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고 늙은 농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by 기마봉 posted Aug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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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붉은 고추를 따오는데, 벼 이삭이 제법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또 가을은 어김없이 다가 왔습니다.

누가 뭐래도 그들은 정당하고 솔직합니다. 말없이 진실을 이야기 해줍니다.

유일하게 그들의 대화 상대는 농부입니다.

세상에 실망하고 포기하고 나는 더 말이 많아졌습니다. 이른 바,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한겁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 세상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했었는데, 그것이 아님을 직감한 겁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가 그러한 것을 깨닫고 마음 붙힐 곳이 없었습니다.

독서 또한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기껏해야 자위하는 글쓰기 정도가 나를 위로해 줄 정도였습니다.

매달 후원금만 내고 있는 시민단체의 일에는 관심도 없어졌습니다.

더구나, 도저히 진보당이라고 할 수도 없는 당에서는 마치 술 취해서 전봇대에 마구 오줌을 갈기듯이 분통만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스님 마저도 될 수 없는 허름한 품성을 타고난지라 막걸리에 취해 사는 농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세상을 버렸습니다. 세상이 저를 버린 것이 아니라 저가 세상을 버린 것입니다.

저의 친구는 저가 키우는 식물들과 금진항의 바다와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독서와 글쓰기와 그리고 애잔한 가슴을 채워주는 막걸리가 전부입니다.

 

오늘, 서울에서는 약아터진 서울시장이 정치적 배수진을 세워놓고 쇼를 하는 날입니다.

거기에 진보 좌파들은 온통 마음이 가 있습니다. 약삭빠른 서울시장이란 놈이 사라지면 마치 세상이 변화되어 진보좌파의 세상이 될 듯이 들떠있습니다.

전, 그것에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설사, 놈이 사라진다고 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레닌이라는 인간이 맑스의 유지를 받들어 10월 혁명을 일으킨 것도 사실 엉터리였습니다.

도망가서 살다가, 한순간의 약삭빠른 계산으로 봉건 권력을 뒤집어 버린 것이지요.

볼세비키들의 그런 약은 수를 진보당에서는 배울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건 보수당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과정이 전부인줄 모르는 모양입니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얄팍한 계산으로 권력은 존재해 왔습니다.

근대의 역사가 온통 그런 것입니다. 힘 없는 사람들의 역사는 안 중에도 없습니다. 아름다운 과정은 권력을 잡기 위해 이제 필요가 없습니다.

9월 4일에 독자파가 승리하든 통합파가 승리하든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이제 갈데까지 갔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산과 바다에게 내 자신을 맡기는 것이 솔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철학으로 포장을 해서 글을 쓰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거짓말입니다.

그냥, 묵묵한 농부로 소리없이 살고 싶을 뿐입니다.

저의 글쓰기와 독서는 막걸리에 취해 헛소리 하는 정도입니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도 않고 희망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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