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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색깔과 이름, 그리고 대안

맹자를 따라 사양지심(辭讓之心)이라고 하건 농민의 지혜를 따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건 겸손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강조되는 덕목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특히 대의제 하에서 선출이라는 절차를 거치는 정치인들에게 이 덕목은 그리 중요하지 않거나 되도록 피해야 하는 부정적인 성격의 어떤 것이다. 그것은 정치 과정 가운데 하나가 왜 자신이 선출되어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은 다만 이를 극명하게 드러낼 뿐이다. ‘저에게 소중한(?) 한 표를 주신다면...’

우리 노동당과 그 후보들도 이 과정을 비켜갈 수 없기에 말을 해보고 싶다. 더구나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조차 그저 작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들이 바라는 ‘정권 교체’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의도적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말하기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니 겸손의 미덕을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는 무례를 용서하시길...

우선 노동당의 색깔은 붉은 색 혹은 빨간 색이다. 이 색을 선택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정치적으로 왼쪽에 서 있는 사람들이 써 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적인 색깔’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색깔마저 파란 색에서 빨간 색으로 함께 바꾸었고 이로 인해 정당 체제의 색깔이 모두가 바뀌는 희대의 일이 벌어졌는데, 이때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이 노동당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빨간 색을 선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거대 여당이 그 색을 쓰니 원래 그 색을 쓰던 우리는 다음 두 가지 반응에 참 속이 상했다. ‘어, 새누리당 아니네!’ ‘에이 새누리당이잖아!’ 그 사이에 우리 고유의 색깔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도 함께 날아가 버리는 느낌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붉은 색을 버릴 생각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이 색을 역사적으로 만든 사태가 끝나지 않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려는 기획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자유, 평등, 존엄의 실현을 목표로 하며, 그 바탕에는 우리 몸에는 모두 붉은 피가 흐른다는 사실이 있다. 그리고 그 피를 흐르게 하는 심장은 바로 왼쪽에서 뛴다!

다음으로 이름을 위한 변명을 해 보자. 인간은 필요와 자유, 둘 다의 이유로 노동이라고 부르는 행위를 한다. 다시 말해 노동은 최소한 현재로서는 인간의 조건이자 지향 모두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노동당이라고 부를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이의 노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현 사회에서 주로 자본의 힘에 의해 이 두 가지는 내팽개쳐졌다. 따라서 노동당이라는 이름은 이런 사태를 바로잡으려는 우리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물론 이 이름에는 두 가지 난점이 있다. 하나는 한반도 북쪽에 자리 잡은, 희귀한 나라를 통치하는 집단의 이름이 ‘조선로동당’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당이라는 이름은 오른쪽으로부터의 반감만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인 기준에서도 한국에서는 불편함을 준다. 다른 하나는 모든 사람의 자유, 평등, 존엄을 지향할 때 ‘노동 문제’라고 하는 것이 당연히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때문에 우리는 과거 진보신당 시절부터 이름 앞에 ‘평등, 생태, 평화’를 내걸었다. 그렇기에 굳이 덧붙이자면 우리의 이념은 ‘녹색 사회주의’ 혹은 ‘생태 사회주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난점 때문인지, 앞서 말한 이유인지 주류 언론은 우리를 투명인간으로 취급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베일에 싸여 있는 것처럼 다룬다. 하지만 그 베일로 인해 우리에게는 미국의 흑인 운동가인 W. E. B. 두보이스가 말하는 ‘이중 의식’이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정당 체제에 속해 있으면서도 배제당하고 있음으로 해서 생겨난 이중의 자의식이 있다는 것이며, 이 이중 의식은 특히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진다. 왜냐하면 이중 의식은 시차(視差)를 낳고 그로 인해 주류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내놓는 해법이란 건 대개 공허하거나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떠드는 것도 소심할 뿐이다. 세계 경제 전체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계화, 자동화,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들고 나온 ‘양적 완화’는 그 돈이 어디로 갈지를 분명히 하지 않는 한 아주 소수만 혜택을 보거나 부메랑으로 돌아올 폭탄이 될 뿐이며,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그 실상을 보면 헌법 119조의 제1항이 아니라 제2항이라는 위치처럼 액세서리에 불과하며, 정의당이 말하는 ‘평균 월급 300만원’도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국민의당은 아예 비판 이하에 있다.

정말로 정치공동체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공동체가 ‘민주공화국’을 원리이자 목표로 한다면 가장 사태에 합리적이면서도 가장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말 그대로 지혜를 모아 짜내야 할 것이다. 이때 노동당이 내놓은 대안, 즉 노동시간 단축과 정규직 고용, 기본소득, 공공복지의 확충 그리고 이를 위한 재벌 증세보다 더 합리적인 대안이 있는가? 이보다 더 정치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대안이 있는가?

이제 목소리를 낮추고 겸손이라는 미덕을 다시 주머니에서 꺼내야겠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우리가 내놓은 대안이 유일한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안을 위한 토론의 의제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총선이라는 정치 과정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 4월 4일
노동당 대변인
안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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