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 또 가만히 있으라? 컨트롤 타워 없는 정부

by 대변인실 posted Sep 14, 2016 Views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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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또 가만히 있으라? 컨트롤 타워 없는 정부
- 재난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한민국

2016년 9월 12일 저녁 경주일대에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 이후 이틀 사이에 300차례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까지 지진학설은 본진이 발생한 이후 그 보다 낮은 여진이 이어진다는 것이었으나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에 이어 이번 경주 지진도 본진에 이어 더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했다.

국민안전처는 저녁 7시 44분 강도 5.1의 첫 지진 발생 후 8분이 지나서야 반경 120km 이내 주민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고, 8시 32분 5.8의 더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9분이 지난 뒤였다. 수도권까지 지진이 감지됐는데도 제한된 인원에게 그것도 매우 늦게 발송됐다. 국민들은 거주지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난 상황은 전 국민에게 신속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지진이 발생하면 몇 사이에 엄청난 피해를 발생하므로 최대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국민안전처가 얼마나 빨리 국민들에게 재난 발생을 통보하고 대처하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지난 7월 5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5.0 지진 당시 18분이 지난 뒤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것보다 빨라진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형편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지진파가 감지되면 10초 이내로 발송된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먹통이 됐고, 일부 통신도 두절됐는데 비상통신망이 확보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엄청난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대통령이 관련부처와 수석실로부터 긴급보도를 받은 시간은 밤9시 30분쯤으로 지진 발생 1시간 46분이 지난 뒤였다. 국무총리는 밤10시가 넘어서야 “전 행정력을 동원해 피해자 지원과 복구 등의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진 발생 당시나 그 이후 계속되는 여진 상황에서 신속한 대피가 우선인데도 한가하게 ‘피해자 지원과 복구’만 외치고 있었다. 대피시간이 10초 늦어질 경우 사망확률이 2배나 높아진다는 지진 대비책이 이런 수준이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주에서 발생한 5.8강진은 폭약 50만t의 위력으로 북한이 5차 핵실험으로 발생시킨 인공 지진보다 50배나 더 강했다. 그런데 지진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핵 쏘면 북정권 끝내겠다”는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지진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사과나 질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영방송이 망가진 지 오래되었지만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 1TV는 1차지진 발생 시에 시사교양프로그램을, 2차지진 때는 드라마를 그대로 내보냈다. “당시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있어 특보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엄청난 수신료를 강탈해 대통령의 가십거리까지 대서특필하는 KBS가 재난발생에 대해서는 이처럼 무책임할 수 없다.

이번 지진을 통해 학교에서의 지진 등 재난 교육이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여 건물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했을 정도다. 우리나라 건축물 내진율은 6.8%에 불과하고 학교의 경우도 15.8%로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이틀 째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휴교를 내리지 않고 학생들을 정상적으로 등교시킨 교육당국의 재난에 대한 인식이나 대비상태가 부재한 실정이다. 학생들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무슨 공부타령을 하고 있는지 학교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동서발전 울산 LNG 복합화력 4호기는 지진 발생 시간인 7시 44분에 멈췄지만 울산 SK종합화학 폴리머공장은 8시 32분에 중단됐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9시 50분이 되어서야 생산라인이 멈췄다. 지진이 발생하자 일부 공장은 노동자들이 직접 생산라인을 세우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노조가 ‘작업중지권’을 발동해 생산라인을 멈추었다. 바깥에서는 지진으로 대피하는 등 난리가 났는데도 현대자동차는 2시간 동안 생산라인을 가동시켰다. 이윤에 눈멀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는 일이다. 노조가 없었더라면 공장이 무너지는 상황까지 공장을 가동시켰을지 모른다. 끔찍한 자본주의다.

우리나라 동해남부권의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수많은 단층들이 활성단층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은 명확하게 정리됐다. 활성단층일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역사적 기록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한 지역이다. 역사조차 무시하는 과학자,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오만함이 큰 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런 조건들을 무시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허가하거나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동의해 왔다. 국내 대부분의 핵발전소는 리히터규모 6.5까지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도 7.5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의 경우 7.9의 높은 내진설계에도 불구하고 9.0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대참사로 이어졌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로부터 27km 떨어진 곳에 월성 핵발전소, 50km 거리에 고리핵발전소가 위치한다. 경주에는 국내 최초로 방성폐기물 처분장까지 설치되어 있다. 결국 50km 반경 안에 12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2기는 건설 중이며, 2기는 신규로 허가했다. 이 지역에 국내의 절반이 넘는 핵발전소가 위치하고 주변에는 50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내 핵발전소는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월성 1~4호기를 수동 정지시키고 긴급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경주 지진 발생 다음 날인 9월 13일 오전, 노동당, 녹색당, 민주노총 등 9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국내 최대 규모 지진 발생,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노후핵발전소 폐쇄하고 신규건설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가동 중인 핵발전소를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지진대비 평가 및 안전점검을 공개적으로 실시하라!
- 핵발전소 밀집지역의 활성단층 종합조사 및 지진재해 분석을 실시하라!
- 안전성 미비에도 수명연장 가동 중인 경주 월성 1호기를 폐쇄하라!
- 지진발생 위험 지역에 10개를 밀집해서 짓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라!

그 동안 지진 전문가들이 경고한대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한반도가 화강암이 많고 활성단층이 없어 일본과 달리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핵발전소를 확대 건설해 온 핵마피아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전면 수정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지진을 통해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노동, 생태, 평화를 추구하는 노동당은 탈핵을 위해 핵발전소 폐기를 주장해 왔다. 이번 지진을 통해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명확하게 확인된 이상 기존 핵발전소 폐기와 신규 핵발전소 건설저지 투쟁을 힘차게 벌여나갈 것이다. 동시에 정부에 대해 지진 대비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당 차원의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 정부와 국회는 재난재해대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하라!
- 정부와 국회는 핵발전소 전면 폐쇄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라!
  ∙ 노후 핵발전소를 즉각 폐쇄하라!
  ∙ 신규 핵발전소 계획을 백지화하라!
  ∙ 기존 핵발전소 폐쇄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
  ∙ 태양열 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계획을 수립하라!
- 정부와 국회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핵발전소폐쇄위원회로 개편하라!
- 정부와 국회는 전면적 지질조사를 통해 국가차원의 단층지도를 마련하라!
- 정부와 국회는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 장치를 마련하라!
- 정부와 국회는 신규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을 상향조정하라!
- 정부와 국회는 국가재난방송, 통신, 인터넷망을 새롭게 구축하라!
- 정부와 국회는 재난 피해, 복구, 지원대책을 수립하라!
- 노동조합은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즉각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라!

(2016.9.14.수,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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