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500일 동안 끈질기게 투쟁하는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난 11월 14일, 경부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동상 앞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그 날은 박정희 탄생 99주년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행사장 입구에 아사히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박·근·혜·퇴·진’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러자 행사를 마치고 내려오던 박정희·박근혜 지지자들이 조합원들을 밀치고 피켓을 빼앗는 등 무차별 폭력이 시작됐다.
박근혜에 대한 5% 지지자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아사히 비정규직해고노동자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정리해고철회와 공장복귀 만이 아니라 박근혜의 열렬한 지지자들과 친일독재자 박정희 동상 앞에서 시국에 동참하며 싸우고 있었다. 한 통속인 정권과 자본의 지배와 폭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2015년 5월, 구미공단에 있는 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GTS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를 결성하자 사측은 한 달 만에 도급계약 해지 형식으로 전원 정리해고 했다. 그로부터 500일 동안 처절한 투쟁이 시작됐다.
2010년 매출 기준으로 연 1조 4,500억 원, 세계 4대 유리기판 제조업체 아사히글라스((주)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한국)는 경상북도와 구미시로부터 공장부지 34만㎡ 10년 단위 50년간 무상임대, 5년간 국가세금 전액면제, 15년간 지방세 감면이라는 특혜를 받고 돈을 벌어가고 있다. 아사히글라스는 일제시기 강제동원 등 못된 짓을 한 전범 기업 중 하나다.
500일 전 140명이 노조를 결성했지만 사측은 전기공사를 빌미로 조합원들을 몰아낸 뒤 100여 명의 용역을 고용해 출입을 막았다. 해고된 조합원들은 공장 앞 인도와 구미시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도급계약해지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해도 그만이고, 노조가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을 들어 고소하고 국정감사에서 지적했지만, 노동부는 아무런 조치도 없다.
사측은 조합원 미행, 노조 동태 파악, 개별적으로 탈퇴 종용 등 자본가들이 사용하는 모든 노조탄압 수법을 동원했다. 지난 4월 21일(목)에는 시민들의 통행이 방해된다는 이유를 들러 공무원·경찰·철거용역 700여 명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이라는 미명하에 공장 앞에 설치된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그러나 그곳은 시민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공단지역이다. 아사히 자본의 눈에 거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을 공권력으로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한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다시 농성장을 설치하고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사측은 천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1일당 50만 원의 간접강제금이 발생한다는 법원 집행문을 고지한 상태다.
지난 10월 7일, 대구지방법원은 구미경찰서가 ‘통행권 침해와 민원 업무 방해’를 이유로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옥외집회금지통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집회로 민원업무가 현저히 방해된다는 증거가 없고, 통행권은 다소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집회 자유에 비추어 일반 공중이 수인할 수 있는 한도”라고 판단했다.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이 침해당하고 생계가 박탈당한 현실은 눈감고 집시법이나 도로교통법 조항을 들먹이며 헌법이 보장한 해고노동자들의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한다. 해외투기자본과 국내 부패한 권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찰, 검찰, 지방자치단체와 행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해고되고 투쟁한 지 500일이 지났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생계비 지원도 2015년 9월에 종료됐다. 많은 조합원들이 생계 때문에 투쟁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서울과 구미에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CMS 후원계좌를 통해 연대와 지원을 받고 있지만 부족하다.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의 노동조합에서 내년 예산 중 일정 부분을 해고자생계와 장기투쟁사업장 지원금으로 책정하기를 기대한다.
- 아사히 자본은 부당해고 철회하고 노동자를 공장으로 복귀시켜라!
- 사측은 농성장에 대한 간접강제이행금 요구를 취하하라!
- 노동부는 부당한 해고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를 즉각 취하라!
- 경찰과 검찰은 사용자에 대한 불법을 수사하고 엄단하라!
-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아사히글라스에 대한 특혜를 중단하고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상회복을 사측에 요구하라
- 박근혜는 퇴진하라!
(2016.11.19.토, 노동당 대변인 허 영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