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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진보대통합정당건설안을 졸속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 민주노총 정책대대의 핵심은 투쟁과 조직강화를 위한 조직혁신전략

민주노총은 오늘(8월 22일) 충북제천 청풍리조트에서 “2017년 최저임금 1만원- 노조 할 권리 쟁취 총파업! 2천만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6년 정책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웹자보 홍보물에는 “8.22 정책 대대 너머, 총궐기, 2017년 사회적 총파업, 대선투쟁까지!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함께 결의하고 투쟁합시다!”를 강조하고 있다. 안건은 ‘조직혁신 전략’이다.

민주노총은 오늘 정책대의원대회 이전 몇 차례 중앙집행위원회의를 개최하고 의결주문인 복수의 ‘정치전략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1안)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대중조직이 함께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 및 기존 진보정당의 통합추진여부 등을 포함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치방침을 2017년 정기대의원대회에 제출한다.

2안)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농‧빈 대중조직이 함께하는, 기존 진보정당의 통합 및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포함한 진보대통합 정당 건설을 추진한다.

1, 2안은 약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주도로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정책대대에서 졸속으로 정당건설방침을 결정하는 것은 무리하다. 지난 30년간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검토는 물론이고 최근 10년도 안 된 기간 동안에 벌어진 진보정당 분열의 역사에 대한 평가도 없이 또 다시 진보정당건설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민주노총 조합원은 물론이고 노동자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 동안 정치위원회에서 논의해 온 내용들이 전격 폐기된 가운데 상정된 이번 정치전략안은 민주노총 첫 직선 집행부가 추진해 온 조직현식전략과 심각한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정책 대대의 핵심내용은 2차 민중총궐기, 사회적 총파업 그리고 2017년 대선까지 이어지는 민주노총의 투쟁을 위한 조직혁신의 일환이지만 정당건설론으로 축소되고 말았다.

87체제로서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건설’을 양 축으로 투쟁과 조직건설을 병행해 왔다. 형식적으로 노동자정치세력화는 2000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민주노동당 건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변혁운동의 중심에 서 있지도 못하고 그나마 분열의 과정을 밟았다. 산별노조 건설과 관련해서는 외형적으로는 대부분의 노조들이 산별노조로 전환됐지만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조직으로 보기엔 매우 미흡하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동력은 1996~97년 노개투 총파업의 성과에 기초했다. 1997년 말 대선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민승리21’후보로 출마했고(1.19% 득표), 2000년 1월 30일 민주노총 주도로 민주노동당을 창당했다. 그 후 2002년 대선에 출마했고(3.98% 득표), 2004년 총선에서는 정당득표율 13.1%, 국회의원 10명이 원내에 진출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정당득표율 12.1%, 광역의원 15명(비례 10명 포함), 기초의원 66명이 당선됐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3% 득표에 그쳤고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분당했다. 2008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명, 비례대표 3명 포함 5명이 당선됐지만 정당득표율은 5.7%, 진보신당은 2.9%를 얻었다. 이때부터 민주노총 내부에는 진보정당 분열로 조직이 분열되고 그래서 민주노총 투쟁이 약화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2009년 1월 21일, 민주노총 제45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치‧연대사업 계획으로 진보정당세력의 통합을 추진하는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통추위 : 금속노조 위원장이 대표 맡음)’가 구성됐다.

민주노총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9.1~9.7 동안 진보정당 세력의 단결과 통합에 대한 단위노조 간부 1000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89.1%가 진보정당 통합에 찬성했다. 조사대상자의 48.7%가 분당으로 조직력 약화 등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70.1%가 ‘통합이 되도록 민주노총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 통합시기는 59.5%가 ‘2010년 지방선거 전’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우여곡절을 거쳐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의 통합으로 통합진보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2012년 4월 총선을 앞 둔 3월 19대 총선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싼 내부논란을 거쳤고, 2012년 10월 21일 진보정의당 창당과 함께 분당됐다(다음해 7월 ‘정의당’으로 개명).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를 출마시켰고 소속 국회의원이 5명이었던 통합진보당은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정당 해산과 의원직을 상실 당했다.

한편 2008년 3월 민주노동당에서 분당한 진보신당은 “2011년 9월 25일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진보정당을 출범한다”는 합의가 당대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심상정, 노회찬, 조승수 등이 탈당했다. 탈당파들은 2011년 12월 통합진보당 창당에 합류했다. 진보신당은 '진보좌파 정당건설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한 뒤 사회당 등과 통합 논의를 진행했다. 2012년 2월 28일,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수임기구가 각각 합당을 결의했다. 진보신당은 그해 4월 총선에서 1.13%를 얻어 등록 취소됐고, 2013년 7월 노동당으로 재창당했다.

2009년 민주노총 보궐집행부는 ‘통추위’를 통해 분당된 두 진보정당 통합을 위해 매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3년 만에 2개의 진보정당은 3개가 됐다. 그 해 쌍용자동차는 3000명 정리해고에 맞서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고 외치며 공장점거 등 치열한 투쟁을 전개했다. 진보정당이 분열되어 투쟁이 안 된다는 주장을 무색케 했다. 한편으로 무리한 통합 추진으로 진보정당은 더 분열됐고 그로 인한 어려움은 더 커졌다.

민주노총 통추위가 진보정당을 추진한 지 만 7년, 진보정당이 추가로 분화한 지 4년이 지났다. 노동현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를 업은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 중이지만 상황을 돌파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진보좌파정치 역시 각자도생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다시 2016년 8월 정책대대에서 ‘기존 진보정당 통합 및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는 안을 제출하였다.

전국 조합원 54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민주노총 정치전략수립을 위한 조합원 설문조사 보고서(2016.8.16.)’에 따르면 ‘노동자정치세력화 필요성’에 대해 68.7%가 ‘매우 필요하다’, 26.7%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등 95.4%가 찬성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당 건설’에는 35.5%만 찬성했다. 신자유주의 지배질서를 경험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 온 민주노총 조합원이 노동자정치세력화에 찬성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정당건설을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강령, 경로, 시기, 절차 등 거쳐야 할 것이 많다. 더 중요한 것은 정당건설을 추진할 힘(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멀지 않은 시기에 겪었던 혼란을 다시 반복하면서 기대와는 정반대로 민주노총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번 민주노총 정책대대의 주목적은 정권과 자본의 노동에 대한 무자비한 신자유주의 공세를 돌파하기 위해 투쟁력과 조직력을 강화하는 ‘조직혁신전략’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자리이다. ‘정치전략’은 그 일부분일 뿐이다. 세계 노동운동 역사는 물론이고 민주노총이 건설한 민주노동당 등 노동자정당은 노동자들의 계급적 투쟁과 연대 그리고 실천의 산물이지 회의장에서 토론으로만 그리는 설계도면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정치사상종교를 불문하고 조직된 노동조합과 달리 무조건적인 하나의 정당건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이번 정책대대에서 충분히 논의 하되 조급하게 진보대통합정당건설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2016.8.22.월,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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