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연구 인력 "삶의 조건"이다.
4월 21일은 과학의 날, 4월 22일은 정보통신의 날이다.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제49회 과학의 날 및 제61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서 “국가 차원의 R&D 전략을 마련”하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R&D 투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취약하다며 이와 같은 계획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컨트롤타워”인지 돌아봐야 한다.
4월 20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의 성명에 따르면 21개 공공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인력의 임금이 일방적으로 삭감되었다. 임금피크제를 일괄 도입하기 위한 일종의 제재 조치이다. 또한 임금 삭감 이외의 정년 연장이나 신규 인력 채용 등에 있어 다른 조치는 구체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연구인력의 임금 삭감만 진행된 꼴이다. 거기다 연구 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 연봉제와 일반해고지침을 도입하려고 한다. 기본임금은 삭감하고 연구 개발에 대한 단기적 성과만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 이외에도 우리나라 과학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의 처지는 좋지 않다. 대부분의 지원은 연구 주제에 따라 이뤄지고 연구원의 노동 조건과 임금 조건 등은 등한시되기 쉽다. 대학의 실험실에서 일하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4대 보험 등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많은 경우 교수의 실험에 참여하는 많은 연구원들이 용돈처럼 쥐여주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고 연구 인력으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연구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 선배들에게 제일 먼저 “집은 잘사니? 잘 살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R&D는 우리말로 ‘연구 개발’이라 번역할 수 있고 체계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의 활동을 통한 연구와 개발을 의미한다. 체계적인고 창조적인 인간의 활동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과학에 필요한 것은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조건 마련이다.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인프라가 적다면 그것은 현재의 조건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높은 대학 등록금에(대학원은 이보다도 훨씬 높다) 빚을 져야 연구를 배울 수 있는 조건, 겨우 연구에 참여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조건 등 수많은 악조건이 그 원인이다.
연구 인력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컨트롤타워”는 단기간의 연구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우려가 크다. 이와 같은 방식의 통제와 지원은 전시 행정과 엉터리 지표로 성과를 부풀려야 하는 잘못된 연구 환경을 만들기 쉽다. 지금 필요한 것은 “컨트롤”이나 성과 중심의 지원이 아니라 연구 인력의 처우 개선이다.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
2016년 4월 22일
노동당 대변인실