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교육감 선거한다. 멍충아. 직선이고... "

by 한석호 posted Jul 28,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토요일 불암산에서 정기 산행모임이 있었습니다. 
회원들이 모이기로 한 당고개역에 도착해서 다른 회원들을 기다리며 담배 한 개비를 태우고 있는데, 옆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50대에서 70대까지로 보이는 네사람의 남성들이 있더군요. 그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당고개역 1번출구 앞에 걸려 있는 '6번 주경복 후보'의 현수막을 가리키면서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어정쩡하게 듣고 있었고요. 

70대로 추정되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요악하면 이렇습니다. 
"제는 전교조야. 공정택과 저 사람의 싸움이다. 투표율이 20%밖에 안될 것 같다. 투표율이 낮아서 저 사람이 유리할 것 같은데, 한나라당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제는 무조건 반대다. 특목고도 반대고, 공부하는 것도 반대고, 다 반대한다. 아이들보고 공부하지 말고 무조건 놀으라고 한다. 제가 되면 안 된다."    

순간 잠시 망설였습니다. 다가가서 대화를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설득해 보고도 싶었습니다. 그러나 포기했습니다. 이야기하는 폼을 보니 한나라당 열성지지자인 것 같고, 그래서 말해 봐야 입만 아플 것 같고.......

저 사람들하고 길거리에서 쓸데없는 논쟁을 하느니, 차라리 1표라도 건지자 하는 생각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꼬추친구들에게 문자를 날렸습니다. 
<저와 꼬추친구들의 아이들은 고3부터 초5까지 있는데, 아이들이 대체로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학교성적이 별로 신통치 못합니다.^^>
"너 애들 서울대나 연고대 갈만큼 공부 잘 하냐. 안 그러면 30일 6번 주경복 찍어. 꼴지들도 좀 살게 하자."  

이렇게 문자를 날리고 난 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문자를 날렸습니다. 
"한석호다 인마. 전화번호 바뀌었다 짜샤."

그리고 나서 강남 어느 아파트 상가에서 문방구를 하는 친구에게서 응답이 왔습니다. 
"그런디 무신 소린지~~"
<문방구는 교육정책과 관련이 있는 업종인데도 교육감 선거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반 시민들은 얼마나 모르고 있을까요.>

그 친구에게 바로 답장을 날렸습니다.
"30일 교육감 선거한다 멍충아. 직선이고 00네 아파트도 대체로 6번이란다."
<00이라는 친구는 영등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얼마 전 만났을 때 주경복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응답이 왔습니다.
"알았다 짜샤."

이제 오늘과 내일이 지나면, 서울시 교육감 선거입니다. 
진보신당 당원들이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남은 이틀동안 할 수 있는 것을 꼭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서는 주경복 후보의 공약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모든 공약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주경복 후보가 된다고 해서 서울시 교육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 -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인 제 딸이 지금보다 더 많이 놀 수 있게 되는 것 - 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보수와 신자유주의의 뿌리가 그 어느 곳보다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 교육계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만약 주경복 후보가 낙선하고 공정택이 당선되면, 이명박 대통령은 "막 갈 것"입니다. 촛불국면과 같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명박이 도대체 그 무엇을 두려워 하겠습니까. 막 밀어부치겠지요.  

그러나 제가 두려워 하는 것은 이명박의 막무가내가 아닙니다.
두려워하는 것은 촛불의 절망감입니다. 광화문, 시청광장, 청계천, 종로를 밝게 비추면서 세상을 깨우던 그 촛불들이 절망감에 빠지는 것입니다. 촛불소녀, 촛불소년들이 어른들에 대한 절망감에 빠지는 상황입니다. 

우리, 
남은 이틀을 지난 총선 때의 마지막 1주일처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Articles

4 5 6 7 8 9 10 11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