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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근로장려금이 아니라 기본소득이 대안이다

- 증세해도 모자랄 판에 감세에 골몰한 세제개편안


 

기획재정부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2018730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미 예상한 대로 종합부동산세는 보수 세력까지 반색한 청와대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마저 누더기로 만들어 놓았다. 역시 예고한 대로 근로장려금 규모를 3배 넘게 확대한다. 근로장려금(Earned Income Tax Credit, 약칭 EITC)은 노동 참여 유인 제고-감세-복지를 하나로 엮은 신자유주의 소득이전 프로그램이다. 증세하라고 하니까 감세하는 정부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은 공염불이 되고 재벌 특혜 규제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혁신성장만 남았다는 점이 이번 세재개편안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노동당은 근로장려금 확대에 대해 비판적이다. 근로장려금은 국가가 소득세를 환급해 준다는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에 개념적 기반을 두고 있다. NIT에 기반한 EITC는 미국에서 신자유주의 감세 조치와 함께 시작되고 확대되었다. 저임금 근로자의 노동 유인을 높이고 저소득층의 탈빈곤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EITC는 미국의 최대 규모의 소득이전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지만, 미국의 빈곤율은 OECD 5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프랑스와 핀란드 등 유럽 복지국가가 시장 소득으로 측정한 상대 빈곤율이 미국보다 10%p 높은 35% 수준에서 세금과 재분배를 거친 이후에는 58%대로 뚝 떨어짐에 반해, 미국은 26.6%에서 17.8%로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EITC 중심의 노동연계복지(Workfare)가 조세와 재정의 재분배에 극히 적대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의 근로장려금 대폭 확대 역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종부세 증세를 무력화하고, 최근에는 각종 소득 및 세액 공제 확대 정책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EITC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가맹점 수수료를 낮춘다는 명분으로 제로페이 사용액에 소득공제 40%를 적용할 방침이고, 자영업자에게는 매출세액 공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세법 개편안은 산후조리원 비용에 대한 의료비 세액공제 적용, LNG 세율 1/4 수준으로 인하 등 다수의 감세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증세를 통해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립하라는 요구는 무산되고 오히려 감세 조치로 나타난 것이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소득세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각종 소득 및 세액 공제 확대는 중산층 이상 소득자들의 감세 혜택을 통해 조세와 재정의 역진성을 더 강화할 것이다. 이 감세 조치가 근로장려금 대폭 확대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결코 환영할 만한 것이 못 된다.

 

EITC는 사실상의 임금 보조금으로서 시장 임금을 떨어뜨린다. 미국의 유력한 한 연구는 EITC 1달러당 0.36달러가 시장 임금의 삭감으로 인해 사용자에 의해 포획(capture)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근로장려금이 저임금 노동자의 시급을 떨어뜨린다는 연구도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EITC로 인해 노동참여 유인이 높아진 저임금 노동자들의 시장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저숙련, 저학력 노동자일수록 EITC로 인한 임금 인하 효과는 크게 나타난다. OECDEITC의 사용자 포획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근로장려금 확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2020년 이내 시급 1만원 공약 폐기 등과 맞물려 돌아가는 사정을 고려하면 근로장려금 확대로 인한 시장임금 인하 효과도 더 커질 것임을 알 수 있다.

 

확대된 근로장려금 설계에 따르면 주 40시간 이상 일하며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전일제 노동자는 수급 혜택에서 배제된다. 기초생활 수급자 역시 제도상으로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15시간 이상만 일해도 2019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 소득액이 50만을 넘어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자에게 주어지는 기초생활 생계급여 수급 자격이 박탈된다. 결국 근로장려금은 기초생활 수급자들을 누구나 기피하고자 하는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되, 그로부터 받는 시장 임금을 전일제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이하로 유지하면서 기초생활 수급자들의 숫자를 줄이려는 저임금-빈곤 관리 정책인 셈이다.

 

근로장려금의 대폭 확대는 정부 경제정책 기조로서 소득주도 성장론과도 배치된다. 소득주도 성장이 전략적 목표로 하는 가계 가처분 소득 증가는 결국 노동소득 분배율 향상과 복지 이전지출의 증가를 경로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근로장려금은 노동소득 분배율을 떨어뜨리며 감세 및 전체 복지 재정지출의 축소와 어울리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재벌에게 일자리를 읍소하고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혁신 성장론으로 선회한 정부에게 소득주도 성장론은 레토릭만 남아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과거 복지국가는 완전고용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사전적 예방조치로서 사회보험과 사후적 구제책으로서 공공부조를 통해 빈곤을 제거하겠다는 기획이었으며, 완전고용이 유지된 20년 동안에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완전고용이 무너진 자리에 EITC로 대표되는 노동연계복지를 앞세운 신자유주의는 빈곤의 관리’, ‘빈곤의 제도화로 나아갔다. 완전고용 전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사회에서 빈곤을 제거하겠다는 복지국가의 목표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그 대안은 근로장려금이 아니라 보편적·무조건적·개별적으로 제공하는 소득이전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 근로장려금이 아니라 기본소득이 대안이다.

 

2018730

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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