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답사 후기입니다.

by 유목민-rev1968 posted Sep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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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 카메라, 펜, 그리고 우리의 열정을 가지고 가자!

 

진보신당 대외협력실 장세명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4대강을 기록하자!

 

이수역 지하철역사를 지날때마다 시선을 끌던 광고카피다. 사진도 카메라도 관심없는 나에게 이 카피는 유독 관심을 끌었다. 이 문구를 볼 때마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괴로워하던 공각기동대의 여주인공이, 기록의 힘을 믿고 근현대사를 써갔던 에릭홉스봄이 계속 겹쳐졌다. 기억하는자와 기록하는자가 미래를 규정할 수 있는 힘에 대한 나름 통찰이라고 생각했다.

 

올초 조계사에서 본 지율스님의 낙동강 Before & After 사진전. 누가 알아주지 않는데도 1년간 홀로 발품을 팔며 낙동강의 모습을 기록해놓으셨다. 사진의 수준을 떠나서 기획 자체가 참으로 놀라웠다. 4대강을 가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을 통해서 4대강의 아름다움과 파괴되고 있는 아픔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흐르는 강물처럼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어느날 이상엽 사진작가를 만났다. 당내외 문화예술인들을 조직해서 4대강을 답사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것이였다. 조현연 정책위의장이 전체를 이끌고 실무팀이 꾸려졌다. 여기에 칼라TV가 합류하였고 정책위원회, 녹색위원회가 답사를 주관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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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조현연 정책위 의장>

 

이렇게 진보신당 4대강 답사 프로젝트 흐르는 강물처럼이 만들어졌다. 답사의 컨셉은 4대강의 아름다운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곳과 파괴되고 있는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강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며, 공사로 고통 받고 강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 글, 만화, 영상 등의 기록하자고. 그렇게 5개월간의 4대강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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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홍보용 웹자보>

 

 

4대강을 만나다

 

4월 말 한강 중류를 필두로 시작된 답사는 9월 11일 경인운하 구간 답사를 끝으로 총 6회 5개월이 소요되었다. 매회 평균 35명에 총 150여명이 참여하는 나름 규모 있는 답사였다. 특히 4대강사업 구간 전체를 다닌다는 것은 그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었다.

 

이상엽 작가와 당내 사진동아리 진상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사진을 찍었고 허세욱 평전을 낸 송기역 시인이 주필로 동참하였다. 칼라TV에서는 답사 과정 전체를 기록해서 다큐로 만들기로 하였고 만화가인 기선, 박해성 작가가 인상적인 그림을 남겨주었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좋아해서 손호철, 조희연, 조돈문 교수도 직접 카메라를 들고 동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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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답사팀, 양평 두물머리에서 팔당유기농대책위와 함께>

 

무미건조한 답사팀에 변영주 감독은 멋진 답사 후기 만이 아니라 뒷풀이에서 그 뛰어난 달변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꽃다지는 답사에 전체가 참여하는 열성을 보이며 첫날 한강과 마지막날 홍대 쫑파티에서 열정적인 노래로 이번 답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최항영 작가는 그 외모로 여심을 흔들었고 영산강 답사에서는 직접 사진비평을 해주었다. 김규항씨는 낙동강 하류 답사에 합류하였고 꽃다지 민정연 대표는 천직인 노래를 버리고 글을 통해 4대강을 기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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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한 포즈 : 변영주 감독, 처절한 기타맨, 민정연 대표>

 

당에서도 많은 당원들이 동참하였다. 노회찬 대표는 한강생태복원의 기치를 내걸고 서울시장운동선거중에 참여하였다. 한강에 오리는 없고 오리배만 떠있다는 뼈있는 농담을 던져 답사팀을 즐겁게 하고 직접 포토제닉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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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아는 이상엽 작가에게 인정 받은 노회찬 대표>

 

조승수 의원은 그 특유의 성실함에 주말에도 바쁜 일정을 쪼개 답사에 결합하였다. 그 외에도 4대강 싸움에 몸소 앞장서온 지역 광역시도당과 당원들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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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프랑스 다큐팀과 인터뷰중인 조승수 의원>

 

이번 답사는 진보신당 당원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 시민들도 참여하였다. 아빠의 꾐에 빠져 총 5번을 빼놓지 않고 누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상엽 작가의 아들, 사진을 전공하거나 하겠다는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기억난다. 그리고 기고글, 블로그 등을 통해 답사에 결합한 분도 계셨다. 특히 경남과 보성에서 직접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는 분들은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 실무자인 나를 당혹케 했지만, 답사의 중요한 성과였다.

