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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백남기 농민 쓰러져 사경을 헤맨 지 304일 만에 청문회

by 대변인실 posted Sep 12, 2016 Views 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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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백남기 농민 쓰러져 사경을 헤맨 지 304일 만에 청문회
- 경찰의 불법 행진 금지통보, 위헌적인 차벽설치, 머리 조준 살인 살포

9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백남기 청문회’에서 물대포 직사에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정치도의상 사과할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는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날 청문회에 앞서 백씨의 딸 도라지씨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늘 청문회는 사건 당일 경찰의 차벽 설치, 살인 물대포 등 위법한 집회 대응을 낳은 지휘체계를 밝히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물대포의 위해성, 살수차 운용의 부적절성, 경찰 당국의 자의적인 집회 금지, 과도한 차벽 설치, 유·무형 방해 행위 등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는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농민들이 참여한 대중 집회였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 날 집회와 행진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당국은 집시법 제12조 (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①항 ‘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의 ‘주요도로’를 내세워 금지 통보했다. 같은 항의 ‘질서 유지 조건’도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동법 ②항은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집회시위)금지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집시법 제 12조②항 중 ‘다만, 해당 도로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으면 제1항에 따른 금지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행진금지 통보를 한 다음 행진이 시작되기도 전에 차벽을 설치하여 교통을 차단했다. 주요도로의 교통소통을 자기들이 원천적으로 막은(봉쇄) 것이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경찰청장이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 싸 시민들의 서울광장 통행을 제지한 행위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 제2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벽설치 자체가 헌법과 집시법을 위배한 조치였다.

그리고 대통령령 제21842호(경찰장비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찰장비는 필요한 최소한 범위에서 사용’, 물대포의 경우 ‘부득이한 경우 최소범위 사용’을 위반했다. 살수차 운용지침은 ‘직사 살수 때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 겨냥, 부상자 발생 시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에게는 이런 모든 규정이나 지침을 어기고 직사했으며 쓰러진 이후에도 계속했고 구호조치는 취하지도 않았다. 이는 공무를 빙자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였다. 병원 후송의 경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급차로 옮기는 등 병원에 도착해 응급처치를 받기까지 44분이나 시간을 흘려보냈다. 몇 분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직무유기를 넘어 살인방조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청장을 했던 자는 청문회는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뺌하고 있다. 폭력화한 권력이 만들어내는 괴물이 아니고서야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로는 답변할 수 없는 표현이라 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청문회이지만 예상한대로 경찰담당자들은 왜곡과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 경찰청장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제도적 의사표현 장치와 법률적 구제절차가 완비돼 있는데 거기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이나 다수의 위력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쁜 관행이 아직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시위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민중총궐기는 헌법을 무시하고 집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집회를 금지통보하고 도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폭력을 유도한 경찰당국 아니 그 배후인 정권에 그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국가 행사, 체육‧문화행사, 고위인사들 차량 통과 등 수시로 도로를 차단하면서 도대체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 농민들이 일정한 시간을 신고한 후 행진하는 것이 왜 불법이 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농민들의 시위가 정부가 쌀값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 아니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는 전 경찰청장은 “불법·폭력 시위에 의해 해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이나 농약을 먹고 자살할 수밖에 농민들의 처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보인다. 오늘날 농촌, 농업, 농민을 그러한 처지에 빠트리게 만든 구조적 모순과 폭력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고 있기에 나 올 법한 답변이다. 이 날 청문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를 대상으로 경찰이 갑호비상령을 발동한 것은 경찰이 체제(수호) 차원에서 시위대를 적으로 두고 대응한 것, 갑호비상령은 계엄 직전 상황이나, 테러 등으로 인해 치안질서가 극도로 혼란할 때 발동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실현하려고 모인 것이라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경찰의 불법에 의해 한 농민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정치도의상의 사과’조차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전쟁 중에는 적의 부상병도 인도주의 차원에서 치료를 해 주는데 자기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규정을 위반해 물대포를 직사하고, 쓰러진 농민을 길거리에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이 ‘부적절하고도 야만적인 권력’의 하수인들이 뻔뻔하게 지껄이고 있다. 국회는 백남기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경찰과 권력의 하수인들이 저지른 불법을 명백하게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

(2016.9.12.월,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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