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미투와 페미니즘이라는 태풍이 휩쓸고 갔습니다. 태풍 솔릭이 가뭄과 폭염에 목마른 대지를 적셔주었던 것처럼 미투와 페미니즘의 열풍은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더가요? 일종의 백래쉬일지 모르겠으나 반발도 조금씩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래 공동 제소건을 살펴보겠습니다. 그 글 자체가 현행법상 피제소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특정했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고,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당사자가 고소하면 유죄로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합법정당의 공개 게시판이 불법행위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인권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피제소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려도 없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과거 진보신당에서 같은 방식으로 공동 제소를 위한 연서명을 받았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러한 방식은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는데 너무 남용, 오용되는 경우가 발생하더군요.
미투와 페미니즘 태풍은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던 여러가지 원칙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형사사건에서의 무죄 추정의 원칙, 피의사실 공표 금지의 원칙,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은 물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가치들이 페미니즘보다 못하여 무시되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현재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말하는 2차피해, 2차가해 개념 역시 너무 오용되고 남용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달면 모든 불법 부당한 행위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법치주의의 원칙과 자유라는 가치는 봉건시대를 지나 근대를 여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요소들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것들을 피와 땀으로 싸워서 얻은 것이 아니라서 그런치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어쩌면 이러한 가치들은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것들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인간을 인간이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일지도 모를텐데 말입니다.
예를들어 성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공격을 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2차가해나 2차피해를 염려하여 말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현재 미국 대통령은 포르노배우와의 성관계 의혹, 러시아와의 성접대 스캔들 의혹에도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는 트럼프쯤 되니까 그런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과거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가 되어 특검까지 받았지만 결국 탄핵당하지 않고 대통령 임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돌아봅시다. 김부선씨는 연애를 했다고 합니다. 이재명씨는 안 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했건 안했건 상관은 없습니다. 했으면 어쩌고 안 했으면 어쩝니까? 중요한 것은 김부선씨가 했다고 하는 순간 모든 국민들은 이들이 했건 안했건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제와서는 다시 김부선씨가 안했다고 하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은 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도지사직 수행과 아무 상관 없는 사생활 문제로 인하여 유력한 정치인이 강제 로그아웃당했다는 점과, 국민의 이해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안에 대하여 지방선거시기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일시적으로 페미니즘은 마치 모든 비판에 대하여 면죄부를 가진 것처럼 행세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페미니즘이나 미투가 그만큼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너무 지나쳤고 우리사회는 이제 페미니즘에게 주었던 면죄부를 회수하려 하고 있습니다. 워마드에 남성 모델의 몰카 사진을 공개했던 분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그 하나의 예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수많은 불만을 가지지만 그 때마다 사표를 쓰거나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남자 직장인의 경우 직장 상사가 팬티를 벗기고 꼬추를 내 똥꼬에 집어 넣는데도 가만히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자 직장인의 상사가 추행의 범위를 넘어 강제적이거나 원하지 않는 성관계까지 하는데도 당사자가 문제를 삼지 않는다고요? 물론 그런 경우도 아직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그마한 불만을 참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강제 성관계까지 하는데도 문제를 삼지 않는 경우는 특수한 경우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장자연 사건 같은 경우가 될 것 같습니다.
* 재미있는 여론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오늘자 갤럽 조사에서 안희정의 1심 판결에 대하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판결이다. 유죄다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진보적이었고 성폭력에 민감한 사회였을까? 누가 그렇게 답을 했는지 살펴보자.
지역별로 보면 안희정의 지역구인 충청권이나 비교적 꾸준하게 진보적인 성향을 보여왔던 광주 전라지역에서는 유죄라는 비율이 낮아서 40% 정도였다. 그런 반면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왔던 대구 경북은 10% 이상 높게 절반의 답변자가 무죄판결은 잘못되었고 유죄라고 이야기했다.
지지정당별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진보적이고 인권 감수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지지자의 43%만이 유죄라고 한 반면, 보수적인 정당인 미래당과 한국당 지지자들은 52%와 49%가 유죄라고 답해 역시 대구경북과 비슷한 비율로 안희정이 유죄라고 했다. 역시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인 자영업자들 역시 51%가 유죄라고 했다.
즉 이 사건의 1심 판결이 잘못되었다, 유죄다 라고 답한 이들은 상당수는 반 민주당 성향의 보수층들이 상당수 있어 단지 민주당이 싫고 안희정이 싫기 때문에 유죄라고 답한 비율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교적 진보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정의당 지지자의 22%, 학생의 13%, 20대의 16% (30대는 30%) 진보 지지층의 28%는 무죄다. 잘된판결이라고 답했다는 것 역시 주목할만 하다. 30대에서 비교적 높은 비율로 무죄 여론이 나온 것 역시 30대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점. 즉 이 사건에 대한 여론 조사는 객관적으로 성폭력이다 아니다라는 질문은 절대 불가능하고 민주당과 안희정에 대한 평소의 호불호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 이것을 말하지 않고 보도를 한다면 여론조사나 기사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