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집시법은 집회 및 시위 금지법이 아니다
- 6/28 총리 공관 집회금지 헌법불합치 선고에 부쳐
어제(6/28) 헌법재판소는 국무총리 공관 100m 안에서 집회를 못 하게 막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가 지난 2015년 신청했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헌제청에 대하여 이날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것이다.
정진우 전 부대표는 2014년 6월 10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6·10 만인대회 당시 총리 공관으로부터 약 60m 떨어진 집회 금지장소에서 시위를 벌이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5년 정진우 전 부대표는 해당 집시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고,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오늘의 헌법재판소 선고에 이르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 요지를 통해 총리 공관 인근을 집회와 시위 금지장소로 정한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며, 총리 공관 인근에서의 해산명령불응죄 조항 역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총리 공관 인근 집회를 어떤 형태로 허용할지는 입법부 판단이 필요하다며 2019년 12월 31일까지만 기존 집시법 조항의 효력이 유지되도록 했다. 이때까지 해당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2020년 1월 1일 효력이 상실된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에 관한 최초의 위헌 판단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지난 5월 31일 국회 100m 이내 집회금지에 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할 때와 마찬가지로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로 결정해 입법부에서 다시 집회의 자유에 제한을 둘 여지를 남겨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공화국에서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런데도 현행 집시법은 국회, 국무총리 공관, 청와대 등 옥외집회와 시위 금지 장소를 정해 집회와 시위를 원천 금지하며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집회 및 시위 금지법’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촛불항쟁을 통해 성숙한 민주 의식 속에 집회와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을 목격했으며, 청와대 등 집회 절대금지 성역이 더는 존재할 이유가 없음을 확인했다. 올해 1월 청와대 100m 이내에서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는데, 이 또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는 국무총리 공관을 비롯해 국회, 청와대 등 집회 절대금지 성역을 아예 없애고,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며 권력 유지의 도구가 되어버린 집시법을 전면 개정하라. 집시법은 ‘집회 및 시위 금지법’이 아니다.
(2018.6.29. 금,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류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