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 여섯번째 침묵 행진 제안글입니다.

by 몽실 posted May 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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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침묵행진 제안글] 우리들은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가 바꿔줄까요?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http://www1.president.go.kr/community/sympathy/free_board.php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 청와대에서 직접 링크를 막아놓아서 자유게시판에 들어가셔서 "용혜인" 제이름을 검색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여기저기 많이 올려주세요~!

실종자 수색이 미처 끝나지 않았는데도, 세월호 이야기는 더이상 언론매체의 1면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참사 처럼 세월호도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실은 잊혀졌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울고불고 매달려본다 한들 바꿀 수 없는, 냉정한 현실입니다. 24일 촛불집회에서는 "우리의 슬픔 투표로 각인"이라는 피켓들이 넘실거렸습니다. 제게는 이 말이 "투표날 외에는 아무 정치적인 행동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 처럼 보입니다. 집회가 끝나고, 사람들은 청와대 반대방향으로 행진했습니다. 마치 시선을 돌리듯이, 거기 있는 사실을 외면하듯이 말입니다. "가만히 있으라"에 대한 물음은 닿지 않았거나, 거절당한 것처럼 보입니다.

선거국면에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시민들의 행동에 핀잔을 주는 목소리들도 있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마음을 투표로 모아야 한다는 말들도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겠죠. 그렇게 말했겠죠.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아닌 누군가가 이긴다면 정말 뭔가가 바뀔까요? 우리들은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가 바꿔줄까요?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단원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다가 학교로 걸려오는 항의 전화 때문에 운영을 중단한 단원고 졸업생 최승원 씨는 "정치적이지 말라는 것은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본래 국민의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할까요 아니면 "나왔"으니 내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할까요.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나와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 맡겨졌으니, 국민은 거기에 손대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투표만 열심히 하고, 그 외엔 손대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요.

열흘쯤 지나면 6월 항쟁 기념일입니다. 1987년 정부의 "호헌" 조치에 반발한 시민들이 직접 역사를 앞으로 움직였던 날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직선제가 이루어진 날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 직선제를 쟁취했으니 우리는 열심히 투표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직선제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때 시민들이 이뤄낸 가장 큰 쾌거는, "호헌조치"에 맞서 "개헌"을 이끌어냈다는 바로 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하나의 법칙을 대의정치인이나 관료가 아니라, 시민들의 뭉쳐진 힘으로 바꿔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앞에 지금, 어쩌면 직선제냐 아니냐보다 더 큰 문제가 놓여있습니다. 바로 이윤이냐, 생명이냐의 문제입니다. 생명이 비용이 되는 사회,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어쩌면 헌법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경제성장이 먼저라는, 국정에서부터 사람들의 마음 속까지 붙들고 있는 태도 말입니다. 승무원도 "알바"와 "정직원"으로 나누고, 유족도 "수학여행 희생자"와 "일반인"으로 등급을 나누는 이 규칙 말입니다.

우리에겐 그때처럼,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항거할 의지가 있을까요? 오는 6월 10일, 다시 그날의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권력이 있는 곳에서 고개를 돌린 3만명이 아니라, 지더라도 권력을 마주본 1천명이라도 말입니다. 완패하더라도, 등이 아니라 가슴에 상처를 입고 싶습니다. 그것이 진정 "각인"일 것입니다.

"이윤보다 생명을"이란 말을 가슴에 새기고, 이번 주에도 또다시 걷겠습니다. 점점 참여자는 줄고 경찰은 늘어만 가지만, 사람이 줄고 길이 험해도 걸을 수 있는 곳까지 걷겠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비용이 아니며, 타인의 생명을 비용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냉혹한 세상의 한복판에서 국화꽃을 들고 기다리겠습니다.

5월 31일 토요일
오후 2시 홍대입구역 9번출구
오후 5시 시청역 5번출구 (시청광장)

준비물 : 노란 리본을 묶은 국화꽃, 마스크

문의 : 용혜인 010-3066-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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