직당과 친북당이라는 이미지와 사건 발생시 이에 대한 민노당의 적극적인 대응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민주노총 비리·폭력 사건 및 북핵 및 일심회 사건 발생시 민주노동당의 이탈이 증폭되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민노당의 위기 원인의 핵심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부족’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노당이 위기에 빠진 원인(최우선 혁신과제)으로 지적되는 사항을 순위별로 보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부족’(47.4%), ‘대중적인 정치지도자 육성부족 및 진부한 홍보방식’(42.7%), ‘노동계만 대변하는 편협한 이미지’(41.9%), ‘경직된 운동권적 정파구조/조직문화’(27.8%), ‘친북적인 이미지’ (7.1%)등이다.


<그림> 민노당이 발전하기 위하여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조건

   *출처 : 2006.11, 진보정치연구소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대중 지도자

민노당 대중적인 정치지도자들은 여전히 당 지지자에게조차 정치적 역량을 인정받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였다. 대선 직전 해인 2006년 9월 민주노동당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지지도는 모두 합쳐 1/5에 불과하여 매우 낮은 편이었다. 즉 정치지도자가 당 지지율에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었다(진보정치연구소, 2006년 9월). 또한 지난 대선에서 민노당 지지층 중 민주노동당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 투표한 사람은 23.5%에 그치고 있다. 반면 문국현 후보 지지자의 경우 후보가 2배에 가까운 47.4%였다(한국갤럽 2007년 12월).

노동계만 대변하는 편협한 이미지

민노당은 태생부터 민주노총과 함께 했고, 노동조합과의 이미지 중복이 매우 높은 편이어서 민주노총 관련 사건들이 민노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조 비리 및 폭력 사건은 민주노동당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비리사건 등의 도덕성의 위기는 탈당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다 보니 민노당 지지자 중 44.2%, 잠재지지층 중 50.5%는 민노당이 노동계 내부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진보정치연구소, 2006년 11월). 역으로 민주노총 또한 민노당의 내부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양자간의 ‘생산적 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된 소득연대전략이나 사회연대전략의 경우 국민적 공감도가 무려 70.2%에 달하고, 민노당과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청년, 서민의 대변자로서,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대안 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지만, 이 전략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것 또한 아쉬운 점이다.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친북이미지

민족문제는 오랜 동안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균열 축이었으나 현재 진보성을 더 이상 심화·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평화화해정책은 남북간의 오랜 대치를 대화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청년실업, 여성문제 등 사회문제에 대해 정책적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았고, 사회문제에 관한 한 민노당 역시 그리 진보적이지 않았다(강명세, 2008).

<그림> 민족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한 정당지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당은 친북이미지를 벗거나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당에서 문제가 되었던 일심회 사건은 당지지율 하락 및 탈당의 가속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일심회 사건에 대한 당 일각의 주장(조작설)은 당지지층에게조차 제대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였다(공감 25%, 비공감 54.2%, 잘 모르겠다 20.8%). 또한 대선 시기 당 내부에서 논란이 되었던 코리아연방공화국 건설은 권영길 후보의 공약 중 가장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0.2%) 공약이었다. 오히려 가장 공감하는 정책은 일자리 창출(27.6%),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16.5%), 무상교육·무상의료(5.1%)이었다.

위기의 뿌리는 ‘경직된 운동권적 정파구조와 조직문화’

위에서 제기한 네 가지 문제, 즉 현실적인 대안부족, 정치지도자 육성 부족,  정규직당,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은 민주노동당에 내재한 ‘경직된 운동권적 정파구조 및 조직문화’와 긴밀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부에는 민족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일부 ‘자주파’와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 등에 대한 실현가능한 대안제시를 하지 못한 채 경직되게 접근하는 일부 ‘평등파’의 목소리가 매우 큰 편이었다. 일부 ‘자주파’의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호의적인 태도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핵심 이슈인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적 우선권의 배려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친북당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 ‘평등파’의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경직된 접근방식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제시와 유연한 문제 해결을 통해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저해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당’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운동권적 관성에서 기인하는 중앙의존적인 활동방식과 집회 중심의 사업방식은 지역사회 내에서의 창의적인 실험 및 다양한 사회단체와의 연대활동을 새롭게 풀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운동권적 정파구조와 조직문화는 대중적인 정치지도자 육성에도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후보 및 당직자들은 주로 정파 수장이나 긴밀한 인맥의 틀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적 훈련 및 검증 과정과 ‘외부정치’를 통해 정치적 지도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후보 및 지도자로 나서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왜곡된 정파구도 속에서 정파간 대립 중심의 ‘내부정치’만 과잉될 뿐 ‘외부정치’를 통해 지도력을 인정받는 대중적인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구조가 제대로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태어나는 진보신당의 과제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진보신당이 풀어야 할 핵심적인 혁신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대안없는 비판세력의 이미지를 넘어서서 구체적인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대안세력’으로 서는 것이 혁신의 핵심 과제임. 이는 결국 ‘사람’과 ‘조직’의 문제이다. 이러한 정책역량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선발·육성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 성과관리시스템, 교육훈련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사회연대전략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를 넘어서서 진정으로 노동자/서민/사회적 약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당 내부 및 당과 노조 간의 관계 속에서 과거 사회연대전략이 실패한 원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다양한 활동방식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감동’을 줄 수 있는 대중적인 정치지도자를 육성하고 보다 더 세련된 언론활용 및 홍보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정치지도자를 육성하는 교육훈련시스템과 대중적인 정치지도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탈피하여 당의 핵심 이슈와 사업을 ‘사회문제’로 이동시켜야 하고 친북당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다섯째, 앞에서 제기한 과제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경직된 운동권적 정파구조와 조직문화를 해소하고 대중정당에 걸맞는 새로운 정파구조와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 이강익 / 진보신당 강원추진위 정책담당 http://jinbo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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