 

 

4대강은 생명. 어떻게 이 죽음의 삽날을 멈출 수 있는가?

 

강은 산과 농지가 바다를 연결하는 혈관이다. 그 혈관을 통해 수 많은 에너지와 물질이 오가고 그 속에 많은 생명들이 존재한다. 그곳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강살리기라는 너무도 터무니 없는 말을 동원하고 파헤치고 있다. 강의 파괴는 강에만 국한되지 않고 갯벌과 바다를 파괴할 것이다. 그것은 나를 먹여 살렸던 어머니의 조개캐던 손을 좌절시키고 평생 땅에서 자신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찾아야 했던 나의 아버지를 분노케 할 것이다. 이명박과 건설자본의 그 끝없는 탐욕을 위해 이 땅을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어떻게 이 탐욕의 삽날을 멈출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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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준설 현장. 강에 대한 무지와 폭력의 현장이다>

 

 

4대강엔 인간의 삶이 스며 있다.

 

4대강은 많은 사람들이 농사 등을 통해 삶을 영위해온 공간이다. 이 곳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여서 그래서 취약했다. 특히 팔당 유기농민들과 부산 삼락 농민들은 그들의 삶의 애환이 뭍힌 땅을 어느날 떠날지도 모른다. 특히 팔당 유기농민들은 개발제한과 강제이주를 통해 이미 그 아픔이 세월속에 각인되었고 죽음의 농업을 친환경 농업으로 바꿈으로서 한국에 유기농과 생협에 씨앗을 뿌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올해 9월이면 자신의 생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될지 모른다. 우리는 팔당 농민들의 애환과 분노를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고통스럽게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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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유기농 대책위 유영훈 대표>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중 인상적인 분들은 대구골재노동자들이었다. 수십년 골재를 파내면서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파업투쟁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들은 지금 마지막 심정으로 저항하고 있다. 거기에 얼마전 음독자살한 골재사업장의 유서가 떠오른다. 한 몫 잡을 수 있는 4대강 사업을 왜 거부했냐는 질문에 2년간 잘 벌수 있을지 모르지만, 2년 후에 우리는 삶의 터전을 잃는다. 그런 어리석은 일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겠는가라는 우문현답을 하였다. 골재노동자들은 이 싸움을 통해 자신의 노동의 소중함을 그리고 그것이 자연과 공존속에서 가능함을 처절한 대가를 치루면서 배우고 있었다. 그들의 구리빛 얼굴과 삶에 대한 집념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4대강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다.

 

저항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부당함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침묵이 오히려 이상하다. 4대강을 답사하면서 만난 유기농민들, 골재노동자들 그리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수경스님과 지율스님을 잊을 수 없다.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아파했고 현장에서 그곳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여주 신륵사에서 수경스님을 찾아뵈었다. 간소한 천막에서 손님이 찾아오자 직접 차와 음료수를 대접했다. 새만금 등 환경파괴 현장과 4대강 싸움에 가장 앞서 계시고 있다고 설명하자 대뜸 쳐다보시면서 자네 같은 사람이 있어서 이 정부가 나를 좌파스님이라고 하네라는 농을 던지시는걸 보니 이 싸움 오래하실 수 있게구나 했다. 그러나 문수스님의 소신공양 이후 그분이 승적을 내려놓고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그 답답함과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수경스님이 우리가 MB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곧 우리 안에 존재하는 개발과 물질에 대한 숭배이며 이 역시 우리가 극복해야할 또다른 MB다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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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선원에서 답사팀과 대화중  생각에 잠긴 수경스님>

 

이번 답사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구간중 하나이자 지율이란 이름 하나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갔던 곳은 낙동강 상주-안동 구간이다. 이미 경천대, 회룡포, 내성천, 그리고 병산서원 등의 낙동강 절경이 연이어 알려졌고 그곳에서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려했던 지율스님과의 만남. 조그만 체구 비해 의지는 거대한 산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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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강 본래의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다>

