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노동자는 ‘더불어’ 함께 할 대상이 아닌 정당
- 더불어민주당 당강령 개정안에 ‘노동자’가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강령 개정작업 중이다. 그런데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향상’에서 ‘노동자’를 삭제했다. 그리고 본문의 ‘공정하고 자율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으로 바꾸고 ‘손배, 가압류’도 삭제했다.
한국사회에서 법과 제도상으로 노동자를 의미하는 공식적인 단어는 ‘근로자’다. 굳이 해석하면 ‘근면하게 일하는 노동자’라고 할 수 있겠다. 헌법 32조는 ‘근로의 권리’, 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1조는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조차 노동자를 ‘근로자’로 표현하고 있다. 왜 ‘근로조합법’이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노동부장관도 ‘근로부장관’이라 불러야 옳지 않겠는가? 그리고 ‘노동기준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이다. 노동절(May Day)도 여전히 ‘근로자의 날’이다. ‘노동자’라는 표현에 인색한 것이 아니라 이 표현을 없애고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정권 10년 동안 집권당이었다. 한 때는 독자적으로 국회 과반수를 점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자’라는 단어는 복권되지 못했다. 자본과 대립하는 계급적 용어라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변경을 시도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초기 공들였던 ‘노사정위원회’를 ‘근사정위원회’로 표현하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하다.
민주(열린우리)당 정권 10년은 ‘노동자’의 권리향상보다는 자본의 세계화에 발맞춘 노동시장유연화와 구조조정에 몰두했다.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조항을 ‘정리해고제도’라는 이름의 이데올로기로 포장해 자본이 자행하는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해고를 방치하거나 조장했다. 자유로운 해고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법을 만들었다.
1988년 2월 ‘근로자 파견사업의 규제 및 파견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2006년 12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물론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지금은 제조업 생산현장까지 파견직을 확대하겠다고 하고, 비정규직 고용 2년 이상이면 정규직이 된다던 일명 ‘비정규직보호법’은 절대다수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고용불안의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
1988년부터 시작된 IMF신자유주의 구조조정 5년이 지나면서 확산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문제는 근로복지공단 노동자 이용석 열사가 ‘비정규직철폐’를 외치며 분신 사망하면서 사회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한진중공업 배달호 열사를 분신사망에 이르게 한 ‘손배가압류’도 민주당 정권에서 시작됐다. 그러니 더불어민주당이 강령에서 ‘노동자’와 관련 내용을 삭제하려는 시도는 매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국회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 경제분과장이었던 김종인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헌법 119조 2항에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119조 1항의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과 충돌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두환 국보위시설에 정치에 입문해 여야 정치세력을 넘나들면서 ‘경제민주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지난 3월 7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가 사회문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번 당 강령 개정안에서 드러났듯이 그의 경제에는 ‘노동’이 없거나 비중이 매우 약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자’를 제외한 당강령 개정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그들의 정체성에 합당해 보인다. 억지로 표를 얻기 위해 노동자 정당으로 포장할 필요가 없다.
(2016.8.16.화,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