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의 명복을 빌며
노조파괴 공작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이 최근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3개월 전 퇴사했던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이 지난 12월 20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소망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는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우리는 2016년 3월 17일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작’에 의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광호 열사의 죽음을 기억한다. 그를 떠나보내고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건만, 우리는 또 다른 동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 뒤에 절망과 분노의 감정을 감출 수 없는 이유다.
현대자동차 부품납품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 탄압 사건은 사측에 의한 ‘노조 파괴 공작’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돼 있다. 2011년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기획과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유성기업은 민주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노조파괴 공작을 실행했다. ‘주간 연속 2교대제’ 쟁취를 위한 노조의 파업에 대응해 사측은 직장폐쇄, 용역 깡패를 동원한 폭력, 징계·해고, 고소·고발은 물론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세워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차별하는 등 사측의 노조파괴 공작은 치밀하게 기획되고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에 맞선 노조의 투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8년 동안 조합원들의 정신 건강은 날로 악화되었고, 억울함과 분노도 더 깊어졌다. 유성기업 노조파괴는 조합원들의 일상을 잔인하게 파괴했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하는 극단의 현실로 노동자들을 몰아넣었다.
지난 2016년 10월 근로복지공단은 한광호 열사의 죽음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산업재해 사망으로 인정했다. 이에 노동부는 2016년 7월 사측에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으나, 회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성기업 직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나 지금까지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가 2년의 세월을 허비하는 동안 노동자의 고통은 더 커졌고, 결국 또 다른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다. 고인의 죽음이 유성기업 사측의 노조파괴와 이를 방조한 공권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 억울한 죽음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라! 유성기업 사측은 노조파괴를 중단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라!
또한 검찰과 법원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작 배후에 있는 현대자동차의 범죄 행위를 명백히 밝히고 엄중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노조 파괴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2018년 12월 31일
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