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도 그 놈의 패권이 문제, 통합진보당도 그 놈의 패권이 문제.
현재 패권이 준동할 수 있는 기반은 강력한 반엠비전선이다.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민주당은 아쉬울 게 없다. 새누리당이 152석, 자유선진당이 5석, 합해서 157석이고 민주통합당이 127석이다. 엠비가 죽어가는 민주통합당을 살려냈다면 민주통합당은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을 살려냈다. 새누리당이 살아남으로써 반엠비라는 프레임은 대선까지 이어질 테고 그 속에서 민주통합당 패권 세력이 준동하며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패권 문제가 도마에 올랐는데, 애초 통합진보당의 창당 목표는 몇몇 명망가들을 국회로 보내자는 것이었다. 여기에 무슨 거창한 목표가 있던 게 아니다. 단지, 민주당에서 몇몇 통합당 명망가들을 국회로 보내주면 그 대신 좌파의 길을 포기하겠다는 서약이었을 뿐이다. 당 외곽의 먹물들께서 실정도 모르고 힘을 실어준 탓에, 그리고 소위 그 명망가들이 이 길이 아니면 다 죽는다고 협박하는 통에 그 의미가 부풀려졌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통합진보당은 패권의, 패권에 의한, 패권을 위한 통합인데 이제 와서 패권이 문제라고? 이 기회에 경기동부는 죽이고 이정희는 살리자고? 판 깨는 걸 각오하고, 신분배달하며 버텨온 불굴의 용사들(?)과 제대로 한판 붙어보든지.
진보신당도 패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 좌파통합정당으로 향해 가는 지금, 외부세력이 흔쾌히 함께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야 한다. 우리 자체로 뭔가 할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리고 모든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2. 지역 당협으로 가면 어쩔 수 없이 몇몇 활동가들이 모든 활동을 주도한다. 적어도 진보신당은 노동하는 서민대중이 당협을 꾸려가는 시스템을 어떻게든 정착시켜야 한다. 당원은 팬클럽 회원이 아니다. (트윗의 팔로워들은 트위터러를 동물원의 원숭이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던데, 이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촛불의 힘이란 게 어떤 점에서는 정체불명이라는 이야기.)
반엠비전선과 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는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답이 없다. 그 전선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자니 민중권력 확립, 자본주의 철폐를 지향하는 정체성이 위태롭고 그 전선에서 이탈하자니 서민의 요구, 최소한의 의무에 역행하는 모양새로 전락한다. “확고한 정체성과 유연한 연대”,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길이란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해답을 찾아야 한다. "서민들이 염원하는 정권심판"과 "반엠비전선에서 외치는 정권심판", 그 간극이라도 파헤치고 들어야 한다. 대선국면에서 또 다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말이다.
좌파 정당이 의회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함의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 대안을 보여주어야 한다. 선거를 떠나서 일상에서 어떤 식으로 정권 심판이 가능한지 그 모델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그 어떤 대안도 보여준 적이 없다. 우리가 아니면 찾을 수 없는 답안이고, 그 어느 누구고 쉽게 찾을 수 없는 답안이지만 우리가 자임한 일이다. 좌파통합정당에서 해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