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여성위원회 논평] 대통령의 성별은 조롱의 대상도, 책임회피의 방패막이도 될 수 없다.

by 대변인실 posted Nov 18, 2016 Views 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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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통령의 성별은 조롱의 대상도, 
책임회피의 방패막이도 될 수 없다.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당선자의 선거운동 시절 슬로건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스무 해 가까이 국가의 가부장 노릇을 했던 독재자의 자녀로서 국가 가부장제 강화에 공모했다. 훗날 정치인으로 재등장한 뒤에도 여성을 대변하는 일체의 행보도 없었다. 그렇지만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자임하며 최초의 여성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혹시 대통령의 성 정체성 탓에 '역차별'이 벌어질까 봐 거리 두기를 하였는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은 여성의 이슈에 무심했다. 18대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의 성 격차지수 순위는 2012년 108위에서 2016년 116위로 하락했다. 성별 임금 격차는 임기 내내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그러는 사이 KTX 여승무원들의 복직투쟁이 대법원의 최종심에서 패소했고, 몰래카메라와 여성혐오범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으며, 보건복지부는 낙태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다 반발에 못 이겨 원상복귀 했다. 어디 여성 이슈뿐인가, 생태 · 평화와 같은 여성주적 가치들도 모두 무시되었다.

임기 후 몇 년간 여성을 대변하지 않는 대통령의 성별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일까? 대중의 일각에서 대통령의 성별을 호명했다. 마침 찾아온 원숭이의 해를 맞아 '박근혜 병신년'이라는 여성혐오와 장애인 혐오를 동시에 이뤄내는 어구가 유행했다. 그리고 박근혜 비선 게이트가 터졌다. 마침 비선도 여성이었다. '여성혐오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기에 충분했다. 비공식 권력의 존재는 '강남 아줌마'로 명명됐다. 여자가 정치를 해서 문제라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가부장적 속담이 다시 회자되었다. 사람들의 부름에 응답하고 싶었던 것인지,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발언으로 자신의 성별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제각각의 여성들이 단일하지 않음에도, 여성은 '인간' 이전에 '여성'으로 부각되고 한 여성의 부적절한 언행은 전체 성별의 문제로 환원된다. 남자 대통령의 시대에는 단 한 번도 ‘남자라서 그렇다’는 말이 회자된 적은 없었다. ‘여성 대통령’이라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문제이다. 일부의 대중들이 박근혜와 최순실의 성별을 부각시키며 조롱하는 행위와 대통령도 사생활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성별을 들먹이는 발언은 여성을 제2의 성으로, 약자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같다.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외쳐야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퇴진으로 모든 여성혐오와 차별/폭력의 문제가 사라진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100만명이 거리로 나왔지만, 일부 여성들은 그 인파들 속에서 성추행에 시달려야 했고 '헌팅’의 놀잇감으로 전락되기도 했다. 


여성은 놀잇감도, 핑곗거리도, 조롱거리도 아니다. 조롱과 비하에 빗대어 지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들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 행위의 주체임이 인식되어야 하고, 안전한 집회, 평등한 연대는 우리 모두의 이슈여야 한다.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박근혜 퇴진 이후의 세상이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생태·평화· 평등과 같은 여성주의 가치가 실현되기 꿈꾼다. 그리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광장에 나아가 소수자를 혐오하지 않는 당신과 함께 이렇게 외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


2016.11.18.

노동당 여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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