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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전경련 해체가 아니라 재벌 해체

모르쇠로 일관한 재벌 청문회

 

126일 국회에서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주최로 1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재용 등 한국의 대표적 재벌총수 9명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 중 6명은 28년 전 5공 청문회 때 참석한 재벌총수의 자식들이다. 재벌이 세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벌총수들이 박근혜와 독대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바친 돈 800억원이 대가성 뇌물이냐 아니냐를 두고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 재벌총수들은 하나같이 대가성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박근혜가 요구해 돈을 내긴 했지만 뇌물은 아니라고 말했다. 공모자들의 의리인가?

 

그러나 청문회를 시청한 국민들은 이들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박근혜를 반대하는 96% 국민들과 촛불집회에 나온 230만 시민들은 부패한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을 넘어 공범임을 선언한 상태다. 박근혜 퇴진·구속뿐만이 아니라 재벌구속도 외치고 있다.

 

재벌들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소비자를 수탈해 축적한 돈으로 권력에 상납했다. 그 대가로 노동법개악, 자본에 대한 규제철폐, 법인세 등 인상 저지, 각종 혜택과 지원을 받아왔음을 알고 있다. 재벌들이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국민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삼성 이재용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자기보다 훌륭한 분(전문경영인)이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8살이던 1995년 이건희로부터 물려받은 60억원으로 재산을 8조원으로 불린 자기보다 더 훌륭한 전문경영인이 어디 있겠는가? 부당한 정치자금으로 권력과 결탁하여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은 재벌의 세습자로서 자신뿐일 것이다.

 

며칠 전에는 노동시민단체가 전경련 로비에서 전경련해체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어제 청문회에서도 전경련 해체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삼성 등 주요 재벌이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재벌들이 전경련에 남아있는가 아닌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주식의 5%도 갖고 있지 않은 재벌 총수들이 내부(국민연금 같은 우호지분 포함)지분을 통해 어떻게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정치권에 불법정치자금을 상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재용은 자기 소유자산 8조원의 1%밖에 안 되는 미르·K스포츠 재단 800억원을 가지고 이런 난리를 피우는 사람들이 의아스러울 것이다.

 

어쩌면 그게 뇌물인지 잡비인지 푼돈인지 감각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돈도 능력이라고 했다. 청문회에 나와 어눌한 답변으로 연기를 하는 재벌 2, 3세들의 머릿속은 국민들과는 딴 세상이다. 재벌들은 정권과 결탁하는 것을 넘어 관리하고, 교체할 수 있는 힘까지 가지고 있다.

 

이 날 청문회는 특별위원회 명칭부터 재벌에 대한 면죄부가 부여됐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이므로 주어(주범)가 최순실이다. 그리고 박근혜는 개인이 아니라 정부로 뭉뚱그려졌고 재벌총수는 참고인정도에 불과했다. ‘박근혜와 재벌 공모 국정농단 청문회여야 했다.

 

박근혜게이트의 주범은 새누리당을 비롯한 부패한 정치권력의 중심인 박근혜와 정경유착을 통해 반세기 동안 부를 축적해 온 재벌이다. 최순실류는 그저 반세기 동안 구축되어 온 부패권력·재벌체제에서 기생하는 독버섯일 뿐이다.

 

이번 청문회는 주범과 종범이 뒤바뀐 상태에서 진행됐다. 재벌체제에 대한 깊이 있는 지적이 부재했고, 재벌 봐주기나 심지어 재벌에 아부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박근혜 이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재벌이 해체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이후 대선 국면을 넘어 재벌해체를 위한 지속적인 국민항쟁을 펼쳐나가야 한다.

 

(2016.12.7., 평등생태평화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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