 

과거부터의 기억과 인연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어우러져 가장 인상적인 답사였다. 그런 애정이 있어서인가 스님은 이틀 연속 가이드를 해주셨고 우린 그의 뒤를 따르며 낙동강을 느끼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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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 앞, 답사팀을 이끌고 있는 지율스님>

 

강에 대한 열정과 생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자신의 싸움에 대한 한계를 알고 있었고 우리에게 이 절망적인 싸움에서 지치지 않고 버티자고 했다. 우리가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아름다운 강이 살아나게 만들고 그것을 조심스럽게 지켜볼수 있지 않을까?

 

 

4대강을 기록하다.

 

글과 이미지는 기록의 수단이다. 특히 글을 통해 우리는 4대강에 대한 정보와 그곳의 현실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그 외에도 이미지에 중점을 두었다. 그것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공명시킬수 있다. 나중에 그 기록과 기억을 통해 원래 강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복원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병성 목사가 소개한 옛날 한강 백사장에서 시민들이 강수욕하고 있는 사진과 최근 복원되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독일 이자강의 이미지는 기록의 힘을 실감케 했다. 우리의 작업이 훗날 조그마한 보탬이 되길 바란다.

 

이미 이상엽, 최항영 작가를 비롯 사진 동호회 진상이 4대강의 모습을 담아 두었고 이를 모두 4대강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내놓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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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교차, 답사팀을 찍고 있는 지율스님과 그것을 담고자 하는 사진가>

 

칼라TV팀도 참여하여 영상의 풍부함을 증가시켜 주었다. 사진이 무언의 이미지로 그 순간을 각인시킨다면 영상은 우리가 다시 옛날 답사 현장에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멋진 4대강 다큐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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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칼라TV, 영상으로 4대강을 기록하다>

 

사진과 영상이 그 인상을 기계로 순간을 포착한다면 그림은 다른 것 같다. 만화가 기선팀과 박해성 작가는 사람의 애정과 철학이 녹아드는 수작업을 통해 4대강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특히 박해성 작가는 현장에서 계속 스케치하였고 저녁에는 직접 그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참가자들과 공유하였다. 특히 어린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 과정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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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성 만화가, 사라져버린 백마강 백사장에서>

 

이 모든 성과들은 참가한 사람만이 아니라 4대강을 지키고자 하는 모든 사람과 공유할 계획이다. 국회에서, 거리에서 사진전을 열어 더 많은 이들과 공감대를 넓혀가고자 한다. 우리의 기억이 4대강을 찾는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되게끔 책도 출판할 계획이다. 사진과 그림과 만화가 어우러진 4대강 답사기는 어떤 모습으로 내 손 위에 놓일지 자못 기대된다.

 

 

지금 4대강으로 갑시다!

 

여행은 낯선 사람과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친밀해지는 매력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 관계를 이윤의 관계로 강제 편입하는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남 자체가 주는 여행의 매력이다.

 

답사팀도 총 6회를 거치면서 이젠 허물없는 관계가 되었다. 어떤 시민은 총 6회 참여하면서 당에서 이런 행사를 또 기획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금은 상류를 제외하곤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강이 주는 매력을 발견했다. 그 아름다움을 이미지와 글로 남겼고 우리의 추억속에 저장해두었다. 그곳에서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며 사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것을 파괴하고 자신의 이익에 매몰된 사람도 만났다. 그걸 안타까워하며 어떻게든 지키려고 그 실상을 알리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사람도 만났다.

 

거대한 보는 국민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산성이였고 준설 현장은 아픈 상처가 드러난 공간이였다. 어마어마한 파괴 규모에 놀랬고, 공사 강행 속도에 어지러웠다.

이 모든 것을 답사팀은 공유했다. 그 느낌을 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기억을 다시 강이 강다운 모습을 찾을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다 파괴되어 남아 있지 않지만, 아직도 팔당에선 씨가 뿌려지고 있고 지율스님은 오늘도 경천대 앞에 서성이고 계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카메라와 펜을 들고 뜨거운 가슴으로 4대강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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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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